7월입니다. 잘 계시죠?
2023년 절반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그래도 아직 반이나 남아있으니, 이 남은 6개월도 행복하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여전히 부산 다대포와 경남 삼천포를 왔다갔다 하며 살아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훌쩍 먼길을 떠나오기도 합니다. 은퇴한 사람의 축복입니다.
고향에 오면 '혼자놀기' 달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 촌에서 뭘 하고 시간 보낼까 했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쎄빌렸습니다. 풀매기, 농작물 돌보기, 이웃 농사짓는 모습 구경하기, 시골 동네 어슬렁거리기, 들길 산길 걷기, 산딸기 등 야생 열매 따먹기, 길섶에 피어있는 작은 들꽃 살펴보기, 왜가리 관찰하기, 시골버스 타고 종점까지 갔다오기, 바다 보러가기, 낚시하는 사람 옆에 앉아 같이 멍때리기, 집안 청소하기... 그러다가 더 이상 할 게 없으면 책도 읽고 스마트폰으로 편지도 씁니다.
딱 하나 귀찮은 것이 있습니다. 끼니 때우기입니다. 챙겨 먹는 게 제일 힘이 듭니다. 설거지도 그렇고요. ㅎ 살다보니 요령이 하나씩 생겨 그런대로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근래 비가 잦습니다. 장마가 제법 깁니다. 작물도 잡초도 먼지하나 없이 맑고 깨끗합니다. 장맛비에 감사하며 잘 자라고 있습니다.
비닐 멀칭 덕분에 잡초와의 전쟁은 완승은 아니더라도 지난 해 패전을 만회하고 있습니다.
지난 봄에 뻐꾸기와 다투면서 심은 그 옥수수 이야기입니다. 옥수수가 잘 자라 수확을 앞두고 있습니다.
며칠 전 밭에 가보니 옥수수밭이 엉망이었습니다. 야생 동물들이 단체 파티를 하고 간 듯 했습니다. 어떤 분은 고라니가 그랬다. 또 다른 분은 아니다. 청설모다 등 의견이 분분하였습니다. 멧돼지는 아니라고 합니다. 멧돼지가 가고나면 밭에 남아나는 것이 없답니다.
옥수수 고구마 심을 때 야생동물 피해는 각오는 했는데 정도가 너무 심했습니다. 좀 나눠 먹지 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이대로 두면 수확을 하나도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밭마다 설치한 야생동물 방지 울타리가 이해가 되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그 다음날 종일 울타리 설치 작업을 했습니다. 지줏대 박고 그물망 치고 하루 종일 걸렸습니다.
작업하면서 농작물 그거 야생동물들에게 좀 나눠주면 되지, 뭐한다고 돈드려 이 고생을 할까. 내가 참 욕심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습니다.
옥수수 그거 다 먹어도 돈으로 치면 얼마되지도 않는데 말입니다. 근처에서 참다래 농장을 크게 하는 동네 후배가 지나가면서 그럽니다. "형님, 옥수수 사 먹는 것보다 울타리 비용이 훨씬 더 들겠습니다." ㅎ
어쨌든 울타리 설치를 마치고 농자재 판매를 하는 친구가 권한 경광등도 두 개 설치하였습니다.
설치 이후 장맛비가 내린 탓인지 울타리 덕인지 별다른 피해가 없습니다. 수확을 넉넉히 하여 누님네 동생네 이웃분들께 나뉘드리고 싶습니다.
지지난 밤에는 천둥번개에 깜짝 놀라 잠을 깼습니다. 세상에 이리 무서운 천둥번개는 요 근래 처음입니다. 옥상에 올라가 번개치는 모습도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싶었는데 알게모르게 지은 죄 때문에 혹시 벼락 맞을까봐 못 올라갔습니다. 제가 겁쟁이입니다. ㅋ
궂은 날씨가 계속된다 하니
건강 안전 등 매사 조심하십시오.
늘 淸安하시길 기도드립니다.
2023.7.13. 삼천포에서
김상옥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