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연극을 <졸업>의 마이크 니콜스가 영화화 짐작하듯이, 이 네명의 선남선녀가 얽히고 설켜 사랑하고, 미워하고, 배신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하는 게 사건이라면 사건이다. 사랑의 4중주이되 불협화음이다. 그런데, <클로저>가 해부도를 들이대는 것은 이 고전적인 내러티브 사이사이의 ‘쉼표’다. 여기에는 ‘왜?’라는 순진한 호기심보다는 ‘어떻게?’라는 잔인한 관찰의 욕망이 숨어 있다. 네명의 주인공은 ‘우리’를 대변하는 일종의 표본 집단이다. 우리는 위와 같은 상황에 ‘어떻게’ 맞닥뜨리고, ‘어떻게’ 반응하나. 일단 <클로저>를 ‘현대 도시 남녀의 사랑의 행태에 관한 보고서’라고 하자. 제법 무거운 숙제를 안아든 <클로저>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오랜만에 보는 정통 성인물이다. 달콤한 솜사탕 같은 사랑의 동화가 아니라, 배신과 상처와 질투와 후회 같은 독기 센 감정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말해지는 것’이 더 섹시하다는 평처럼 상당한 수위의 대사들로 가득 차 있다는 점에서. 네명의 주인공에게서 ‘우리’를 읽어내는 것은 전적으로 관객 자신의 몫이라는 점에서.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보면, <클로저>가 달콤한 솜사탕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할리우드표가 아니라는 점을 눈치챘으리라. 이른바 말 많은 정통 브로드웨이 연극 출신이다. 패트릭 마버가 원작을 쓴 <클로저>는 1997년 런던에서 초연한 이래, 뉴욕의 브로드웨이 등 전세계 100여개 도시에서 상연된 경력이 녹록잖은 경력의 연극이었다. 초연 당시, 런던비평가협회상과 뉴욕비평가협회 최우수 외국연극상 등을 휩쓸었다. 무대 위의 연극을 ‘망원경 관점’에서 스크린에 옮긴 것은 <졸업>과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의 감독 마이크 니콜스. 7살에 뉴욕으로 이민 와서 브로드웨이와 영화계를 넘나들며 40년간 작업해온 마이크 니콜스 감독은 이른바 ‘뉴욕 예술계’적 감성을 대변해왔다. 일관되게 탄탄한 시나리오와 대사에 기반한 문학성이 강한 작품들, 날선 대사와 도망칠 수 없는 상황들,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도 공감할 수도 없는 실존적 상황 속의 인간들이 그의 세계를 요약할 수 있는 말들이다. 지난해 골든글로브상과 에미상 등 미국 방송계를 휩쓴 화제의 HBO TV영화 <엔젤스 인 아메리카>도 그의 작품. 런던에서 태어나 뉴욕에 정착한 <클로저>는 정확히 이 계보 위에 서 있다. ※상기 내용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