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강재섭 대표의 경선 중재안에 대해 불만이 많은 모양이다. 그의 중재안에 대해 박 대표는 "첫째 기본원칙이 무너졌고, 둘째 당헌당규가 무너졌으며, 셋째 민주주의의 기본원칙도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재안을 거부할 뜻을 비추었다.
뭐 길게 이야기하지 말자. 박근혜는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다. 그가 한나라당 대표로 있는 동안 이 나라는 첫째 대의제의 기본원칙이 무너졌고, 둘째 타협과 관용에 바탕을 둔 의회정치가 무너졌으며, 셋째 민주주의의 기본원칙도 무너졌다. 더구나 그는 국민을 상대로 표리부동한 말과 행동을 끊임없이 재생산해왔다.
그는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 내에서 경선에 불리하자 보따리를 싸들고 뛰쳐나갔다. 그러고는 아무도 호응하지 않자 또 다시 슬그머니 보따리를 싸들고 돌아왔다. 그는 당대표 임기 내내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현 정부의 모든 개혁을 악착스러울 정도로 좌절시켰으며, 우리나라가 지난 독재의 어두운 그림자를 헤치고 민주사회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억척스럽게 방해했으며, 다수의 합의로 통과된 법률도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리에 뛰쳐나가고 모든 의사일정을 인질로 잡으면서까지 좌절시키려 노력했다. 그의 앞에는 당리당략과 개인의 영달 외에는 어떤 원칙과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도 없었다.
그에게는 민주주의는 자신의 반민주적이고 반동적인 행동과 사고를 분칠하기 위한 화장품이었다. 그것도 아주 질이 나쁜 화장품이었다. 그나마 그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지난 10년간 진행되어온 모든 진보적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는 평생 땀 한 방울 흘려 노력하지 않은 채 아버지가 물려준 막대한 양의 부정한 부를 누리고 있으며, 언제나 가진 자들의 탐욕을 옹호하기 위해 광분하면서 늘 서민들을 향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자신이 필요할 때는 북한에 달려가서 김정일과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사진을 찍으면서 이 정부의 모든 대북 화해정책을 매도하고 극우세력의 극단적인 대결정책을 옹호하고 선동하고 있다. 그의 정체성은 요약하자면 ‘반민중적, 반민주적, 반통일적, 대외종속적’이다.
강재섭 대표의 중재안이 그에게 얼마나 유리하거나 불리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설령 불리하다 하더라도 그것은 그가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해온 행태를 볼 때 자업자득이다. 더구나 그가 사수하려고 애쓰는 기존의 경선 룰은 그가 당 대표를 하며 자신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만든 룰로써 시대의 변화에 뒤질 뿐만 아니라 꼭 공정하다고 할 수도 없다. 그나마 그 중재안을 거부하든 찬성하든 그것은 본인의 문제이다. 또 그것을 빌미로 또 다시 탈당을 하든 이명박을 밀어내든 그것은 본인의 역량문제이다. 그것에는 시비를 걸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러나 딱 한 가지 그가 말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박근혜는 적어도 어떤 경우라도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라는 말은 해서는 안 된다. 그가 민주주의를 입에 담는 순간 민주주의는 더럽혀지고 왜곡되고 희화화되고 비틀려 그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된다. 이 땅에는 그가 민주주의를 입에 담을 때마다 오물을 뒤집어쓴 듯한 느낌을 갖는 국민이 많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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