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전당에서 '6월의 영화산책'으로 본 영화.
1955년 50살 감독이 1946년 41살 남자를 회상한다. 10년이 다 되어야 되돌아 볼 수 있는 그런 상처 같은 얘기가 아닐까.
이동진씨는 최고의 멜로영화라고 극찬을 했지만, 젊은 사람들이 이에 동의할 수 있을까. 50대인 나는 어느정도 수긍함.
전쟁을 겪은 40대초반 지식인 남자에게 세상은 자신의 뿌리를 내리고 자신을 키울 수 있는 긍정적인 곳이 아니다. 전쟁으로 남자는 황폐하고 혼란스럽다. 그리하야 생기는 외로움과 허무를 메꿀 수 있는 것은 남자의 본질적인 욕망이다. 남자는 자신을 좋아하고 자신도 좋아하는 여자(여주인공)와 자신이 책임져야 할 여자(부인) 사이에서 책임을 선택했으나 우유부단하다. 자학은 본능과 섞여지고 섭렵으로 이어진다. 떠돌이 구름처럼 이여자 저여자 옮아 다닌다. '여성'에게로 외연을 확장하는 남자의 사랑의 본능과, 한 남성의 속으로 깊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여자의 상처가 서로 충돌하며 또 이어진다. 영화 후반부를 보면 감독은 이런 남자에게 여자를 구원자로 생각하는 거 같다. 제목이 '부운', 대사 중엔 제목 언급이 없는데, 흘러가는 구름... 인생이 일장춘몽이라 하는데, 현실에 뿌리를 내릴 수 없는 당시의 피폐한 영혼, 그 영혼의 피폐한 사랑이 흘러가는 구름과 같다는 얘기 인가? 대답하는 영화가 아닌 질문하는 영화이므로 좋은 영화. 남자의 입장에서 남자를 본 남자의 영화가 아닐까? 남자가 여자는 구원자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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