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푸른하늘여행이라는 ID로 활동하고 있는 여행 블로거이다. 일상이 여행인 여행블로거이니 가족들과도 자주 여행을 떠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가족들의 일정이 저마다 바쁘다 보니 시간 맞추기가 결코 쉽지 않다.
맛있는 먹거리와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여유의 문화가 공존하는 대전.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다녀온 대전여행의 감동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나라 중심에 자리 잡고 있어 전국 어디에서든 방문하기가 용이한 대전은 서울에서도 기차를 이용하 는 것이 편리하다. 출·퇴근이나 출장이라면 KTX가 편리하지만, 여행이라면 낭만적이고 가격도 저렴한 무궁화호가 제격이다. 서 울서 대전 가는 무궁화는 하루 18회 운행되고 있으며 요금은 1인 1만 600원, 두 시간이 소요된다.
소제동 골목, 성심당, 으능정이 거리, 대동 하늘공원의 감성 힐링
대전의 첫 번째 여행지는 소제동 골목길이다. 몸과 마음이 지쳤다 싶을때 일상을 치유하는 감성여행지로 추천할 만한 곳이다.
대전역 동광장 출구로 나와 작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그 끝에 닿은 골목들이 이어진다. 그곳이 바로 소제동이다.
작은 동네지만 여러 겹으로 난 골목마다 감이간다. 데 군데 빈 집도 보이고 그 흔한 벽화 하나 보이지 않지만 70년대의 향수나 감성을 사진으로 담기에 적당한 장소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밥 때가 되었다. 보통 밥을먹으러 대전역 길 건너나 중앙동으로 가면 되는데 대전역 바로 옆에있는 중앙시장을 구경하면서 걸어가는 코스를 택했다.
중앙시장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다. 시장안 에는 변방갤러리라고 불리는 작은 전시공간이 있다. 무심코 들어간 시장 골목길에서 만나는 예술 작품들은 신선했다.
중앙시장 바로 앞에 있는 하얀색 다리가 대전 원도심의 상징인 목척교다.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을 통해 여러가지 색깔로 변신하는데 아이들이 우주선 같다며 좋아했다.
대전천변에 있는 식당 소나무집. 50년 넘게 한 가지 메뉴만을 고집하는 집이다. 대전에는 이집 외에도 장인정신을 가지고 20년 이상 영업을하고있는집들이많이있다. 20년 단골인 소나무집을 가기로 했다.
주인장 할머니와 따님, 며느리까지 3대가 한 집에서 5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다.
메뉴판엔 오징어국수 단 하나, 보조메뉴로 사리와 공기밥이 있을 뿐이다. 오징어를 매콤하게 양 념으로 해서 나온 국수는 1인분 4,000원, 10년 넘게 같은 가격이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어지지않을 정도다.
천원짜리 사리를 추가해 주문했다. 사리를 먼저 먹은 후 공기밥을 시키면 맛나게 비벼준다.
깜짝 놀랄만한 맛은 아니지만 가격 대비 훌륭한 한끼 식사다. 무엇보다 일가족이 함께 운영하므로 모두가 친절하고 특히 주인장 할머니가 시골 외할머니같이 반갑게 맞아준다. 단 매운 것을 못먹는 사람에게는 비추천이다.
두 번째 여행지는 성심당이다. 대전역 맞이방에서는 언제나 고소한 빵 향기가 난다. 성심당 분점이 대전역사에 있기 때문이다. 대전에 도착하거나 돌아갈 때 이곳에서 편리하게 대전의 명물인 성심당 빵을 살 수 있다.
금방 밥을 먹었는데도 아이들은 빵을 먹으러 가자고 졸라댄다. 성심당 본점은 중앙로에 있다. 대전역에서 전철을 타면 한 정거장 거리지만, 중앙시장을 구경하면서 걸어가도 15분 이면 된다.
본점 바로 근처에 성심당 케익부띠끄 분점이 있다. 케이크는 본점에서 팔지 않고 여기에서만 판매한다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에서 시작된 성심당은 현재 대전의 문화브랜드가 되었다. 간판에서부터 자신감을 뛰어넘는 굉장한 자 부심이 느껴진다.
성심당에서는 빵을 시식할 수있는 시간이 자주 있어서 빵을 먹어보고 고를 수 있는장점이 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해서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리면서 시식하는 대부분의 빵을 먹어 보았다.
전국 5대 빵집 답게 빵 종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모든 빵들이 다 맛있지만 성심당에서 가장 인기있는 빵은 단연 튀김 소보로이다.
고구마 소보로가 새로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튀김 소보로를 따라가지는 못한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도 이 빵이 가장 맛있다고 했다.
성심당에서 두 번째로 인기있는 빵은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추빵이다. 튀김소보로와 부추빵은 따로 세트메뉴를 판매 하는 공간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특히 튀김 소보로는 1980년 5월 20일 출시된 이후로 처음에는 번호표를 받고 1인당 3개씩 만 팔았던 인기 상품이다. 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아직까지도 성심 당의 대표빵으로 손꼽힌다.
성심당에서 세 번째로 인기있는 빵은 아이엄마가 선택한 먹물빵이다. 이 빵은 여성들이 특히 좋아하는 빵으로 알려져 있다.
성심당 바로 옆에는 으능정이 문화거리가 있다.대전에 사는 지인이 적극 추천한 곳이기도 한데, 대전역에서 충남도청 사이 중앙로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어서 찾아가기도 쉽다. 으능정이란 은행나무골이란 뜻으로, 예전에는 큰 은행나무가 많이 있었다고 한다.
스카이로드라는 높은 구조물에서 영상이 나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곳에서 주말에는 다양한 공연이 열리는데 천장은 비를 막아주는 용도 외에도 저녁 6시부터 화려한 영상을 접할 수있으니 한 번은 꼭 가볼만한 명소다.
이 부근의 길거리음식들은 환희 그 자체다. 1996년부터 새로운 문화행사를 끊임없이 개최하고 다양한 길거리 노점상들이 생겨서 청소년들이 즐겨찾는 문화의 거리로 자리 잡았다. 언제 주말에 시간을 내 공연을 보러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전에서 가 볼만한 여행지 세 번째는 대동하늘공원이다. 대전의 원도심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마을에 벽화가 그려진 2007 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로맨틱한 야경이 있는곳으로 데이트를 하는 젊은 커플들이 한 번쯤은 거쳐 가는 사랑의 명소라고 한다.
새로울 것이 없는 모든 것들이 감동과 환호로 다가왔다. 우리가 보았던 하늘, 우리가 누볐던 골목길, 그리고 벽화.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 마주할 때마다 묘한 감동과 열렬한 환호성이 일어났다. 그런 감성을 느끼고 나니 대전여행이 더욱 사랑스러워졌다.
김민철의 <모든 요일의 여행>이라는 책에 ‘집 나가면 몸이 고생이다. 하지만 집을 나가지 않으면 마음이 고생이다’라는 문구가 있다. 여행을 통해 이렇게 정겨운 곳을 접하게 된다면 적당한 방황과 고생, 그리고 낯섦, 그 모든 것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고 몸과 마음 또한 건강해지게 된다.
대전 여행에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접한 풍경은 대동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대전 원도심의 야경이다.
아이가 물었다. “아빠! 저기에는 누가 살아?” “글쎄, 누가 살까?” “어린왕자랑 여우가 살 것 같아!” 얼마 전에 어린왕자를 읽더니, 아이의 눈에는 대전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졌나 보다.
대전의 진정한 매력에 빠진 우리 가족의 여행은 대전 곳곳의 명소와 맛집, 아름다운 야경으로 감성적인 힐링이 되어 삶의 활력이 되었다.
▲위 글은 '제1회 대전시 블로그 공모전 수상작(최우수)'입니다. 원문(대전여행-가족과 함게 기차타고 떠난 대전 여행)은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