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전야, 맑은
여름 아침 백운산과 바라산에 오르다
1. 일자: 2014. 8. 2 (토)
2.
장소: 백운산, 바라산
3.
행로 및 시간
[골사그네(07:28) -> 지지대고개(07:45) -> 헬기장1(08:33) -> 헬기장2(09:03) -> 백운산(09:33) -> 고분재(10:08) -> 바라산(10:20) -> 바라산재(10:39) -> 산림욕장(10:47) -> 백운호수(11:07)]
여름 휴가 첫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창 밖을 본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다. 작은 배낭에 비옷을 넣고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집을 나선다. 버스에
오른다. 일단 백운산이나 광교산에 가야 한다. 골사그네에서
하차했다. 폭주기관차 777버스의 여자 기사가 벨을 늦게
눌렀다고 잔소리를 한다. 이놈의 버스는 승객을 실어 나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정해진 코스를 빨리만
주행하면 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나 보다. 예외 없는 난폭운전에 정거장 건너 띄기는 예사다. 아무래도 큰 사고를 낼 것 같다.
골사그네에서 지지대 효행공원까지는 짧지 않은 거리다. 폭주하는 차의 소음
속에서도 불쾌한 기분이 좀처럼 가시지 않더니, 길가에 핀 꽃들을 보자 입가에 미소가 돋는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어여픈 자태를 뽐내는 모습이 대견하다.
< 칡, 나리, 민들레, 원추리 >
1.2km 정도를 걸어 지지대 고개에 도착했다. 햇살이 쏟아진다. 구름 낀 하늘이지만 청명하다. 한국전쟁에 프랑스가 참전한 걸 기념하는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여러 번 이곳에 왔지만 오늘따라 동상과 비석이 인상 깊게 보인다. 꽤 너른 광장의 개방감이 시원하다.
산에 올라 붙는다. 천천히 고도를 높여간다. 간간이 바람이 분다. 숲의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집을 나서길 잘했다.
< 프랑스군 참전비 / 건강한 소나무 >
숲 곳곳에서 도토리 거위벌레의
모성애와 만행이 교차되는 장면이 목격된다. 참나무 열매에 알을 까고 잎을 낙하산 삼아 낙하시킴으로써
생명을 이어가려는 노력은 가상하나 그 까닭에 숲은 황폐해진다. 생명의 양면성은 도처에서 목격된다.
광교 헬기장 길은 걷기에 그만이다. 사색하기도 좋다. 숲에는 건강한 푸르름을 자랑하는 소나무들이 많다. 숲이 치유의 본능을
드러낸다. 막혔던 가슴이 잠시나마 확 뚫린다. 어제 함부로
했던 말과 행동이 후회된다.
< 통신대 헬기장에서 본 풍경 >
9시 무렵 통신대 헬기장에 도착했다. 멀리 수리산과 관악산이 병풍처럼 둘러
쳐 있다. 근래에 보기 드문 맑은 하늘이다. 파랑 빛깔의
하늘과 흰 구름 녹색의 숲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참 근사하다.
통신대 막사를 끼고 돌며 긴 오르막이 시작된다. 통신 중대 안은 적막함
만이 감돈다. 계단을 오른다. 땀이 솟는다. 서두를 것 없는 산행, 여러 차례 벤치에 앉아 물을 마시고 쉬고
간다.
< 구름 밑 통신대
전경 / 백운산에서 본 풍경 >
9시 33분, 몸이 완전히 산에 적응했다. 계속 걷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백운산
정상에서의 풍경을 감상한다. 군포, 의왕 일대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컨테이너 기지 옆으로 회사 건물이 우뚝 솟아 있다. 광활한
대지에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구조물들이 조그맣게 서로 어울려 있는 모습이 근사하다.
< 정상에서 / 통신부대 막사 전경 / 바라산 자연휴양림 전경 >
백운산을 뒤로 하고 고분재로 길을 이어간다. 대세 내리막, 특이한 풍경 없는 오솔길이 길게 이어진다. 시간과 거리의 감각이
무뎌진다. 백운산에서 바라산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었나? 생각해
보아도 감이 없다. 무작정 걷는다. 산들산들 바람이 불어준다. 무예 앞 길을 예측하나! 걷는 것 자체가 이리 즐거운데…
노란 원추리 한 송이가 목책 뒤에서 나그네의 걸음을 멈추게 한다. 왠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안쓰러운 기분이 들었다. 고분재는 원추리 군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10시 20분, 바라산에 올랐다. 소나무 그늘 밑에 자리를 잡고 백운호수가 만들어내는 풍경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평온한 휴일 오후의 여유가 사진에도 묻어 나왔다. 우측으로 청계산의
모습이 선명하다. 그 뒤편으로는 북한산 정상부도 모습도 목격된다. 흔치
않는 풍경을 확인하느라 시선이 한참이나 한 곳에 멈춘다. 맞다, 삼각산
정수리의 화강암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 관악산과 북한산 원경 >
바라산을 내려선다. 계단을 따라 24절기를
상징하는 회화들과 절기의 설명이 있는 현판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8월 8/9일 입추, 8월 23/24일
처서, 문뜩 한여름 속에서 가을을 예감해 본다.
10시 40분 바라산재를 지난다.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바라산 자연휴양림이 있었다. 주중에 한 번 찾을 요량으로 이것저것을 살펴본다. 새로 지은 건물의 색감도 좋고 텐트를 칠 수 있는 데크도 널찍하다. 내가
사는 곳에서 머지 않은 곳에 훌륭한 휴식처가 잇다는 사실을 안 것 만으로도 오늘 산행은 보람찬 일이었다.
< 바라산 정상에서 / 바라산 산림욕장 시설 모습 >
햇살이 쏟아지는 도로를 따라 내려온다. 터벅터벅 걷다 보니 어느덧 백운호수
도로가 보인다. 한가로운 산행이었다. 날씨가 좋아 풍경도
시원했고 걷는 자체도 별 무리 없었다. 남은 휴가도 보람차게 보내자!!
< 산행 기록과 궤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