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스페셜 481회
기획 : 윤미현, 연출: 장원준, 작가 : 양재희
방송시간 : 2009년 6월 12일(금) 밤 10시 55분
▶ 기획의도
바다가 변하고 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물 반, 고기 반’ 이던 우리 바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면서 이제 우리 바다는 ‘물 반 해파리 반’, 그야말로 해파리들 천국이 됐다.
해파리 떼의 습격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 피해 정도가 지나치게 심각하기 때문.
어민들이 쳐 놓은 그물에 해파리와 함께 물고기가 걸려들 경우 대부분이 해파리에게 눌려서 죽거나 아니면 독침에 쏘여 죽고 만다. 게다가 100Kg 남짓의 대형 해파리가 떼 지어 몰려들 경우 그물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피해는 뿐만이 아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바닷물을 끌어 들여 터빈의 열을 식히는데, 이때 해파리가 취수구에 걸려 막힐 경우 발전기가 멈추는 사고가 발생, 수 십 억원의 재산 피해를 유발하는 것.
여기에 여름철 해수욕장에서는 독성 해파리에게 쏘임을 당하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 이제는 어민 뿐 아니라 기반 시설, 또 일반인에게까지도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바다에 찾아오는 해파리는 어떤 종류일까? 또 해파리가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들을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MBC 스페셜>에서는 해파리 떼의 습격을 통해 우리 바다 환경의 변화를 살펴보고 더 늦기 전에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모색해보고자 한다.
▶ 주요내용 바다의 방랑자, 해파리
바다의 3월은 봄이 시작되는 계절.
무성하게 자라난 해초 뒤로 맨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무희나선꼬리 해파리. 마치 꼬마 유령을 연상케 하는 투명한 몸통. 하지만 녀석들은 바다의 암살자, 실처럼 가는 촉수에서 순간적으로 독침을 발사해 사냥을 한다.
해류를 따라 이리저리 흘러 다니는 해파리들.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해파리
를 ‘바다의 방랑자’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해파리는 대략 20여종으로 일부는 지나가는 객처럼 스쳐가고, 일부는 한동안 머문다.
하지만 해파리가 대량으로 출현하는 3월부터 바다에는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해파리 떼의 습격이 불러온 재앙
우리바다에서 어민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대표 것은 바로 노무라입깃해파리와 보름달물해파리다.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독성을 지닌 데다 무게만도 무려 100kg이 넘는 대형종.
크기도 어른 남성이 두 팔을 벌린 것과 비슷하다.
최초 발생지로 추정되는 동중국해서 발견했을 당시만 해도 겨우 26Cm에 불과하던 녀석들이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로 흘러오는 동안 몸집을 불려, 거대하고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 찾아온 것이다.
노무라입깃해파리를 향한 어민들의 분노는 그 골이 깊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쳐 놓은 그물에는 온통 해파리 떼뿐이고, 어쩌다 물고기가 함께 걸려든다 해도 전부 독침에 쏘여 폐사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파리가 떼로 몰려들 경우 그 무게를 못 견뎌 그물이 터지거나 꼬여서 못쓰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민들에게 그물은 생계를 이어가게 해주는 소중한 자산. 가뜩이나 밤새 조업한 물고기가 해파리의 독침에 쏘여 폐사하는 것도 속상한 일인데, 여기에 터진 그물까지 크레인을 동원해 끌어 올려야할 경우 피해 액수는 더욱 커진다.
결국 이중삼중고에 시달리다 못 한 어민들은 아예 해파리가 사라지는 11월까지 조업을 포기하고 어장을 철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 다른 골칫거리는 보름달물해파리.
녀석들은 독성이 없지만 그 개체수가 엄청나다.
울진 원자력 발전소 근해를 뿌옇게 뒤덮은 것은 보름달물해파리.
만약 일부라도 발전소 취수구에 걸릴 경우, 발전기가 멈추는 사고가 발생한다. 때문에 발전소 측에서는 겹겹으로 그물을 둘러쳐 해파리의 접근 자체를 막고 아예 전담반까지 두어 그물에 걸린 해파리를 내다 버리는데...
이렇게 버려지는 해파리가 한 해에 무려 2천 톤.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치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진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해파리는 죽어가는 순간, 본능적으로 놀라운 번식력을 발휘한다.
유성생식은 물론 무성생식까지 가능한 해파리.
만약 정자와 난자가 만나 하나의 폴립을 이룰 경우, 거기서부터 30여개가 넘는 해파리가 생긴다. 때문에 해파리의 무덤은 곧 해파리의 대량 출생지가 되기 일쑤.
천적이 없는 해파리.
현재로서는 우리바다에 출몰하는 해파리를 막을 방법도, 개체수를 줄일 방법도 없는 형편.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해파리에게 당할 수 밖에 없다.
해파리 떼의 습격은, 이유 있는 재앙
현재 지구 온난화는 해수 온도 상승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 수온 역시 지난 세기 동안 1℃ 정도 상승한 상태.
수온이 상승한 바다에는 갖가지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동물성플랑크톤들이 만들어내는 산란의 불꽃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해마. 원래 해마는 우리 바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종이 아니었다.
여기에 10미터가 넘는 밍크 고래와 아열대 바다에서만 서식한다고 알려진 고래상어 등,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대형 종들도 종종 그물에 걸려 올라오고 있다.
이들의 출현만큼 우리 바다의 수온상승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는 없다.
이처럼 수온이 계속해서 상승할 경우, 전문가들은 앞으로 124종의 해파리가 우리바다에 더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는데, 그 중 100여 종은 독성을 지닌 맹독의 해파리라고 관측해, 앞으로도 해파리에 의한 피해는 점점 더 심각해 질 전망이다.
암울한 미래
육지의 가을이 끝나갈 무렵, 11월에 접어든 바다 수온은 15℃가 됐다.
18℃ 이하로 내려가면 해파리들의 죽음은 코앞에 닥친다.
3월에 출현해 11월까지, 우리 바다를 초토화시켰던 해파리들... 그제야 기력을 다하고 하나 둘 죽어간다.
오랜만에 조업에 나선 어민들은 해파리가 사라진 바다에서 풍어의 기쁨을 맛본다.
지구 온난화와 물고기의 남획, 그리고 바다 환경오염은 우리 바다에 엄청난 수의 해파리 떼를 불러 왔다.
자연을 돌보지 않은 인간의 이기심이 부메랑이 되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지금, 바다가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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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편 해파리의 습격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상승! 해파리의 대량 출현!
해양환경변화의 재앙인가?
최근 2∼3년 사이, 초대형 해파리·독성 해파리의 이상 출현으로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바다 환경의 대변화가 시작되었다!
이번주 환경스페셜에서는 베일에 쌓인 해파리의 신비한 생태와 해파리 이상 출현의 원인을 집중 분석한다!
1. 비상! 해파리 이상출현
멸치잡이로 유명한 경남 고성군 삼산면, 바다에서 끌어올린 그물 속은 해파리 반, 멸치 반이다. 4년 여째다. 그나마도 죽어있는 멸치가 많다. 해파리 촉수의 독성 때문이다. 이곳에서만 하루 평균 1.2톤의 해파리가 잡힌다. 대부분의 해파리는 식용으로 가치가 없기 때문에, 모두 바다에 버릴 수밖에 없다.
울진 원자력발전소는 해파리의 대량출몰을 대비해 방어막까지 설치했다. 지난 2001년, 취수구로 5천 톤 이상의 해파리떼가 몰려들어, 발전소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마다 계속되는 해파리 출몰의 현장 속을 찾아간다!
2. 해파리의 신비, 집중 해부 !
해파리는 전세계적으로 250여종, 그 중 40∼50종이 한반도 주변 바다에 살고 있다. 해류를 따라 물에 떠다니는 해파리는 몸체의 95% 이상이 물로 이루어진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업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몸체만 1미터, 촉수 길이는 몸체의 2∼3배가 넘는 초대형종이다. 촉수는 샛돔과 같은 치어들이 해파리와 공생할 수 있도록 보호막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강력한 독을 가진 해파리도 있다. 사자갈기해파리는 먹이감을 사냥하거나, 위기에 직면했을 때 촉수의 자포가 독침을 내뿜는다. 긴 촉수로 보름달물해파리를 공격하는 붉은쐐기해파리까지...
해파리, 그 신비의 베일을 벗긴다!
3. 초대형해파리, 지구온난화의 이상징후인가?
해파리 대량 출현의 가장 큰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바다 수온상승을 꼽을 수 있다. 한반도 주변 바다를 비롯, 일본 근해 수온도 1도 내지 1.5도 상승했다. 전세계 해양생태계가 격변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전세계적인 현상! 북극 베링해는 90년대 들어 해파리의 수가 백 배나 증가했다. 더구나 해파리가 다른 물고기와의 먹이경쟁에서 우위를 점위하고 있어, 해양생태계의 대변화가 예고된 상황이다.
노무라입깃해파리, 한반도 자생 확인!
해파리의 이동경로는 대만난류의 흐름과 일치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조사에 의하면, 노무라입깃해파리는 난류를 타고 북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최근 군산 무녀도 앞바다에서 노무라입깃해파리의 자생이 확인되었다. 난류와 상관없이 우리 바다에서 초대형해파리가 항상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4. 해양환경변화, 해파리 대량출현을 부추기다.
매년 7, 8월마다 빈산소층이 형성되는 마산만엔 물고기는 없고 해파리만 살고 있다. 오염된 바다는 고기를 쫓아내고, 해파리를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해파리는 오염된 바다에서 오히려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다.
시화호 방조제처럼 인공해안구조물이 많은 바다에선 해파리가 대량출현한다. 해파리의 유생인 폴립은 모래사장에는 잘 부착하지 못하지만, 콘크리트 구조물은 폴립이 살기 가장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콘크리트로 뒤덮힌 해안선이 해파리의 대량 번식지 역할을 한 셈이다.
끝나지 않은 해파리와의 전쟁
동물성 플랑크톤을 섭취하는 포식자로 해양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었던 해파리. 그러나 지구온난화, 바다오염, 인공구조물로 인해 그 질서가 깨졌다. 지금 해파리의 대량출현은 바다환경의 대변화를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