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아내를 남겨두고 뺑소니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난 이른바 ‘크림빵 아빠’ 사고와 관련해 네티즌들이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네티즌들은 흐릿한 폐쇄회로(CC)TV 화면을 분석해 용의 차량의 차종과 번호 일부를 확인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지난 10일 오전 1시 30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한 도로에서 강모(29)씨가 뺑소니 차량에 치였다. 당시 강씨는 화물차 운전 일을 마치고 임신중인 아내(26)를 위해 크림빵을 사서 귀가하던 길이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진 강씨는 인근을 지나던 택시기사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강원도 한 사범대학을 수석졸업한 강씨는 지난해 10월 결혼했다. 임용시험을 준비해오던 강씨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자신의 시험 준비를 포기하고, 함께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아내를 뒷바라지하기 위해 화물차 운전대를 잡았다. 사고를 당하기 10분 전쯤 강씨는 임신 7개월인 아내에게 전화해 “당신이 좋아하는 케이크는 못 사고 대신 크림빵 샀어. 미안해. 그래도 우리 새별이(아기의 태명)한테만큼은 열심히 사는 훌륭한 부모가 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청주 흥덕경찰서는 사고 당일 인근 CCTV에 찍힌 용의 차량의 추적에 나섰지만, 화면이 흐릿한 탓에 특별한 단서를 잡지 못했다.
지난 14일 강씨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분노한 네티즌들이 용의 차량의 추적에 나섰다. 추적은 국내 최대 중고자동차 거래 사이트 ‘보배드림’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지난 19일 한 네티즌은 CCTV 화면에 찍힌 용의 차량의 실루엣과 흙받이 모양 등을 근거로 용의 차량의 차종이 BMW5 시리즈라고 주장했다. 이틀 뒤 이 네티즌은 CCTV에 찍힌 용의 차량의 코너링 장면에서 차량 배기구의 위치를 근거로 차종을 ‘BMW5 528i 또는 535i’로까지 압축하는 데 성공했다.
사고 지점 인근에 거주한다는 한 네티즌은 23일 사고 일시가 토요일이고 인근에 캠핑장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용의 차량의 도주 경로를 추론했다. 24일에는 CCTV 화면에 그래픽 처리를 해 봤다는 네티즌이 차량 번호판이 마지막 네 자리가 ‘19XX’ 또는 ‘17XX’인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른 네티즌들도 강씨 부부의 사연과 CCTV 화면 등을 인터넷으로 퍼뜨리면서 제보자 찾기에 나섰다.
흥덕경찰서는 22일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제보나 단서를 제공한 시민에게 신고 보상금 5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강씨 유족도 경찰과 별도로 현상금 3000만원을 걸었다. 경찰과 유족은 신고나 제보를 당부하는 현수막을 사고 지점을 비롯해 청주시내 4곳에 내걸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차종이 워낙 흔한 차종이라 용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청주시에 등록돼 있는 해당 차종 차량을 전부 확인해서라도 용의자를 밝힐 것”이라고 26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