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 프루트 공항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 가려는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더러 벽안(碧眼)의 외국인이 보이긴 했지만 와글대는 대부분의 말들이 금방 알아 들을 수 있는
음절이 뚜렷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나 아님 아주 가까운 중국이거나 였는데
우리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다녀도 될 정도로
과연 국력이 많이 나아진 것이냐에 대해서는
별로 '그렇다'라고 자신있게 대답 못하였다.
외국 여행을 요 몇년 사이 너나 할 것 없이 많이 나오고는 있지만
IMF라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경제 사정을 겪은 바도 있고하여
남의 나라를 다니면서 달러를 쓰는 것이 그닥 떳떳이 느껴지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돌아오는 공항에서의 느낌은 더욱 민망해서(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무 우글대서)
남의 나라에서 꾸어온 돈도 다 갚지 못한 주제 때문에
과거 여행 자유화를 선뜻 내어 준 <선심용 당근>정책이
과연 잘한 일인지 국제화, 세계화라는 허울좋은 슬로건이
슬그머니 걱정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여기 나와있는 누구나 모두 그럴듯한 명분이 없을리 없고
나도 나라 사정 봐주다가는 내 삶의 정서가 너무 궁핍해질 것 같아
이미 떠나온 길인걸.....
나이 오십에 겨우 나온 짧은 여행이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다시 엮어 가야 할 일상이며
더 큰 현실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서 아주 길게 느껴졌고
실제로 시간적으로도 지구 자전 방향 쪽으로의 이동이기 때문에
올 때보다 서너시간 더 걸린 길이었다.
왜 우리는 여행을 떠나는가?
이러저러한 사정을 뒤로 하고 일상을 떠나는 데에는
나름대로 다 이유와 뜻이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누구나가 다 여행을 좋아하는 까닭은
우리의 삶이 어떻게 생각하면 이승으로의 조금은 긴 여행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돌아가야 할 어느 곳을 늘 생각하는
나그네의 길을 즐기는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천상병 시인은 이렇게 읊었다지-.
산다는 것은 이 땅으로 짧은 소풍을 나온 것이라고...
난 며칠동안 남의 나라에서 과거 융성했던 문화와 역사,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른 모습들을 엿보았다.
어쩌면 별스러울 거라 생각했던 부분들은 편안한 동질감으로,
뭐 별 수 있겠나하는 것은 남다른 지혜와 순발력으로 돋보이는 것도 있어서
배우기도 하고 즐기기도 했지마는
그냥 그런 교과서적인 평가 말고도 내 일상에서 손을 놓고
관찰자가 되어 본다는 점이 아주 마음 편한 것이어서
자꾸자꾸 이 역할을 많이 해 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뭐 이렇게 어렵게 구태여 얘기하누!
기냥 놀구 먹는게 좋다면 될것을... 낄낄낄)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면
밥 먹는 시간이 제일 기다려지는데
기내식 먹는 것이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함도 있지만
최소한도의 재료와 조리로 이루워진 균형식을 맛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여서 색다른 재미로 다가온다.
각 항공사마다
자신의 개성을 내걸고 준비한 음식이기 때문에
품평을 할 수도 있고
음식을 나르는 스튜어디스의 서비스를 받는 것도 꽤 즐겁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Lufthanja항공사의 기내식은 지루하고 불편한
비행시간을 위로해주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엔터테인먼트는 너무나 후져서 아주 오래된 영화를 돌리는가 하면
우리나라 가요는 계속 일정한 프로그램을 반복해서 듣는 바람에
인천공항에 도착할 때 쯤에는 모조리 외울 수 있었다.
(덕분에 윤상의 이별의 그늘과 박화요비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은 노래방에서 18번 곡목으로 추가시킬 수 있었당!)
에궁! 또 삼천포로 빠져서 사설이 길었네.
하여튼 돌아오는 길은 저 아래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는 풍경 뿐이렸다.
혹시 높은 산위에 올라 저 아래 멀리 있는 마을을 내려다 본 적이 있는지?
대궐 같은 집들도 별 수 없이 쬐그만 장난감 레고블럭만 해지고
그 안에서 아웅다웅 지내던 나의 일상이 단숨에 색이 바래어
허(虛)와 망(茫)으로 멀어지던 그 가벼움과 위축의 느낌을...
비행기를 타고 몇 만 피트아래의 땅을 내려다 보는 것은
산에 올라가 보는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지도를 통하지 않은 축소된 지형을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 않은가?
올 때의 기내좌석은 다행이 날개를 조금 비켜난 곳이어서
조망(眺望)을 하기에 꽤 괜찮았는데 날씨까지 도와주어서
망원경을 대고 들여다 보지 않아도 될만큼 제법 낱낱이 보였다.
옛날 지리시간에 배웠던 것 같은 이끼 무성한 툰드라 지역도 보이고
빙하로 뒤덮힌 시베리아 벌판도 보이고
인간이 제발로 걷기 시작해서 발견한 것 중 가장 유용한것이라고 한 불과 함께
그들이 만들어 놓은 수만리의 도로도 한 줄 실같이 가느다랗게 보인다.
이렇게 사물에서 일정거리를 두고 떨어진 다음
그때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가까이 다가가서 보고 만지는 것과는 그 감상의 수준이
한결 다른 것이어서
우리의 시야를 넓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사유(思惟)와 의식도 한 차원 높여 준다.
말하자면 역사 내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역사 외적인 어떠한 관점을 가질 수 있게 해 준다고나 할까?
그토록 감탄했던 파리의 에펠탑도,
아름다웠던 쎄느 강변의 건물과 다리들도.
로마의 오래된 유적과 하늘을 찌를듯 솟아있던 베드로 광장의 오벨리스크며
바티칸 왕궁의 빨간모자(자유와 승리을 상징한다고 함)를 쓰신 교황님의 거룩하고 지엄하신 용태도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시점에서는 아주 작은 하나의 숨(입김 또는 흔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의 지나친 비약일까?
태초부터 천지간에 있어 왔고 지금 있는 모든 것들의 현재와 미래가
단지 그저 인간이 만들어온 역사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데 생각이 미치자
그걸 역사관적 겸손이라고 해야하나
스스로 아주 겸허해지는 것을 느꼈다.
8일간의 짧은 여정!
시작할 때와 달리 끝내는 것은 늘 아쉽고 허전하다.
별 탈없이 인천에 도착한 일행 18명과 작별을 하고
마중나온 애들과 만나니
그제야 잠도 줄여가며 강행군했던 여행의 피로가 몰려 온다.
다시 돌아온 일상,
삽으로 바닷가 모래를 퍼내는 심정이 되어
다시 시작해야지.
그것이 시간의 모래든
관념의 모래이든
자꾸자꾸 퍼 내어야지.
----그동안 부족한 글을 귀한 시간내어 읽어주신 가족들께 감사드립니다. 안녕! 은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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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 * 긴 귀로(歸路)
은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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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8.2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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