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안공 묘갈명(學生安公墓碣銘)
순흥(順興) 안오(安悟)공 각초(覺初)는 41세의 나이로 숭정(崇禎) 경자년(庚子年,1660, 현종 1) 세상을 떠났다. 과천(果川)의 양재리(良才里)에 장사 지냈으며, 유인(孺人) 강릉 김씨(江陵金氏)를 합장하였다.
그의 아들 요좌(堯佐)가 삼주(三州) 이재(李縡)에게 묘갈을 부탁하려고 하다가 나이가 들어 직접 할 수가 없고 병이 들어 위독해지자, 그 아들인 형(衡)과 구(衢)에게 명하기를,
“우리 부친께서 돌아가실 때, 내 나이는 겨우 5세였다.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는 법이지만 오히려 그 대략도 기억할 수 없으니, 더구나 마음속에 쌓인 덕성이야 말할 나위가 있겠느냐. 그러나 우리 모친께 여쭈어보니, 한두 가지 후세에 전할 만한 점이 있어 이것으로 당대의 입언(立言)하는 사람에게 글을 부탁하려고 하였는데 이제는 그만이니, 내가 편히 눈을 감을 수 없을 듯하구나.”
하였다.
세상을 떠난 뒤에 형(衡) 등이 자주 나를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요청하기에, 내가 안씨 2대의 뜻을 애달피 여겨 드디어 그 세계(世系)를 기록하고 행실을 드러내며 후손을 기록하여 묘비에 새기도록 한다. 그 세계는 고려 말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급제 석(碩), 근재(謹齋) 문정공(文貞公) 축(軸), 문간공(文簡公) 종원(宗源), 양도공(良度公) 경공(景恭), 정숙공(靖肅公) 순(純), 문숙공(文肅公) 숭선(崇善) 5, 6대가 모두 성대하게 이름난 분들이다.
문숙공의 4대손이 현감 세관(世寬)인데, 기묘사류(己卯士流)이다. 이분이 진사 상(祥)을 낳았고, 상이 충의교위(忠毅校尉) 춘인(春仁)을 낳았으니, 이분들이 공의 3대이다. 외조부는 군기시 정을 역임한 초계(草溪) 변정립(卞廷立)이다.
공의 행실을 보면 9세에 변 부인(卞夫人)을 위해 손가락을 베어 피를 마시게 하였고, 그 뒤에 부친이 병이 들자 또 허벅지 살을 베어드렸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자, 아이 종 두셋과 묘소 아래에 여막을 짓고 오히려 스스로 상례(喪禮)에 힘썼다.
또 당시에 난리를 만나 집안이 엉망이 되었지만, 장가들고 나서는 사당(祠堂)을 세우고 제기(祭器)를 갖추어 놓고 아침저녁마다 절을 하였다. 제사 때가 되면 정성을 극진히 하여 비록 남는 고깃점과 털가죽 따위도 함부로 버리는 일이 없게 하였다.
책을 몹시 좋아하여 책을 파는 사람이 있으면 의복 및 소와 말도 아끼지 않았으며, 또 손수 베낀 책이 40여 권이었다. 처자를 의리로 대하였고, 친척과는 화목하게 지냈으며, 마을 사람에게는 공손하게 대하였다. 권력자가 공의 훌륭한 점을 듣고 한 번 만나보고자 하였으나, 끝내 만나려 하지 않았다.
유인(孺人)의 세계(世系)는 현감 충엄(忠淹)과 목사 행(行)이 그 부친과 조부이다. 남편을 섬기며 뜻을 어긴 적이 없었고, 과부가 된 뒤로는 엄정히 집안을 다스렸으며, 또 자식에게는 학문에 힘쓰도록 하여 고식적인 사랑을 하지 않았으니, 그 행실이 이와 같았다.
후손은 다음과 같다. 장남 요석(堯錫)은 요절하였고, 차남 요좌(堯佐)는 문장과 행실이 있었는데, 불행히도 불우하게 생을 마쳤다. 딸은 이규상(李奎相)에게 출가하였다. 한규(韓珪), 이하근(李夏根), 임형(林蘅)은 요좌의 사위이다.
이규상은 사위가 두 명인데, 윤유(尹浟)와 우후(虞候) 황전(黃腆)이다. 형과 구는 모두 진사인데, 형의 아들은 재태(載泰)와 재복(載復)이다. 명(銘)은 다음과 같다.
부모가 길러주셨는데 어찌 끝까지 섬기지 못했나 / 父母畜兮胡不卒
상을 당하고 난리를 만났지만 능히 자립하였네 / 喪亂集兮能自立
효가 근간이 되고 책이 상자에 가득하니 / 孝爲楨兮書滿籝
일찍 세상을 떠났어도 그 은택은 장구하다네 / 雖蚤亡兮其澤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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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解]
[주01] 학생 안공 묘갈 :
이 글은 안오(安悟, 1620~1660)의 묘갈이다. 안오의 본관은 순흥(順興), 자는 각초(覺初)이다.
ⓒ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 최예심 장유승 권진옥 이승용 (공역) |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