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아가는 꿈
오솔길을 따라 십리가 넘는 초등학교를 걸어 다니면, 하교 길엔 배가 많이 고팠다. 몹시 허약했던 내가 터덜터덜 걸어오면 지쳐 쓰러질 것 같았다. 밭 뚝 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을 때, 까치들이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멋지게 날아가는 것을 쳐다보았다.
‘너희들은 참 좋겠다.’ 어디든지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것이 부러웠다.
‘나에게도 날개가 있어 훨훨 날아서 학교 다니면 이렇게 힘들지 않고 좋겠는데…….’
‘나도 새라면 좋겠네.’하며 중얼거렸다.
집에 오니 내가 좋아하는 찐빵을 한 소쿠리 쪄놓아서 맛있고 배부르게 먹었다.
온몸이 나른해 졸음이 몰려왔다.
학교를 가는데 팔을 쭉 펼치고 다리를 앞으로 쫙쫙 펴 힘차게 달려가니 몸이 하늘로 높이 둥실둥실 날아가는 것이었다.
세상에서 우리 집이 가장 크고 넓은 집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초가 집 들이 꼭 찐빵처럼 조그만 하게 보였다. 모양이 각각 다른 다랭이 논에 누렇게 익은 벼와, 울긋불긋 단풍든 산이 참 아름다웠다.
상쾌한 그 기분 표현할 수 없이 가슴 벅찼다. 너무 좋아서 박수를 치며 깔깔깔 웃었다.
그때 언니가 흔들어 깨우며 “꿈꿨니?” 했다.
나는 잠에서 깨어나 화를 벌컥 내며“언니! 나 하늘을 나르며 너무 행복했는데 왜 땅으로 떨어지게 했어?” “멀리 여행하려 했는데, 뭐 때문에 깨웠어?”했다.
“그랬니? 미안해. 그럼 더 자라.”했다.
나는 또 하늘을 맘껏 날고 싶어서 억지로 잠을 청하며 눈을 감아도 더 이상 잠이 오질 않았다.
두고두고 생각날 때마다, 언니가 깨운 것을 원망하며 심통을 부렸다.
한 번만이라도 더 날으는 꿈을 꾸고 싶었는데, 내 희망 사항으로만 남아있다.
성장한 후 TV에서 행글라이더 하는 것을 보고 ‘아 저거구나!’
‘어릴 때 꿈꾼 것이 바로 행글라이더……’
나는 행글라이더를 꼭 하고 싶었다. 그러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가끔 남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 “지금도 안 늦어 해봐”한다.
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온다 해도 허리 수술을 한 부실한 몸이라,
아름다운 꿈으로 간직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