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 항공기 입석탑승을 아십니까?
한 번은 타이항공을 이용하여 홍콩을 경유해서 방콕을 거쳐 라오스까지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Stop Over를 사용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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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혹 Stop Over를 모르시는 분이 계실까 하여 (저만 모르나요? ㅡ.ㅡ;;;) 잠시 설명합니다.
목적지까지 직항편을 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을 경유하는 항공편을 탄 후 경유지에서 내려서 볼 일을 보고 다음 항공편을 이용하는 겁니다.
이 때는 현지에서 예약을 변경할 수도 있기에 무척 편리하며, 직항편보다 경유편이 대체로 항공료도 저렴하고 Stop Over를 신청할 경우 약간의수수료만 더 지불하면 (5만원 정도) 되기때문에 저같이 이나라 저나라를 마구 돌아다녀야 하는 사람에게는 항공료를 절약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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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뭏든 그 때 저는 홍콩경유편을 타고 홍콩에 내려 볼일을 본 후 바로 다음날 방콕으로 떠날 예정이었는데, 일이 예상보다 길어져서 원래 항공편이 아니라 예정했던 날 다음날 저녁에 출발하는 다른 항공편으로 예약변경을 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홍콩-방콕의 항공편이 무척 붐빌 때였죠.
한참 홍콩 사람들과미팅을 하고있는데 타이항공 홍콩지점에서 예약확인 전화가 오더군요.
예약확인은 탑승자가 항공사에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친구들은 자기들이 승객에게 하더군요.
그런데 아주 빠른 영어로 이렇게 물어오는 것입니다.
'오늘 저녁 방콕행 항공편 안타실거죠?'
얄팍한 넘들... ㅎㅎㅎㅎ
좌석이 모자르니까 대충 비 영어권 국가 국적의 승객에게 저따위로 물어보고는 얼결에 'Yes'라고 대답하면 당장 좌석을 취소하고 다른 사람에게 주는 그런 수를 쓴 것입니다.
제가 누굽니까?
일명 투덜이 스머프.... 긍정보다는 부정의 대답을 잘 하는 ... ㅋㅋㅋㅋ
얼른 'No' 했죠.
순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 저 쪽... ㅋㅋㅋ
깜박했으면 허공에 날려버릴 좌석을 꼭 보듬어 챙기고는 (비행기 좌석은 항상 허공으로 나르던가? ㅡ.ㅡ?) 저녁에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수속을 마치고 (돗대기 시장이 따로 없더군요. ㅡ.ㅡ;;;) 탑승한 비행기는 B747-400.
승객이 많긴 많았던 모양입니다.
단거리에 저 기종을 투입하는걸 보면 말이죠. (개인적으로 A330은 좋아하는데, B747은 별로 안좋아합니다.)
암튼 낡디낡은 747의 한귀퉁이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곧 이륙할 시간이더군요.
비행기는 곧 계류장을 출발하여 활주로 쪽으로 미끄러져 가고 있었고, 이륙에 대비하여 좌석 등받이를 똑바로 올려 앉았습니다.
그리고 홍콩에서의 피곤한 일정에 깜박 졸아나봅니다.
그런데 승무원이 갑자기 제 등받이를 앞으로 당기더군요.
어???? 아까 똑바로 당겼었는데???? 졸다가 나도모르게 뒤로 젖혔나? 생각하며 다시 자세를 고쳐 앉았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제 등받이는 또 조금 뒤로 젖혀지더군요.
이런.... 등받이가 꽉 고정이 안되는 고장난 좌석이었던 겁니다.
내 이래서 747은 싫어한다니까요....
등받이가 고장난 사실을 몰랐을 때는 등을 편하게 기대고 있있는데, 등받이가 고정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아니 허리에 힘이 들어가고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등받이는 등에 힘을 줄수록 조금씩 뒤로 젖혀지고, 다시 세우고.... 힘들더군요.
이렇게 힘든 이륙을 했습니다.
곧 좌석벨트 사인이 꺼지고 승무원들이 돌아다니기 시닥하더군요.
저는 승무원을 불러서 기내에 빈좌석이 있는가 물었습니다.
좌석이 고장나서 앉아있기 불편하니 옮기겠다고 말했죠.
그런데 빈좌석이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이미 이륙했으니 제가 둘러보아 빈 곳으로 가면 되지만 아무리 둘러보아도 빈 좌석이 없어서 혹시나 하고 승무원에게 물어보았던 것이었죠.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빈좌석이 없으니 불편해도 그냥 앉아서 가라....
우띠.... 같은 돈 내고 왜 허리아프게 가야합니까?
그래서 무척 강하게 항의했죠.
'나 허리 디스크가 있어서 좌석 등받이가 불편하면 너무 힘드니 빈 좌석을 찾아달라.'
그랬더니 이 친구 제 등받이를 손으로 밀어보더니 고장은 무슨 고장이냐고 오히려 큰소리를 치더군요.
그도 그럴 것이 손으로 움직여서는 안움직이고 등을 기대면 조금씩 뒤로 물러나는 것이 참으로 고약한 고장이더군요.
그래서 고장 맞다, 아니다 옥신각신 하는데, 제 옆에 앉아있던 서양 아지매가 '내가 봤는데 고장 맞더라.'하고 훈수를 해 주니 그제야 인정을 하더군요.
아뭏든 좌석 고장난 것은 확인되었고, 옮겨앉을 자리는 없고....
저는 허리가 아파서 도저히 이자리는 못앉으니 이착륙 때 승무원이 앉는 비상구 옆의 보조좌석에라도 앉아서 가야겠다고 협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서서 가겠다, 착륙때도 서 있을 터이니 문제가 생기면 승무원들이 책임져라... ㅎㅎㅎㅎ
이친구 무척 황당해 하더군요.
그런데 정말로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서 견디질 못하겠던 상황에서는 그렇게라도 해야할 것 같았습니다.
그 복잡한 지하철도 손잡이도 못잡고 서서 타는데, 통로는 텅텅 빈 항공기, 서서가지 못할 이유가 없잖습니까?
'비행기 입석탑승'이라는 기록도 세우고 말이죠. ㅎㅎㅎㅎ
그리고는 정말로 통로에 나와서 서 있었습니다.
비행기 입석으로 타 보신 분들 계시면 나와 보십셔. ^0^
저, 입석으로 탔습니다.
그 꼴을 본 사무장 (타이항공 사무장과 저는 참 악연인 듯 하오이다...쩝) 눈이 둥그래서 뛰어오더군요.
알게 뭡니까? 허리아픈 것 보다는 낫죠.
그러더니 잠시만 기다리라 하고는 앞으로 갔다가 잠시 후에 오더군요.
그리고는 짐이 있으면 들고 따라오라 하더군요.
그래서 제 짐을 주섬주섬 챙기고는 아까 그 서양 아지매에게 승리의 V자를 그려 보이니 이 아지매도 따라서 손가락을 흔들어 줍디다. (가운데 손가락이 아니라 V자 말입니다. ㅡ.ㅡ;;;)
그리고 사무장을 쫄래쫄래 따라가는데 갑자기 앞쪽의 계단을 올라가는겁니다.
걍 따라 올라갔죠.
어매나 시상에..... @.@
그곳은 별천지였습니다.
사람들이 거의 누워있다 하는데도 불구하고 앞 뒤 좌석 사이로 짐가방을 끌고 돌아다닐 수 있을만큼 넓디넓은 그런 자리들이더만요.
그렇습니다.
비지니스 좌석을 내 준 것이죠.
제 고집을 보아하니 정말로 내릴 때까지 입석으로 갈 녀석이라 판단되었던자, 이코노미에는 좌석이 없으니 널럴하게 남은 비지니스 클래스 좌석을 준 것이죠 ^^
맘에 드는 자리에 앉으라 하기에 전망좋은 널찍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잠시 후 식사를 주더군요.
일단 샴페인을 한잔씩 돌리고....
무슨 레스토랑 메뉴같은 것을 주더니 완전 코스요리 주문을 받아가더군요.
사기접시에 은제 나이프, 포크....
맛도 좋더이다.^^
홍콩-방콕 3시간의 비행이 꿈결 같더군요.
그 후에는 비지니스를 이용할 기회가 여러번 있었지만, 신혼여행 때 항공사의 배려로 First Class를 타보고는 이코노미가 아닌 좌석에 처음 앉아본 저는 황홀하기만 했답니다^^
두가지 기록이 동시에 수립된 것이죠.
입석탑승과 공짜 업그레이드....
타이항공과의 인연은 이후로도 계속됩니다. 주욱~~~~
첫댓글 참 재주도 좋으십니다.
우리 가족도 에바 항공에 추가 요금 안 내고 업그레이드 석에는 몇 번 앉아 봤지만......
ㅋㅋㅋ 정말 대단하십니다 !!!!
영어를 못하는 전 완전 당하겠군요...암튼 민이님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