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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말은 거짓말일까요? 우리주변 어딜 가도 공짜는 널려있습니다. 화장품가게에서 나눠주는 무료샘플, 지하철 역앞에 쌓여있는 무료 신문, 대형마트에 자리잡은 무료 시식코너들. 나아가 상품 로고가 새겨진 볼펜, 수건, 머그컵, 물병 등등 갖가지 물품들까지, 세상에 이렇게 공짜만 있다면 행복할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엄연히 따져보면 위의 '공짜'들도 진정한 '공짜'는 아닙니다. 바로 '판촉물'의 일종인 것입니다. 판촉이란 '여러 가지 방법을 써서 수요를 불러일으키고 자극하여 판매가 늘도록 유도하는 일'을 말하고, 판촉물이란 그러한 판촉을 위해 나눠주는 물품을 말합니다. 즉, 공짜라고는 하지만 나누어주는 입장에서는 엄연히 홍보의 목적을 가지고 나누어 주는 것입니다.
▲여러가지 종류의 판촉물
그렇다면 이런 무료 상품들을 어느정도까지 누릴수 있는 것일까요? 마트 정육코너의 시식용 고기를 싹 먹어치우거나, 무가지신문을 모두 수거해서 폐지로 내다 팔아도 될까요? 안된다면, 단순히 도덕적으로 안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 법이 제재하는 것일까요? 또, 법에 저촉된다면 어떤 범죄에 해당할까요? 이러한 모든 궁금증을 풀기위해 실제 사례를 들여다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 사례>
경기도 부천에 사는 이갑돌(가명)씨는 오늘도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바로 무가지(무료 신문)를 가지러 가기 위해서 입니다. "영차" 이갑돌씨는 있는 힘들다해 온 팔을 동원해 무료 신문을 한무더기 끌어안습니다. 순간, 신문사 직원이 나와 소리칩니다. "아저씨, 그거 당장 내려놓으세요. 그렇게 많이 가져가시면 어떡합니까? 저번에도 분명히 경고 드렸잖아요." 이갑돌씨는 표정하나 변하지않고 말합니다. "몇 부를 가져가던 무슨상관이야? 이건 어차피 공짜잖아."
결국 신문사는 이갑돌씨를 절도죄로 고소합니다. 절도죄란 무엇인지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 329조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절도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첫째는, 훔친 물건이 '타인의 재물'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타인이 점유하는' 타인의 재물이어야만 합니다. 점유한다는건 타인이 실질적으로 지배, 관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예를 들면 어떤 회사원이 상사와 다툰후 단순히 항의의 표시로 '자신이 직접 관리하던' 서류가방을 들고 나온 경우 타인(상사)이 아닌 자신이 관리하던 물건을 가지고 나온 것이므로 절도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또한 재물이란 민법상의 물건과 유사한 개념으로 '관리할 수 있는 유체물과 동력'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공중에 흩뿌려지는 전파를 절도할 수는 없지만, 전력공사 직원이 전기를 통제하여 자신의 지배하에 두었다면 절도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는 훔치는 행위를 '절취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입니다. 절취란 '타인점유의 재물에 대하여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점유자의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합니다. 즉 '타인의 의사에 반한 점유배제'와 '자신의 새로운 점유취득'을 요건으로 합니다. 예컨대 피고인이 동거중인 피해자의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가는 것을 피해자가 현장에서 목격하고도 만류하지 않고 놔두었다면, 의사에 반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절도죄가 되지 않습니다. 또 한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재물을 파괴해 버렸다면, 새로운 점유를 취득한 것이 아니므로 절도죄가 아닌 손괴죄에 해당합니다.
한가지 더 중요한 점은, 우리 판례는 절도죄의 주관적 요건으로서, '남의 물건을 훔친다는 고의(인식)와 권리자를 계속적으로 배제하고 남의 물건을 자기 것처럼 이용하려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갑돌씨의 사례에서는 과연 무료 신문이 무료임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재물'이라고 볼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그럼 이갑돌씨의 사례에 대해 법원은 어떻게 판단하였을까요? 법원은 무료 신문도 타인의 재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무료신문이라도 신문사가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본 것입니다. 법원은 ①신문사가 광고 수익 등 상업적 목적으로 비용을 들여 신문을 발행한 점 ②구독자에게 1부씩 골고루 배포되도록 직접 관리한 점 ③무료 배포는 구독자가 정보 취득 목적으로 최소한의 수량을 가져가는 것을 전제로 한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갑돌씨는 절도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전에도 직원으로부터 제지를 받은 사실이 있는데도 다시 25부를 가져간 점에 비추어 볼 때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범주를 넘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신문 몇 장부터가 절도인지는 모르겠으나 무료라고 막 가져가다간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점,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두번째 사례>
한 번화가 길거리, 한 화장품 점에서는 무료로 사은품을 나눠주는 이벤트가 한창이었습니다. 행사도우미는 매장 앞에 나와서 판촉용 화장 솔 겸용 볼펜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탁자에는 볼펜이 잔뜩 쌓여있었습니다. 손병호(가명)씨는 길을 지나던 도중 무료로 나눠주는 볼펜으로 생각하고 그 중 한 개를 집어들고 갔습니다. 그러자 도우미가 따라오며 말했습니다. "손님 그건 화장품 구매고객님께만 드리는 거에요." 손씨는 "나도 이 가게에서 화장품을 자주 구매한다."고 말했지만 도우미는 필사적으로 말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툼이 벌어져 손씨는 도우미에게 상해를 입혔습니다.
검찰은 손씨를 상해죄 뿐만아니라 절도죄까지 함께 묶어 기소했습니다. 이 사건은 대구지법 평택지원을 1심, 수원지법을 2심법원으로 하여 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각 법원의 판결 요지를 순서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손씨는 2천원짜리 볼펜에 손을 댔다가 졸지에 절도범이 될 뻔 했습니다. 이처럼 공짜라는 이유로 아무생각없이 손댔다가 혼쭐이 난 경우가 이 말고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다시한번 되새기며, 아무리 무료라고 하더라도 적당히 '자제'할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참고: 대법원종합법률정보, 생활법률해법사전(김용국)
- 대검찰청 블로그 기자단 7기 김영빈 -
출처 - http://blog.daum.net/spogood/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