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교에는 과연 어떤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제 겨우 햇병아리를 면하고 경력 5년차 되던 해. 초임지에서 만기가 되어 첫 이동을 앞둔 나의 마음은 새로운 곳에 대해 무척 설레고 있었다. 마치 학교에 처음 입학하는 어린이 마냥. 어설펐지만 정들었던 첫 학교를 떠나 새로운 희망과 기대감으로 새 학교로 발령이 났고,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잘해보리라고 결심을 단단히 하며 새로운 학년을 맡았다.
하지만 나의 예쁜 결심에도 불구하고 첫날부터 인상은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그 아이 때문에~~~
그 아이는 영리하고 민첩했으며, 얼굴도 훤하고 웃음이 시원시원한,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으로는 호감이 가고 사랑스런 아이였다.
첫날부터 예사롭지 않은 질문으로 나를 황당하게 만드는 것을 출발로 하여 매일 매일 그 아이와의 전쟁은 시작되었고, 나와 반 친구들은 괴로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공부시간을 엉망으로 만들고, 시선을 끌기 위한 괴상한 행동으로 아이들을 웃음으로 몰고 가기도 하며 하여간 우리 반 애물단지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 해는 텔레비전에서 ‘봉숭아 학당’이 큰 인기를 끌던 해였는데 ‘봉숭아 학당’의 소재는 그 아이에게도 멋진 흉내내기 감이었고 모방은 창조를 잉태한다는 말을 실천이라도 하려는 듯 ;봉숭아 학당‘보다 더 황당한 사건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무질서의 처음은 늘 그 아이였고 반 친구들에게서 “현덕이 때문에 못살겠어요.” 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 갈 무렵, 나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하고 말았다.
마침, 같은 학년 13반 선생님은 학교에서 호랑이로 소문난 경력이 높으신 남자 선생님이셨는데 그 아이에게 시달리는 나를 보고 말을 듣지 않으면 자기 반으로 보내라고 늘 말씀하셨고, 그 날~~ 13반 선생님께 미리 양해를 얻은 후부터 우리 반 사건은 시작되었다.
그 녀석을 훈계 할 때도 가끔 어느 반에 보내버린다고 엄포를 놓으면 하던 짓을 멈추곤 하였는데 그 날은 실천으로 옮겨보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사건이 일어난 날도 여전히 현덕이의 행동은 상식을 벗어난 행동으로 일관했고…….
드디어 나는 행동을 개시했다.
“너 빨리 가방 싸서 나 따라와 13반으로 가자!!!”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녀석을 반은 끌다시피 하여 13반 교실에 넣고 와 버렸다.
그리고 태연한 척 몇 시간이 흘러갔고, 쉬는 시간이면 아이들은 13반에 기웃거리며 '그렇게 설치던 애가 앞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다'는 둥~~ '불쌍해서 못 봐 죽겠다'는 둥~~ 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야만 했다. 나는 반 아이들에게 전체 의사를 물었다. 잘 생각해보고 손을 들어보라고.
“현덕이가 다시 우리 반으로 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손들어 봐요?”
“ …….”
짧은 침묵이 흐르고 하나, 두울 ……. 서로 눈치를 봐 가며 올라오던 팔은 점점 그 수가 늘어나더니 어느 순간, 반 전부의 팔이 천장을 향하고 있었다.
뜨거운 동지애라도? 아님 인간애라도? 아님 미운 정 고운 정이라도? 그것도 아니면 아름다운 우정이라도? 발휘된 것일까?
의외의 반응에 잠깐 놀라움을 삭이며 나는 차분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요. 여러분들이 현덕이를 원했으니 데리고 오죠.”
“친구들이 너를 원하니 교실로 가자.”
고개를 푸욱 숙인 채 따라오는 현덕이를 자기 자리에 앉히고 나서 나는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잘~들어라. 너희들은 모두 친구를 원했다. 하지만 난 현덕이를 원하지 않는다. 그럼 이 반에서 필요 없는 사람은 바로 나다! 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너희들이 잘 알 것이다. 지금 바로 교장선생님께 말씀 드려서 새 담임선생님을 보내 줄 테니 새로운 선생님이 오시면 말썽부리지 말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며 공부 열심히 하기 바란다.”
그리고는 곧바로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막상 나오고 보니 갈 곳도 없다. 화장실로 가서 거울 속을 들여다보았다. 회의감과 절망감, 패배감 등이 가득 서려 있는 나의 눈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으니 너무 슬펐다. 아니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이젠 아예 어깨마저 들먹이며 컥컥 소리까지 나왔다.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근 채 한참을 그렇게 울었다.
잠시 후, 빨간 눈을 수습하고 교실로 들어오니 내 책상 위에는 몇 통의 편지들이 놓여 있었고, 아이들은 고개를 숙이고 무엇인가 쓰고 있었고, 어떤 아이들은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 교실에서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캐비넷 문을 확 열고서 내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짐을 다 꾸려 갈 때 쯤, 현덕이로부터 가장 많이 괴롭힘을 당한 여자 부회장이 나오더니
“선생님! 가지 말아요. 현덕이가 괴롭혀도 이젠 참고 잘 지낼게요. 제발 가지 말아요.'라며 매달렸다. 그러자 그 때까지 아무런 말도 없이 책상에 엎드려만 있던 현덕이가 엉엉~~울면서 쓰러지듯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선생니임~~~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가지 마~세~요. 어∼엉~엉~.”
그 아이를 가슴에 안고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함께 우는 일 뿐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하나가 되어 울었다. 교실 전체가 마치 울음에 전염이라도 된 듯이∼∼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막막하고 묘안이 떠오르지 않은 체로 아이들의 의견을 물어보면서도 속으로는 은근히 불안했다. 반 아이들이 그 어느 쪽을 선택한다고 해도 내가 취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되어 있기에 두려움이 앞섰다.막막하고 답답한 마음을 가누지 못하던 차에 전체의 의견을 물어보았고, 그 결과는 현덕이를 다시 교실로 데려오는 것이었다. 서운함 위에는 안도감이, 안도감 위에는 기쁨이 쌓이고 있는 나를 보았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현덕이를 위해 손을 들어준 우리 반 아이들이 한없이 고마웠다. 너무나 아름답고 인간적인 배려에 눈물이 나려했다. 하지만 나는 어찌한단 말인가? 나는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잠시 동안의 혼란한 마음을 일시에 붙들어 준 현덕이!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가지 말라고…'
매달려 준 현덕이 앞에서 나의 가슴은 뜨겁게 녹아져 내렸다.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친구를 보내지 않겠다는 여자 부회장의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마음은 나를 더욱 울렸다. 사람 사는 훈훈한 인정이 있고, 개성을 존중하면서 서로 교감을 나누며, 저마다의 빛깔과 향기로 서로 어우러지는 정취가 넘치는 시골집 마당가의 꽃밭 같은 학급을 원했는데 그 순간의 우리 반이 그랬다. 많이 다듬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고 인정하며 아껴주는 모습들이 시골의 마당가 꽃밭처럼 화기애애하고 볼수록 정이 가는 꽃밭이었다. 나는 그 꽃밭에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며 서로 잘 어우러지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되면 된다.
그 후로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현덕이의 행동들
그 애는 변화되고 있었다. 봉사활동에 누구보다 먼저 앞장서고, 내 마음 상태를 가장 먼저 살펴주며 늘 정의로운 편에 서서 친구들을 위해 주는 사람으로 나날이 변화되고 있었다.
바람직한 행동의 변화에 반 아이들도 감동을 받았는지 2학기 때는 친구들의 신임을 얻어 학급어린이회 부회장으로 당선 될 만큼 크게 변화되었다.
그 아이의 일로 인해, 학교라는 곳이 공부와 지식을 습득하는 장(場)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건강한 정신과 교우간의 사귐, 즉 공동체의식을 느끼는 과정에서 인격체가 형성되는 곳이어야 함을 몸으로 체험한 귀중한 사건이었음을 나에게 깨우쳐 주곤 한다.
인성은 천천히 뿌리내리는 것이라는 선배교사의 말씀이 생각난다. 말썽을 부리고 힘들게 하는 몇몇 아이들에게 지쳐서 포기하고 싶을 때가 가끔 있었다. 내가 그럴 때면 선배 교사는 말씀하셨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변하길 바란다면 교육이 필요할까? 서서히 그리고 조금씩 변화하는 것에서 기쁨을 찾아야 한단다. 그래서 교육이 필요한 것이고,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겠니? 포기하면 안 된다. 교사가 쉽게 무너져서는 안 된다. 인내심을 갖고 사랑의 마음으로 꾸준히 지도해야 한단다."
내면으로부터 생기는 행동의 변화이므로 쉽게 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지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포기하지 말하여야 함을 현덕이에게서 배운 좋은 경험이었다. 생활지도 또는 인성교육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바람직한 성향을 의도적으로, 한 두 번의 경험이나 순간적인 결심만 가지고 이룰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아이들의 바람직한 행동이 반복되어 습관처럼 굳어져 자기화 될 수 있도록 꾸준히 지도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해 주었던 현덕이!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점점 계발시켜 나가고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높여나가며 자아 존중감이 형성됨으로써 자기 자신이 자랑스럽고, 꼭 필요한 인물임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해 준 현덕이.
'내가 소중하면 남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갖도록 지도해 나가니 남을 사랑하는 마음도 눈에 보일 정도로 쑥쑥 자람을 느끼게 해주었던 자랑스런 현덕이.
'포기'라는 못난 말을 내 머리 속에서 지워주고 교육의 위대한 힘을 느끼게 해 주었던 평생 잊을 수 없는 현덕이
나를 돌아보게 하고 ‘우리’라는 소중함을 일깨워준 그 아이는 내 기억 속에 조금씩 아주 조금씩 희미하게 되살아나곤 하였다.
그 아이는…….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서 무얼 하며 지내고 있을까?
* * *
유난히도 무더웠던 지난 해 여름 어느 날.
학교에서 가까운 두류 수영장으로 걸어서 현장체험학습을 가면서도 발걸음이 유난히 가볍고 즐거웠다.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며 노래도 부르면서 공원산책로를 걷다보니 아이들보다 내가 더 즐거워한다.
잠시 후, 수영장에 도착해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은 아동들을 안전요원들에게 인계하기 위해 줄을 세우고 있는데, 안전요원 중의 한 사람이 덮어 쓴 빨간 모자를 벗어들고 정중하게 꾸벅(^^) (--)(__) 인사를 하기에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고 물었더니
“선생님~! 저 정현덕입니다.”
“오잉? 현덕이!!!”
현덕이란 소리에 내 몸은 자동적으로 무거운 몸을 폴짝 뛰어 올리며 놀라움과 반가움을 표현했다.
위의 글 속에 등장하는 그 아이였던 것이다. 어디서 무얼 하는지 몹시 궁금해했던 그 아이를 뜻하지 않게 이 곳에서 만난 것이다. 1991학년도에 말썽꾸러기였던 그 아이를 2004학년도에 우연히도 수영장 안에서 만난 것이다.
“우와~너 멋있게 자랐구나.”
나의 그 말에 잔뜩 쑥스러워하는 녀석.
“제가 오늘 선생님 반 아이들 잘 돌보겠습니다.”
“그래, 고맙다야~. 그런데 넌 어떻게 나를 금방 알아봤어?”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 같은 걸요 머……. 나중에 인사드리러 가겠습니다.”
그렇게 궁금했던 ‘그 아이는 지금 어디에……..’ 속의 그 아이가 바로 내 앞에 있다니 너무 신기했다. 함께 간 동료들에게 지난 사건들과 더불어 줄곧 그 아이를 화제에 올리며 함께 신기해하고 놀라워하며 즐거운 대화의 대상이 되었는데 언제 왔는지 손에 시원한 음료수를 들고 서 달려온 현덕이는 동료들과 나눠 드시라며 인사를 하곤 아이들 쪽을 달려간다. 동료교사들은 외모도 멋있는데 인성까지 멋있다며 다들 난리였다.
한 때, 나를 너무나 힘들게 했던 그 아이가 이렇게 멋있는 청년으로 변하여 맡은 일을 충실하게 하고 있는 모습을 흐뭇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이 녀석이 또 찾아와서는 몇 시에 갈 거냐고 묻더니 자기가 진행 측에 가서 원래 초등4학년 이상만 미끄럼틀을 사용할 수 있지만 자기가 안전에 신경을 써서 우리 3학년 아이들도 탈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높은 미끄럼틀에서 내려오기를 기다렸다가 한 명씩 붙들어 주거나 안아서 물 밖으로 안전하게 이끌어주었다.
동료교사들의 박수를 받으며 꾸벅 인사까지 멋있게 하고 진행 측으로 달려가는 의젓한 뒷모습을 보니 그저 흐뭇한 맘을 가눌 수가 없다. 몇 달 전에 군복무를 마치고 모 대학교 생활체육학과 3학년에 복학하여, 방학 동안에 수영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면서 까무잡잡하게 그을린 피부와 반짝이는 근육질의 탄탄한 몸매의 현덕이가 너무도 믿음직해 보인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놀아도 주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바닥이 미끄러우니 뛰지 말라고 양팔을 벌려 가로막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현덕아, 너도 엄청 뛰었단다. 그저 가만히 있질 못하고 …….그런데 이젠 너도 지도자의 위치에 서 있구나.'
우리들은 숱한 관계에 얽혀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관계는 서로 관심을 가질 때 더욱 아름답게 맺어진다.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것이다'라는 어린 왕자에 나오는 말처럼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과 따뜻한 관심이 필요한 것을. 따뜻한 관심은 곧 사랑의 시작인 것을. 나는 이제 누구에게든지 자신 있게 말한다.
"교육은 곧 사랑입니다. 사랑은 관심에서 출발합니다." 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면 그 아이의 마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입니다.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보면 바로 옆에 웃고 있는 이름도 없는 작은 들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실바람에도 웃어주고 반겨주는 잎사귀들이 얼마나 반짝이는지 알게 됩니다.
세상에는 상대방의 관심을 끌기 위해 헛된 노력에 빠지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현덕이가 '봉숭아 학당'을 흉내내고 유별난 행동으로 친구들의 관심을 끌고자 했던 많은 억지 행동들과 마음과는 달리 관심이 가는 여자 친구를 괴롭힘으로 다르게 표현했던 현덕이의 개구쟁이 기질도 관심을 끌기 위한 과장된 행동이었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남보다는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자아존중과 자기애가 우선 바탕이 된다면 남을 향한 마음의 문도 활짝 열릴 것이다. 우리는 늘 자기 자신에게 대해서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만약 단체 사진이 있다면 가장 먼저 누구의 얼굴을 먼저 찾는가? 누구나 자신의 얼굴부터 먼저 찾게 되질 않던가.
사회생활이란 곧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다. 만남과 대화가 자연스럽게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해법이다. 심리학자 알프렛 아들러는 이렇게 말했다.
"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 인간은 고난 속에서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상대방에게는 무거운 짐이 될 뿐이다. 인간의 모든 실패는 바로 그러한 인간들 사이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라고.
우리가 친구를 얻고자 한다면 먼저 상대방을 위하여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보여주는 진정한 관심만이 남을 감동시킬 수 있는 것이다.
수영을 마친 후에 그 아이의 배려 덕분에 미끄럼틀도 타게 해줘서 고마운 마음에 안전요원들과 나눠 먹으라고 시원한 음료수를 사서 진행본부 측에 넣어주고, 수영장을 나서니 언제 보았는지 또 달려와서는 모자를 벗고 작별인사를 정중하게 하였다.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면서 나는 힘주어 말했다.
"현덕아! 난 네가 정말로 자랑스러워! 너무 멋있구나."
나의 진심 어린 말에 수줍게 웃으며 돌아가는 우리를 향해 힘차게 손을 흔들어 주는 현덕이를 자꾸만 뒤돌아보았다.
그 아이를 만난 그날은 너무나 행복했다. 돌아오는 길에서 바르고 씩씩하고 건전하게 자라 준 그 아이에게 한없이 고마워하며 가슴 가득 뿌듯함으로 가득 차 하늘을 올려 다 보았다. 어디서 왔을까? 현덕이의 밝고 환한 웃음처럼 맑고 푸른 하늘엔 흰 구름 한 덩이가 나를 내려다보며 포근히 웃고 있었다.
나는 앞으로도 자신 있게 말할 것이다.
"교육은 곧 사랑입니다. 사랑은 관심에서 출발합니다." 라고.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자기의 정열을 지배할 줄 아는 사람이고, 이와 반대로 사랑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자기의 정열에 지배를 받는 사람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현덕이로 인해 내 영혼이 성큼 자랐던 '그 날, 그 아이'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