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과 포교하는 사부대중 Ⅱ
백장암 행선스님
글 전현자 (본지 한국취재기자)
자애로운 리더, 주지 행선 스님
기자 단체의 책임자를 리더와 보스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어떤 수행을 하셨기에 훌륭한 리더가 되셨는지요?
주지스님 스스로 리더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관세음보살! 리더라 하니 부끄러운 마음이 너무 크네요.
기자 겸손하신 말씀에 더욱 진정한 리더라고 생각됩니다.
주지스님 관세음보살!
기자 기와불사도, 입학이나, 소원성취 등 어떤 기도도 없고 오직 정진하시는 선방 스님들께서 수행하시고 법회만 하시는데 절 운영은 어떻게 하시는지요?
주지스님 백장암 운영을 걱정 해 본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수행하시는 스님들 일곱 분오시면, 일곱 분드실 공양이 들어오고, 열분 오시면 열분 드실 공양물이 들어오기 때문에 걱정 할 일이 없습니다.
기자 여러 가지로 살림에 경비가 많이 들 것 같습니다.
주지스님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스님들께서 수행하시는 뒷바라지에 어려움은 없었다고 기억됩니다.
기자 선방에 수행하시는 스님들께서는 어떻게 생활하시며, 수행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주지스님 기본 수행은 물론이고, 법담탁마, 포살 ,자자를 하면서 수행하십니다. 총림에는 포살을 보름마다 하는 것으로 압니다. 제방에서는 한 철에 한 번은 하며, 본사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전에 나타난 것을 보면 부처님 당시 부처님께서 하셨듯이 승가가 어울려 살 때는 포살을 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포살을 통해 계율을 점검하면서 수행생활을 살피게 되는데 마음의 청정을 회복하게 되고 수행에 도움이 되어 하고 있습니다.
기자 백장선원은 선불교를 실천하는 곳으로 압니다. 선원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토대로 한 가르침을 수행하십니까?
주지스님 스님들께서 안거를 방부하실 때 백장선원의 청규를 숙고하시고 동의하심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기자 선방에는 빔 프로젝트가 설치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주지스님 네.
기자 선방에 빔 프로젝트가 왜 필요한지요?
주지스님 법을 탁마 할 때 빨리어를 번역한 한글 번역본으로 공부를 합니다. 번역한 분에 따라 내용이 다를 수 있기에 비교해가며 공부를 하고 때로는 영어본이나 일본어 본을 통해서 확인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에 빔 프로젝트는 매우 훌륭한 도구입니다.
기자 스님의 은사스님은 누구셨습니까?
주지스님 구산 큰스님 다음으로 송광사 방장을 하신 회광, 일각스님이셨습니다.
기자 스님은 누구십니까?
주지스님 은사스님으로부터 행선이라는 법명을 받은 행선(行禪)입니다. 갈 행(行)자에 참선 할 선(禪)자로 행동하는 참선이라 써 주시고 설명해 주시기를 “앉아서만 하는 참선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예불하고 공양하고 경 읽고 도량 쓸고 오시는 분들 맞이하는 일 거수 일 투족에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참선을 하는 것이다.“라고 방장실에서 써 주셨습니다.그 법명을 받고 너무 기뻤습니다.
기자 법명대로 사시니 더욱 훌륭하십니다. 미주현대불교 대표님과 잠깐 들르러 왔을 때도 차 한 잔 마시고 가라시며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또 돌아가시는 분들을 위해서 주차장까지 나오시어 떠나시는 모습을 지켜봐 주셨습니다.
주지스님 과한 칭찬입니다. 백장암 오기 전에는 선원에 다녔습니다. 법명과는 반대로 좌선(坐禪) 일변도로 살았다고 하겠습니다. 백장선원에 와 살게 되었을 때 주지자리가 공석이었습니다. 대중스님들께서 주지를 권하셨고 같이 살려면 누구라도 주지를 맡아야 하니까 마음을 내서 하게 되었습니다. 오래전 삼척 천은사에 살았을 때였습니다. 월정사 말사인 천은사 대중은 해제 때 월정사에서 해제 법문을 듣습니다. 법문을 들으러 갈 때, 강원대학교 총장을 지내셨던 거사님 부부의 차로 가게 되었습니다. 거사님께 제가 질문을 드렸습니다. 재가 불자님으로써 스님들께 해 주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거사님께서 말씀 하시기를 “절에 계실 때 어떤 사람이 법당에서 절 올리고 나오면 불자일 것이니 스님께서 차도 한잔 주며 맞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 때는 주지할 생각이 없었기에, 만약에 주지하게 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고 답을 하였습니다. 이듬해 바로 여기 백장암에 왔는데 실천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간혹 이런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스님, 절집 문턱이 높아요” 그 말씀도 마음에 새기다 보니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특별히 봐주는 군요.
기자 스님께서는 낮게 존재하시며 마주하는 사람을 드러나게 해주시고 계시니 참 훌륭하십니다.
백장선원 입승, 허정스님!
기자 백장선원의 입승스님으로써의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허정스님 한국불교에는 훌륭한 도인 한 분 보다는 훌륭한 승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백장암의 가풍은 2016년에 시작하였는데 2019년에 정식 청규를 만들어 회주스님이신 도법스님께 보여드리고 완성하였습니다. 청규를 잘 만드는 자체가 백장선원 체제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일입니다. 매 안거 시작할 때는 청규를 합송하고, 매주 목요일 8시에서 10시 사이에 법담탁마 할 때는 육화경(六和敬)을 합송하고 토론을 시작합니다. 맨 마지막 탁마시간에 대중의 도움으로 청규를 수정하고 수정된 청규는 ‘2022년 하안거에 수정’이라고 명시해 놓습니다.
기자 대중과의 온전한 합의가 쉽지 않을 수 있는데 대단하십니다.
허정스님 처음 백장선원에 왔을 때 여섯 가지로 화합하는 가르침인 육화경(六和敬)도 한문으로 된 것을 쓰고 있었는데 꼬삼비경에 나오는 육화경(六和敬)은 내용과 순서가 다릅니다.
한문 육화경은 “① 몸으로 화합함이니 함께 살라(身和共住). ② 입으로 화합함이니 다투지 말라(口和無諍). ③ 뜻으로 화합함이니 같이 일하라(意和同事). ④ 계로 화합함이니 같이 수행하라(戒和同修).⑤ 바른 견해로 화합함이니 함께 해탈하라(見和同解). ⑥ 이익으로 화합함이니 균등하게 나누라(利和同均)”입니다. 꼬삼비경(M48)의 육화경(六和敬)은 “여기 비구는 동료 수행자들이 앞에 있거나 없거나 그들에 대해 ①몸으로 자애롭게 행동한다. ② 입으로는 자애롭게 말
한다. ③ 뜻으로는 자애를 유지한다. ④ 계를 지키는 수행자들과 공양물을 평등하게 나눈다. ⑤ 삼매로 이끄는 계를 갖추어 머문다. ⑥ 괴로움의 소멸로 이끄는 바른 견해를 구족하여 머문다. 비구들이여, 이 ‘기억해야 할 여섯 가지 법’은 사랑스럽고 존경할 만하고 승가의 분쟁을 없애고 물과 우유가 섞이듯이 조화와 화합을 가져온다. 이 중에서도 괴로움의 소멸로 이끄는 바른 견해를 구족하는 것이 최상이고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것이다.”라고 되어있습니다.
기자 스님, 참으로 훌륭한 가르침이십니다. 이 가르침대로 살면 출가 스님들만이 아니라 가정이나 국가들이나 우주가 다 화합하며 행복하게 살 것 같습니다.
허정스님 저도 그러리라 믿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한문본의 ‘몸으로 화합함이니 함께 살라(身和共住)’라는 가르침을 따라서 큰 방에서 대중스님들이 같이 생활하는 것으로 이해하여왔고 그것을 ‘장판 때 묻힌다’.‘중물 들인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공주(共住)는 큰방에서 공동생활하라는 말이 아니라 동일한 결계(結界)안에서 사는 것을 말합니다. 스님들이 안거(安居)를 할 때 주로 강이나 산을 기준으로 경계를 정해서 그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데 그 경계를 정하는 것을 결계(結界)라고 합니다. 그 결계 안에서 스님들은 홀로 꾸띠(개인 수행처)에서 머무는 것이 공주(共住)의 뜻입니다. 이처럼 공주(共住)를 잘못 해석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닌 것을 부처님 가르침인 것처럼 착각하고 살아왔습니다. 꼬삼비경에는 신, 구, 의, 계, 정, 혜 순서로 되어있는데 특히 강조하는 것은 바른 견해입니다. 한문본 육화경(六和敬)은 순서도 없고 강조점도 없습니다. 저희들이 육화경(六和敬)의 근본 의미대로 바른 견해를 얻기 위하여 일주일에 한 번식 토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자 경전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는 지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습니다.
허정스님 일주일마다 토론하게 된 것은 상윳따니까야에서 부처님께서 아누룻다와 난디야, 낌발라 존자에게 어떻게 지내는가를 물으셨습니다. 아누룻다 존자는 “저희는 일주일마다 밤을 새워 토론합니다.”라고 대답하였고 저희들도 부처님 당시 제자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일주일에 한 번씩 토론합니다.
이번 하안거 동안에는 행복경, 보배경, 자애경, 초전법륜경들을 윤문하여 ‘백장암 독송집’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또한 둘째, 넷째 토요일마다 해왔던 정기법회가 코로나 사태로 중단되었었는데 이번 안거부터는 정기법회를 복원하여 스님들께서 차례대로 법문하시게 되었습니다. 선방의 스님들이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서, 정기법회를 여는 것은 기존 한국선방에서 하지 않는 신선한 뉴스라고 생각합니다. 백장선원의 가장 특별한 것은 다양한 수행법을 모두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팔정도 수행자, 자본 스님.
기자 백장암에는 얼마 동안 사셨는지요?
자본스님 2020년부터 살아서 4년이 되어 갑니다.
기자 다른 선방에서도 지내 보셨습니까?
자본스님 여러 선방을 다닌 것은 아니나, 다른 선방에서 오래 지내기도 했습니다.
기자 백장선원의 특별함은 무엇입니까?
자본스님 초기불교 교학이나 수행에 뜻이 있거나 관심이 많은 스님들께서 주로 오셔서 안거를 하시
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청정화합 승가를 잘 확립해가자는 취지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포살, 자자, 수행, 법담 탁마를 통해 부처님 당시의 수행 전통을 현대에 맞게 이어나가려는 노력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스님께서 백장선원을 선택하신 것으로 생각되네요.
자본스님 네, 기존의 전통 선방과는 다른 참신한 형태이며, 수행하기에 여법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스님의 수행 방식은 어떤 것입니까?
자본스님 니까야를 소의경전으로 팔정도 수행, 즉 계정혜 삼학을 닦습니다. 특히 삼매와 지혜의 바
탕이 되는 지계, 감각기능 단속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자 스님의 스승은 누구십니까?
자본스님 부처님이십니다. 책을 통해서이지만 달라이라마 존자님, 아잔 차, 아잔 브람, 아날라요 스
님도 제 스승이십니다.
일시: 2023년 10월 30일
장소: 백장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