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상의 괴상스런, 그러면서도 어딘지 귀여운
장난감 같은 이 뿌리의 주인은 누굴까요^^~
제가 '세상에서 가장 맑은 분홍 꽃'이라 늘 외던 이것을 조금 캐어
모처럼 몸에 넣어봤습니다.
바로 '자란'입니다.
약명은 '백급(白及)'.
'하얀 뿌리가 잇달아 생긴다'는 의미가 담겼죠.
사서는 써봤지만 오래 전 일이고
새로 그 약미를 쫓아 실감하고 싶어서 기분을 냈어요.
다른 약초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가장 큰 능력을 알아보기 위함이지요.
이 친구는 수렴 지혈효과와 함께 종기를 없애고
생살을 돋게하는 능력이 대표적인바
특히 항위궤양 작용이 뛰어나지요.
마취한 개의 위 십이지장에 각각 직경 1cm의 구멍을 1개씩 뚫은 후
백급분말 9g을 주입하면 15초 후에 위의 구멍이,
40초 후엔 십이지장의 구멍이 막히게 된다는 거.
백급의 높은 점성으로 인해 위 내에 어느 정도 두꺼운 교상막을 형성하여
구멍을 막음으로써
개가 깨어난 후 음식물을 주입하여도 내용물이 새지 않게 된다는 것!
요새 하래비가 되어 주말마다 큰애, 작은놈이 교대로 등장하고, 방문객에,
몇 몇 친목 만남에, 꽤 늘어난 광주나들이에,
조카손주들 돌찬치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거의 매일 술잔을 붙들게 되었죠. 위에 상처가 안 나겠습니까.
다른 탕재와 함께 적당량을 넣어보았죠. 아침에 미소가 흘러나와요.
저걸 팬에 볶아 가루 내어 외과에도 써볼 생각.
우리 도담마을은 언덕 위헤 있어서 저만치 물이 멉니다.
하여 못을 파서 물을 돌리고 그 물소리를 뜰에 보강했죠.
나 선생네가 분양해 준 강아지의 이름도 도담, 사랑, 덕(德)을 제치고
리버(river), 가람, 나루 어쩌고 하다가 드뎌 '바다'로 정했어요.
저 '석창포'는 물을 아주 많이 좋아하는 식물이고
제가 꽤 이뻐하는 약초지만
이 언덕 어디고 자리가 썩 마땅찮습니다.
그래도 위장에 조금 넣고 싶어서 딱 저 정도만 거두었답니다.
이 비파엽도 마찬가지.
언덕이 문제가 아니라 월동온도 문제네요.
따뜻한 남쪽 바다 근처에서 크게 자라고 그 탐스러운 적황빛 열매도 잘 열리는데
7년 전에 씨로 심은 나무가 겨우 1m 내외. 인자 그 이상 자랄 생각이 없나봐요.
그래도 딱 요맘 때 오롯 잎만을 바라는 제게 한 광주리나 선물해준답니다.
저것 씻을 땐 뒷면의 끼인 미세 털을 솔로 벗겨주어야 합니다.
뭐든 좋은 것을 쉽게 얻는 것은 세상에 하나 없지요?
아무개 부인을 위해 한번 죄 베었던 이후로
또 열렬히 자라나길래 삼백초도 아주 조금 말렸어요.
황금은 생각보다 손질이 쉽습니다.
청열조습의 요약으로 다양한 약성을 자랑하는데
겨우 저만큼만 거두었답니다.
급히 필요하면 언능 나가 캐다가 후딱 건조기에 말리면 되니
굳이 욕심을 낼 필요가 없겠지요.
뽕나무 잎(상엽)도 그 여름에 죄 잘라 훑어 낸 나무였는데
다시 무성해졌어요. 파어혈의 효능을 자랑하는 '쉽싸리'는 일년 내
본체만체하였다가 인자사 한 다발 거두었고.
둘 다 철이 조금 지난 내 또래의 시절인연입니다.^^
우리 몸에서 구멍을 뚫고 다니는 '통(通)'의 이뇨제인
'목통(으름덩굴 줄기 또는 뿌리)'입죠. 성질이 매우 찹니다.
조금만 말려두어도 내 둘레의 필요는 충분하고
모자라면 또 언능 잘라다 쓰면 돼요.
맥문동.
보익약으로 사삼 천문동들과 함께 빼어난 약재죠.
위장으로 들어가 진액을 보충하므로 당뇨나 변비에 상용하고
마음을 밝혀 번민을 제거하는 안심의 힘에다
심을 도와 심근세포의 손상을 회복하고
심장박동이상을 개선하며
관상동맥의 혈류량과 심수축력을 증가시키죠.
폐의 열을 내려 피부건조증을 없애고
해수를 그치게 하는 용도로도 다용합니다.
저것 조금하느라 하루가 다 지났습니다.
흔히 '권백(측백잎 같은 것이 주먹처럼 뭉쳐진 모양)'이라는
약명의 이 식물은 '부처손'으로 알려져있지만
부처손과 바위손에 대한 이름을 두고 논란이 많은 식물입니다.
저것을 전 '바위손'이라 부릅니다. 물기가 없어도 겨울이 되어도
주먹처럼 둥글게 오무리는 일이 전혀 없죠.
권백은 폐암치료제로 알려져 있는데
바위손(혹은 개부처손)도 그와 비슷한 약성을 지녔어요.
제주조릿대의 머리채도 좀 뽑았습니다.ㅎ
눈 내린 겨울에 창을 열면 참 보기 좋습니다.
보는 것과 먹는 것 사이에서 저는 늘 조금씩 갈등하죠.
보는 것을 사실 더 좋아해요.
먹는 것은 알고 있는 사실에서 든든하고,
먹는 것을 갈무리하는 것은 또 노동이라서
갑자기 게을러지기도 하는 것이겠죠...
원래 쑥부쟁이의 줄기와 뿌리를 '자완'으로 쓰는 것인데
(벌)개미취가 많아서 이걸 조금 캤지요. 연질의 말랑거리는 힘이
기관지에 들어가 목을 풀고 기침을 거두는 능력이 있어서
실이고 허고를 가리지 않고 쓸 수 있는 것이라...
생약은 여름이 젤 괴롭고 가을이 젤 행복합니다.
습만 없어도 꽤 오래 저장해둘 수 있는데 아무래도 관리가 어려워
여름에 몽땅 버리게 되면 어찌나 안타깝고 속상한지요.
육십 수년을 맞이하는 가을입니다.
가을이 다 같은 가을이 아닙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