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테클을 걸때 테니스로 위기를 극복한 김영준 작가
나전칠기 명인 김영준(58) 작가를 처음 만난 곳은 작년 12월 육사 실내테니스장이었다.
그가 건네준 명함 뒤편에는 자개로 만든 매화 문향의 엑스박스와 교황과 의자사진이 나란히 찍혀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검색해 보니 전통공예 중 나전칠기를 현대적 조형과 아름다움으로 발전시킨 유명한 작가였다.
2008년 빌게이츠가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선물한 1억원짜리 X-Box를 제작하고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앉을 의자를 만들어 대한민국을 놀라게 한 명인. 그 작가의 인생이 궁금해 지난 2월 4일 ROTC 20기가 모여 운동하는 경인교육대학교 테니스 코트에서 다시 만났다.
나전칠기보다 테니스가 더 어려워 대학 때부터 시작한 테니스를 다시 배우고 있다는 김영준 명인은 차가운 날씨에도 땀을 흘리며 볼을 쫒고 있었다. 인생이 테클을 걸때마다 위기를 극복하게 해 준 것은 테니스였다는 분. 테니스를 통해 상상력이 탄탄해 지고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수년씩 걸리는 그 고단한 작업을 해 나갈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고 했다. 한마디로 테니스는 창조의 도우미였다. 정적인 예술과 동적인 테니스, 쉽게 상상이 안가는 조합이나 김 작가의 인생 스토리는 들을수록 놀라웠다.
테니스 30년 역사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일은 ?
젊은 시절 나는 증권사의 애널리스트였다. VIP고객을 상대하고 매주 방송에 출연할 정도로 유명했지만 10년 만에 잘나가던 직장을 접었다. 그 당시 일본 작가가 쓴 '인생 이모작'을 읽었는데 평생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야하는 증권맨으로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때부터 제2의 인생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직장을 그만둔다고 하자 초등학생과 미취학 상태인 두 딸 때문에 아내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가족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나전칠기와 전통 자개 공예에 현대식 디자인을 접목하기 위해 미국과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으로 가 공부를 했다. 미래를 위한 임팩트 투자로 모든 재산이 다 사라지고 여러 차례 이혼 위기를 겪었다. 나전칠기 공부한지 10년 만에 직원들을 다 내보내고 매장 문을 닫아야 하는 어려움에 처했다. 그때 나를 지켜 준 것이 테니스였다. 종일 택시 운전을 하고 저녁에 레슨을 받았는데 그것은 신세계였다. 여직 알지 못했던 새로운 영혼을 얻은 듯,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자개장롱과 나전칠기를 선택한 이유는?
어린 시절 미술에 소질이 있어 선생님이 미대를 권유했지만 70년대 당시 강원도 철원에서 대학을 간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그 시절엔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 취직이 잘 되는 대학을 가야만했다. 늦게나마 열심히 잘할 창의적인 무엇을 찾고 싶었다. 자개의 황홀함에 눈을 뜬 것은 친구가 경영하는 가구공장을 가 본 후 부터였다. 우연히 자개를 접하고 그 매력적인 빛에 반했다. 전통공예인 자개장이나 나전칠기는 사양산업이다. 하지만 주식격언에 있는 말처럼 남이 가는 반대 방향에 ‘꽃길’이 있음을 늘 가슴에 새겼다.
빌 게이츠는 어떻게 인연이 되었는가?
프랑스 파리에서 전시할때 빌게이츠가 내 작품을 구입하고 그 다음해에 자기가 만든 게임기 X-Box에 자개로 작품을 만들어 줄 것을 다시 주문했다. 그 중 한 개를 빌게이츠가 우리라나를 방문했을때 이명박 대통령께 선물을 한 것이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 나전칠기 작품을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할때 거꾸로 선물로 서서 들고 왔으니 한편으로는 참으로 아니러니 한 일이기도 하다.
미술 전공도 아닌데 이 분야에서 어떻게 우뚝 설 수 있었나?
현대화가 해답이다. 정통기법을 계승하기보다 현대미술 및 예술가구로 승화시켰다. 까만 자개장롱이 아닌 컬러 자개를 개발해 특허를 냈고 자개로 현대미술, 그것도 추상화를 하고 도자기도 만들었다. 호텔 욕실, 호화 유람선과 요트, 화장품 케이스등 다양한 협업작품을 진행 중에 있다.
테니스를 다시 시작한 계기는?
빌 게이츠가 엑스박스를 주문한 이후 갑자기 유명해져 운동할 틈이 없었다. 그러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깨달았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처럼 성공한 분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부와 명성보다는 건강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레슨을 시작하고 가급적 자주 코트 장을 찾는다. 테니스와 예술인생은 닮은꼴이다. 욕심 부려서도 안 되고 늘 평정심을 유지해야하고 한 포인트에 집중하듯 매 순간 정성을 쏟아야 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테니스로 땀을 흘린 날에는 능률이 배로 향상된다. 최근에는 이기려는 생각보다 상대에게 계속 받으라고 대 주다보니 에러가 줄고 승률이 높아 졌다. 즐기면서 하는 테니스는 창작의 고통을 덜어주고 나전칠기 작업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다.
미래의 꿈은 무엇인가?
겔러리 카페와 그 앞에 테니스 코트를 만들고 싶다. 단순한 테니스 코트가 아니라 운동을 마치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아름다운 코트를 만들기 위해 장소를 물색 중이다. 특히 샤워 실에는 자개를 이용해 영롱한 빛이 투영 되도록 예술적 감각을 살려 만들 생각이다. 탁자부터 실내장식까지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예술적인 자개작품으로 만들 겔러리 카페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나전칠기를 배우려는 학생들을 후원할 생각이다.
현재 이화여대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김영준 작가는 눈빛이 자개만큼이나 반짝였다. 작업하다가 왼쪽 어깨를 다쳐 테니스 하기가 힘든 상태지만 조만간 회복되는 대로 한 게임 하자는 제안을 해 왔다. 테니스가 예술혼을 더욱 뜨겁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안 날이다.
약력
김영준
1958년 강원도 철원출생
국립강원대학교 학사
1984 -1994 동서증권.동서경제연구소 차장
국립서울과기대 디자인 석사
이태리 도무스아카데미 수료
신지식인. 신창조인.대한민국명이 도전하는 한국인 선정
대한민국 명인
현 이대 디자인대학원 크라프트디자인 전공 초빙교수
개인전 27회. 상설전시 영국한국문화원.
2016 10-11월 캐나다한국문화원 개원 기념 개인전
2015평창비엔날레 초대작가
글 사진 송선순
영하의 기온으로 쌀쌀했던 2월 4일, 경인교육대학교 경기캠퍼스에 모인 녹성20테니스회를 방문했다. 녹성20테니스회는 베이비붐 세대에 태어난 1958년생과 1959년생이 주축을 이루는 ROTC 20기들이 모이는 테니스회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다면 첫째 학군사관후보생(ROTC) 출신이라는 것과 테니스를 취미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운을 뗀 이광준 회장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ROTC는 글로벌 지구나 마찬가지다. 육해공군이 따로 없고 대학불문,다양한 전공분야가 있어 글로벌이다”며 “만나면 매우 시끄러우나 우리끼리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도와 윈윈할 수 있는 모임이다”고 전했다.
매 달 첫째 주 토요일 오후에 모이는 이 녹성20테니스회는 2001년 총 16명으로 발족했다. 현재 회원 70명, 대한민국 ROTC 전체에서 가장 활발한 테니스회로 성장했다.
임성하 창단 멤버는 “녹성(綠星)이란 ROTC 출신들의 초록색 에메럴드 반지를 한문으로 바꾼 것이다”며 “부모님이 돌아가시지 않는 한 일년내내 빠지지 않는 열성분자들이 위기 때마다 견고하게 버텨줘 오늘 이렇게 튼튼한 클럽으로 번성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사업가 교수 예술가 등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 모임의 또 다른 특징은 부부가 함께 모인다는 것. 순번제로 돌아가는 당번 차례가 되면 부인이 직접 점심준비를 하고 간식까지 손수 장만해 회원들의 입을 즐겁게 해 주는 완벽한 내조의 여왕들이 함께 하고 있다.
최준 회원은 “ROTC 동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학 선후배, 지역, 출신학교, 문화등이 달라도 용광로처럼 녹여버리는 대단한 커뮤니티다”며 “35년전 ROTC때 몰랐어도 코트에서 처음 보는 순간 수십 년 지기처럼 말을 틀 수 있는 좋은 사회 안전망이 형성된다”고 전했다.
경기 운영도 철저하다. 송태웅 경기이사는 회원들을 실력별로 네 그룹으로 나눠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한다. 그 후 매 달 성적에 따라 강등자를 가려 다음 달 경기에 반영한다. 또 5월에는 회장배를, 10월에는 대한민국 20기 ROTC는 모두 다 출전할 수 있는 청동기 회장배를 개최해 참여의 폭을 넓히고 있다.
민경훈 회원은 “이 모임의 가장 어려운 일은 조직의 안정을 위해 왕세자를 빨리 책봉하듯 차기 회장이 될 수석부회장을 뽑는 일이다”며 “경쟁이 치열한 만큼 이 모임에 얼마나 봉사를 하고 기여도가 높은지가 선정 기준이다”고 했다.
정규 모임 날이면 먼 길 마다하지 않고 각 지방에서도 달려오게 하는 마력. 만난 지 수십 년이 흘렀어도 곧바로 오랜 친구처럼 되어버리게 하는 이 모임의 소프트웨어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해병대 못지않은 ‘동기애’란다.
문무를 겸비한 장교 출신들답게 온라인 오프라인 모임 모두 활성화 되고 있음을 전하는 회원들이 대부분 은퇴시기에 놓인 60 전후의 세대라고는 상상이 안 갈만큼 에너지가 넘쳤다. ROTC, 정말 해볼 만하다!
임원
14대 회장 이광준
수석 부회장 정은택
부회장 양재웅 최병웅 전성권 노향선 감사 박노승
사무총장 송준형 이만근 김영준
경기이사 김영 김영준
홍보이사 임성하
고문 장희섭(13대 회장)
자문위원 임성하 박노승 송태흥 오병일 김진택 한상현 한영수 권병선 정연구
글 사진 송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