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아프다”로 표현되는 복통(腹痛)은 흔히 나타나는 경미한 증상일 때가 많다. 그러나 배를 만질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하거나 특정 부위를 쥐어뜯는 듯 나타나는 급성 복통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 때문일 수 있다.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할 경고 징후와 꼭 알아두어야 할 복부 통증, 이에 따른 질환에는 어떤 게 있을까.
급성 복통과 함께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할 특정 경고 징후는 크게 4가지다. ▲배에 손을 댈 수도 없는 중증의 통증 ▲배를 눌렀다가 갑자기 손을 떼면 망치에 얻어맞는 느낌의 극심한 압통 ▲빠른 심박과 저혈압‧땀 흘림 등의 쇼크 징후 ▲복수가 찬 것처럼 갑작스럽게 부어오르는 복부 종창 등으로, 즉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경고 징후는 복막염을 비롯해 위 또는 장 천공, 파열된 복부 대동맥류, 장으로 전해지는 혈류 폐색(장간막 허혈) 등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모두 즉각적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고, 적절한 조치나 수술이 진행되더라도 극심한 후유증이 남는 복부 질환이라 할 수 있다.
경고 징후는 갑작스럽게 나타나지만 평소 구역질 등 내장 통증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쥐어뜯는 느낌의 체성통(體性痛)과 같은 징조는 사전에 나타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미리 알고 있는 게 좋다.
특히 배꼽을 기준으로 상부 우측에서 나타나는 복부 통증은 담낭염이나 간농양, 천공성 십이지장염 때문일 수 있으며, 하부 우측 복부 통증은 충수염이나 복부 림프절 종대, 크론병의 증상일 수 있다.
체성통이 이와 같은 복부에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일반적으로 내장이라 부르는 복강과 복강을 둘러싼 복막 안에 염증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복막 안의 염증을 뜻하는 복막염은 담석 등에 따른 ‘담낭염’이나 ‘소화성 궤양’, 위‧장에 천공(구멍)이 발생하는 ‘소화관 청공’ 등을 포괄하는 질환이다.
복막염이 악화돼 말기에 이르면, 복통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 그러나 복부 팽만, 복부 경직, 구역질, 구토 등이 동반될 수 있으며, 전신 상태로는 세균성 독소로 인해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손발이 차고 혈압이 내려가며 체온이 높아지고 맥박이 빨라지는 증상이 나타나고 호흡 곤란이 일어날 때도 있다.
이는 복막염이 진행되면서 체액과 전해질 불균형, 패혈증, 쇼크, 급성신부전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복막염 증상이 심하거나 급하게 진행되는 경우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으므로, 응급 처치와 수술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장 천공이 발생하면 사망률이 30% 정도에 이르기 때문에 복부 통증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징조와 경고 징후를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