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락은 앞 개울 돌다리에서
최길하
어릴적 고향 마을
굽이진 앞 개울엔
기러기 줄서 나는
돌다리 문장 한 줄
나는 그 돌등에 업혀 3장 6굴 배웠다.
가을 밤 그 기러기
빈 산을 넘어가고
가뭄 든 물소리가
허공에 흩어지면
산그늘 들 먹어오듯 내재율을 익혔다.
(시작노트)
청풍명월이 정격시조로 10년이 되었다. 이를 축하하며 함축해서 해주고 싶은 말
을 이 정격시조에 담았다. 3장6구는 호흡의 운율인 가락 때문에 만들어진 악보
다. 모든 것은 들숨과 날숨에서 일어난다. 자동차도 흡입 압축 폭팔 배기 들숨 날
숨으로 추진된다. 사람을 비롯한 삼라만상이 다 들숨날숨 즉 주파수로 일어나는
홀로그램이다. 세상은 다 파동이 지배하는 양자얽힘이다. 인드라망 그물이다.
앞 개울에도 '소리를 밖으로 내는(律)' 여울살이 있고 '소리를 안으로 모으는(呂)'
웅덩이가 있다. 3/4조란, 3이 여울 날숨이고 4가 웅덩이 들숨이다. 중장에서 한
번 더 3/4조를 증폭시키고, 종장에서 3/5로 휘돌아친다. 그리고 3/4를 뒤집어
4/3으로 맺는다. 그래서 여운의 의미로 마지막 3은 부르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3장 6구가 가진 정체성이다. 나는 어릴적 줄기러기 날아가듯 놓인 돌다리에 업
혀 마을 안팎을 오가며 시조 악보의 틀을 익혔다.
둘째 연은 10년 공부 청풍명월에 해주고 싶은 말이다. 정격이란 틀을 내걸고 10
년 공부했으니 싸이클은 맞췄다. 이제 웅덩이 들숨이다. 돌다리도 물소리도 사라
진 개울에 산그늘이 내린다. 모래밭을 먹어가듯 들을 먹어가듯 산그늘(내재율)처
럼 심상(心象)의 시조가 되도록 다시 10년을 시작하는 원점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