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화 필요 “환자에게 단계별 치료계획 제시하며 신뢰도 높여”
한의원 매출신장의 돌파구로 특화진료를 표방하는 곳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물론 특화진료를 위해 새로운 치료기술을 습득하고 임상에 적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 타 한의원과 차별화된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알레르기 질환 진료 역시 많은 한의사들이 관심 갖고 특화진료에 뛰어들고 있고, 같은 치료기술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어느 곳은 환자가 많고 어느 곳은 적고 천차만별이다. “이 같은 차이는 자신이 가진 기술을 어떻게 보여지게 만드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며, 기술의 시스템화를 강조하는 남상천한의원 정철 원장(43)을 만나보았다.
- 알레르기 질환 진료를 하게 된 동기는? 99년 개원 시 아토피를 블루오션으로 보고 아토피 및 비염 천식 등의 알레르기 질환을 다루게 됐다. 물론 지금은 알레르기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한의원이 많지만 당시 강남에서는 네 군데 정도가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특화진료를 하고 있었다.
알레르기 질환을 치료하는데 주로 면역약침을 사용한다. 면역약침의 원리는 ‘수승화강’으로, 즉 차가운 기운을 올라가게 하고 뜨거운 기운은 내려가게 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한의학 원리 중 하나이다.
인체가 어떤 문제 혹은 스트레스를 마주하면 위는 뜨거워지고 아래는 차가워지게 되는데, 약침은 수승화강의 원리를 통해 면역력을 증가시켜줌으로써 질병을 치료한다. ‘이 환자가 뭐가 부족할까?’라는 생각으로 진료하고 ‘어떤 약으로 어떤 경락에 쓸 것인가’의 핵심이 면역약침 치료이다. 대부분 약침을 사용하긴 하지만, 비염의 경우에는 젤리타입의 외용약을 코의 점막에 발라주기도 하고, 아토피의 경우 가려움을 예방하고 보습효과를 주는 약을 바르기도 한다.
- 알레르기 질환에 대한 한의학적 접근의 장점은? 한의학적 접근의 장점은 장기적으로 우리의 몸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도록 하는 원리로부터 시작된다. 기간으로 본다면 양방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지만, 몸의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춰줄 수 있다. 알레르기 질환의 경우 양방에서 치료를 받다가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대부분은 오랫동안 양약을 먹고 일시적인 효과를 보긴 하지만 지속적이지 못하고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결국에는 한방치료에 접근한다. 비염치료는 약 3개월 정도면 치료가 되지만, 아토피는 그동안 스테로이드 제제를 얼마나 써 왔는지에 따라 치료기간이 정해진다.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기 때문에 환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2주 정도 치료 후 스테로이드 반감기 현상이 오는데, 이때 환자 혹은 보호자와의 소통을 끌어내 치료에 대한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치료했던 환자 중에는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관리를 받은 환자들이 있고, 그 중 14년째 내원하는 환자도 있다. 이처럼 장기간 관리하는 환자에 대해 보람이 크다. 마치 내가 자식을 키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웃음)
- 특별한 환자관리 노하우가 있다면? 특별한 환자관리 노하우라기 보다는 진료시스템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의계가 전체적으로 힘들다고는 하는데, 그 중 30%는 매출 신장이 되고 나머지 70%는 그대로이거나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만약 매출이 줄어든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보는 것이 답이다. 이를테면 비급여 항목들로 메꾸거나 특화진료를 한다거나 등으로 말이다. 처음 개원 시에는 근처 한의원이 두 곳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9곳이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동네 환자들만으로는 경영면에서 힘들다. 그 때문인지 근처 한의원 9곳 모두 각자 특화진료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한의원만의 특징적인 진료는 동네 환자 뿐 아니라 멀리에서 소문을 듣고 내원하는 환자의 증가로도 이어진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환자의 한의원에 대한 충성도는 아주 높다. 그런데다가 ‘앞으로 어떻게 치료할 것이다’라는 치료계획서를 환자에게 제시하면 환자는 한의사를 신뢰하게 된다. 즉 우선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겠다 없겠다 구분이 첫 번째 판단이며, 일단 치료할 수 있겠다고 한다면 정확한 치료계획을 제시하고 환자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치료과정을 알려주며 전체 치료계획 중 어느 부분까지 왔는지 꼼꼼히 말해주는 등 소통을 끌어낸다. 그리고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음식섭취 및 생활습관에 대해서도 팁을 주는 등 세심하게 관리해준다. 그 과정 속에서 치료에 대한 환자의 신뢰도는 더욱 깊어진다. 정리해 말하자면 시스템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보약 환자가 줄어들고 치료의학으로 갈수록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치료에 있어서 A부터 Z까지 시스템화 되어있지 않으면, 환자들은 몇 번 내원하다가 지속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ABCD 각각 단계별 치료계획이 있다면 환자는 어느 상태인지 알고 또 어느 단계까지 가야 할지도 알기 때문에 치료에 대해 신뢰하고 지속할 수 있다.
- 면역약침에 대한 공부는 어떻게 하는가? 현재 대한면역약침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학회에서 후배들에게 약침을 가르치기도 하고, 새로운 약침을 만드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또 약침을 함께 공부하면서 임상토론도 자주 갖고 있다. 약침은 모든 부위 모든 질환에 응용해 쓸 수 있어 적용범위가 광범위하다. 때문에 관심을 갖고 공부에 참여하는 후배들도 많다. 학회에서는 기수별 30명 전후로 기수강의를 연 4회 정도 실시하고 있다. 그 외 보수교육은 6~8회 정도 진행하는데, 약침을 배우고자 하는 후배들이 보다 임상에 적용하기 쉽게 하도록 매뉴얼 작업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 한의계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어떤 조언을 들려주고 싶은가? 세상에는 잘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 안 되는 사람도 있다. 첫 번째로 긍정적 에너지가 필요하다. ‘안 돼’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잘 될 것’이라 생각하고, 내가 가진 기술들을 잘 활용해서 퍼즐을 맞추듯 잘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같은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A에게는 환자가 많고, B에게는 적을 수 있다. 그것은 같은 기술로도 어떻게 시스템화해서 환자를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신은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