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코로나19의 백신 접종 소식이 연일 뉴스로 보도되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코로나 백신 맞은 이야기가 안부 인사가 됐다. 아침에는 그나마 조금 선선해서 살 것 같은데 오전 10시만 넘으면 그야말로 뜨거운 태양이 강렬하게 내리쬔다. 코로나19 시대 필자의 일상의 시작은 아침 일찍 일어나면 집 주변의 쓰레기와 화단 잡초를 뽑는 일이다. 단연 담배꽁초와 일회용 커피잔, 음료수 캔 그리고 마스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기에 접어들면 잡초는 하루가 멀다고 자라니 그냥 뽑는 수밖에 없다.
아파트에서 살다가 주택가로 이사를 와서 매일 아침 필자 집 주변의 쓰레기를 줍는데 인근에 동네 경로당과 성당이 있어서 어르신들께서 가볍게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드리곤 한다.
최근에는 목소리가 크신 어머니께서 경로당으로 들어서면서 “어따~~~ 요 옆집 아저씨가 우리 경로당도 청소해불고 인사도 잘허신당게~~~ 머하요 우리도 나가서 쓰레기도 줍고 운동 헙시다~~~” 라고 하자, 잠시 후 네 분의 할머니들께서 나오시더니 집 앞 어린이공원의 쓰레기를 줍고 다니신다.
필자는 이미 쓰레기 줍기를 마치고 어린이공원에서 아침 운동을 하며 허공에 발차기를 하고 있는데 한 어머니께서 “아따~~~ 젊은 양반이 좋은 취미를 가지셨소야~~~” 하며 부러워하신다. 요즘은 공공근로자들께서 공원 청소를 하시지만, 할머니들께서 가끔 이렇게 청소를 해 놓으시면 아침 동네 분위기도 맑고 한층 깨끗해서 기분이 덩달아 좋아진다. 아침 청소가 끝나면 집에 올라와 찻물을 끓이고 아내와 아침 찻자리를 갖는다. 아침 찻자리를 하면서 약 한 시간 동안 우리 부부는 많은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하는 일은 거의 없다. 아침에 시작하는 작은 쓰레기 줍기로 시작하는 나의 아침은 아침 운동과 찻자리로 이어지고 가족들과의 기분좋은 아침식사는 코로나19 시대를 이겨나가는 소확행 생활이다.
요즘 자기 상가 앞 쓸기 운동이 한창이다.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하지만 가게가 끝나고 자기 가게 앞을 깨끗이 치워주면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도 한층 기분이 좋을 것이고 손님도 더 찾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길가의 담배꽁초와 각종 쓰레기는 주택가의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웃 간에도 서로 눈도 안 마주치려고 하고, 옆집 개짓는 소리가 듣기 싫다고 경찰에 신고하고, 층간소음 때문에 살인까지 저지르는 세상이지만 내가 먼저 눈을 부드럽게 하고 미소를 지으며 눈인사를 건네면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고 굳었던 마음들도 자연스럽게 부드러워질 것이다. 비단 큰 자선 기부를 한다거나 릴레이 캠페인이 아니더라도 작은 선한 영향력은 내가 사는 주변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 웃음 강의를 하면서 느끼는 건데 웃기는 상황이 아니어도 강사의 웃음소리에 참석한 분들은 모두 빙그레 웃음 지어진다. 웃음 바이러스는 감기바이러스보다 30배 이상,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수십 배의 전염성이 강하다. 그 즉시 웃음이 나오기 때문이다.
비대면 일상이 늘어나고 바이러스 감염 위험 때문에 스킨쉽도 줄어들면서 가상세계(메타버스)로의 전환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 인간의 정서적 고립은 심화되고 있다. 얼마 전 우스갯소리로 한 여인을 사랑했던 남자가 그 여인에게 400여 통의 편지를 썼는데 한 통의 답장도 받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그 여인의 결혼식 소식을 들었다. 400여 통의 편지를 쓴 그 남자의 사랑을 전해 주던 우체부가 그 여인과 결혼을 하게 됐다. 결국, 400통의 연애편지를 쓰는 것보다는 한 번의 만남이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웃지 못할 이야기다.
그동안 좋은 인연으로 만났던 지인들의 병환 소식이나 죽음을 두고도 가보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는 슬픈 현실 속에서 내 주변의 작은 소소한 소확행으로 마음의 위안을 삼아본다.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요즘의 정치적 분위기는 마치 주변 화단이나 담벼락의 구석진 곳에 버려진 많은 양의 담배꽁초나 쓰레기들처럼 숨기기 바쁘고 내로남불의 상황 같다. 동네 한 바퀴 돈다는 마음으로 주변을 걸으며 작은 선행을 통해 아름다운 꽃이 고개를 내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자. 코로나19 시대 작은 행복을 만들어 가는 것은 동네 한 바퀴 돌면서 만나는 작은 꽃 한 송이와의 만남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