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공연을 2016년에 파라과이에서 마지막으로 본 후 거의 8년 만에 발레 공연을 본 감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동안 집안의 우환, 장기적인 코로나 역병의 지속 등으로 그렇게 좋아하는 발레 공연을 볼 수가 없었는데, 고려대 72 문예회 덕분에 우아하고 아름다운 백조들의 群舞를 보니 백조와 흑조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발레를 좋아한다고 해서 발레의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이 있어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무엇을 좋아한다고 무슨 특별한 이유나 목적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 것처럼, 그냥 발레가 좋아서 좋은 것이다. 이유가 있을 수 없다.
발레를 처음 접한 것은 아주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지만, 1984년에 캐나다 Toronto의 Ontario 호수변에 있는 Hilton 호텔에서 공연이 있어, 거래선의 초청으로 가족 동반하여 같이 가서 본 이후에 발레 공연이 있으면 빠지지 않고 본 것이 발레 사랑에 빠진 이유 같다.
발레 사랑의 또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발레는 언어가 필요하지 않다. 오직 율동, 표정과 음악만이 있다. 외국에 가서라도 언어의 장벽 없이 순수하게 눈과 귀에 들어오는 것만 즐기면 된다. 여타 연극, 뮤지컬, 오페라 모두 언어가 개입되어 있는데, 오직 발레만 언어의 사용이 없다. 그래서 외국에서의 발레 공연은 더욱 더 의미가 깊은 것 같다.
발레는 원래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지고 프랑스로 옮겨갔으나, 지금의 현대적인 발레로 발전시킨 것은 러시아 제국이다. 매우 추운 겨울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동토의 땅에서 발레는 최상의 동계 문화 예술이기 때문이다.
발레 공연이라고 해서 항상 즐겁고 아름다운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소련 연방이 1991년 공산 사회주의가 붕괴되어서, 사회가 아주 혼란스러울 당시에 처음으로 모스크바 출장을 갔을 적에 볼쇼이 극장(볼쇼이는 러시아어로 크다는 뜻)에서 백조의 호수 공연이 있다 해서 여러 가지 바쁜 스케쥴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예매를 하였는데, 티켓 값이 엄청나게 비쌋다. 나같은 외국인에게는 내국인의 10여배의 가격을 청구했다. 눈물을 머금고 고가의 티켓값을 지불할 수 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억울하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니 구경하자고 결심하고 관람을 했다.
발레 공연이 시작되는 커튼이 올라갔다. 눈앞에 펼쳐지는 무대가 우리가 이번 LG Art Center에서 본 무대의 두 세배는 될 정도로 큰 무대가 펼쳐졌다. 모두가 하얀 드레스를 입은 백조들의 군무가 시작되니 어려운 시장에서 비즈니스 하면서 생기는 모든 복잡한 사항과 어려움이 봄볕에 눈 녹듯이 사르르 없어지고 황홀한 장면과 클라식 음악만 눈과 귀에 들어왔다. 복잡한 세상사 모두 잊고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장면에 넋을 잊고 無我之境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도 기회가 있으면 발레 공연을 빠지지 않고 구경하였다.
발레 공연을 본 후에 누군가 외국과 차이가 무엇이냐고 묻길래, 특히 ballerina경우에는 우리나라는 10대 소녀들이 춤추는 것 같고, 외국 ballerina는 20대의 성인 여성 같다고 대답했다.
요즈음 우리나라도 여성들의 체형이 옛날보다 많이 커졌지만 아무래도 서양과의 차이는 있는 것 같다. 남성의 경우에는 Danseur Noble(당쉐르 노블)이라 부르는데 역시 체격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발레 용어는 모두 프랑스어이다. 발레가 프랑스에서 발전하다가 러시아로 넘어갔지만 러시아어 용어는 없는 것 같다.
발레 관람 행사를 기획하고 공지하면서 문예회 회원들의 높은 관심과 신청을 보면서 우리 문예회가 앞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발견하기 위하여 더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수준 높은 공연을 수준 높게 감상하는 우리 문예회 회원님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이 행사를 준비하는데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조광복 회장님과 전임 회장님들에게 甚深한 謝意를 표합니다.
발레 이야기만 하니까 오늘 밤 꿈속에서는 예쁘고 우아한 발레리나들과 함께 춤을 출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몽상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