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경기 북부 동두천으로 라이딩을 떠났다. 소요산역에서 출발하여 신천 자전거길을 따라 의정부를 거쳐 서울 중랑천과 살곶이 다리까지 이어지는 코스였다. 동두천 소요산 일대는 우리 현대사의 아픈 기억이 서려 있는 곳이다. 1950년 6월 26일, 북한군 제1군단 예하 부대가 남침을 감행하면서 이 일대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당시 국군 제7사단은 북한군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다. 오늘날 평화롭게 펼쳐진 신천과 산자락을 바라보면서, 70여 년 전 이곳에서 벌어졌던 격렬한 전투를 생각하니 역사의 시간이 한순간 겹쳐지는 듯했다.
이번 라이딩에서 특히 찾아보고 싶었던 곳은 옛 미군기지였다. 한미동맹과 미군 주둔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는지 직접 보고 싶었다. 신천 자전거길을 따라 달리다가 동두천 시내로 들어섰다. 옛 미군기지에 도착하니 미군은 이미 떠났지만, 기지의 건물들은 상당 부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제는 그 공간이 새로운 교육의 장으로 탈바꿈하여 동양대학교 캠퍼스로 활용되고 있었다. 군사기지의 건물들이 기숙사와 도서관, 실험실, 학생회관 등으로 새롭게 태어난 모습을 보니 세월의 무상함과 함께 공간의 새로운 쓰임새에 대한 묘한 감회가 밀려왔다.
한때 군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던 곳이 이제는 젊은 학생들이 공부하고 생활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전쟁과 냉전의 흔적이 교육과 미래를 준비하는 장소로 변모한 것이다. 역사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동두천역과 옛 미군기지 주변을 지나 외국인 관광특구 거리에도 잠시 들렸다. 함께한 친구들과 편의점 파라솔 의자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정담을 나누었다. 땀을 식히며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하는 순간, 우리의 우정도 한층 더 깊어지는 듯했다. 다시 신천 자전거길에 올라 의정부를 향해 페달을 밟았다. 하늘에는 구름이 드리워져 있었고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와 라이딩 하기에는 완벽한 날씨였다.
신천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길은 청담천과 덕계천을 거처 중랑천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잘 정비된 천변 자전거길은 마치 고속도로처럼 시원하게 뻗어 있었고, 자전거는 물 흐르듯 앞으로 나아갔다. 천변에는 금계국을 비롯한 야생화가 만발해 있었다. 꽃을 찾아 날아드는 벌과 나비, 물가를 거닐며 먹이를 찾는 새들, 물고기를 노리는 왜가리의 모습이 어우러져 평화로운 풍경 이었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산과 들은 짙푸른 녹음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고, 싱그러운 풀 냄새를 머금은 바람을 맞으며 달리다 보니 마음까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달리다 지칠 때쯤 찾아오는 잠깐의 휴식, 수유지휴(須臾之休)는 언제나 꿀맛 같다. 덕계천에 이르자 오른쪽 멀리 불곡산(470m)이 위용을 드러냈다. 기암괴석이 빚어낸 오밀조밀한 산세로 아름다운 산이다. 산 중턱에는 신라시대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백화암도 자리하고 있어 이 일대가 자연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의 향기도 품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양주교를 지나 의정부로 접어들면서 어느덧 배에서는 허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여행의 묘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먹방이다. 의정부 부대찌개거리로 들어가 원조 오뎅식당을 찾았다.
식당 안에는 손님들로 가득차 있어 약 20분간을 기다려야 했지만, 기다림조차 여행의 일부라 생각하니 즐거웠다. 부대찌개는 의정부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 주변에서 햄과 소시지, 베이컨 등 식재료릏 활용하면서 만들어진 음식이 오늘날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향토음식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얼큰하고 구수한 부대찌개로 피로와 허기를 말끔히 씻어내고 다시 중랑천으로 향했다. 외곽순환도로 장암대교 아래를 지나자 이제 서울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김명수와 김상태는 개인 사정으로 도봉산역에서 먼저 귀가했다.
본대는 계획대로 18,5km를 더 달려 살곶이다리에서 오늘의 라이딩을 마쳤다. 오늘의 동두천 미군기지 라이딩도 한때 군사와 냉전의 공간이었던 곳에서 새로운 시대의 교육 공간으로 변모한 현장을 바라보며 역사의 흐름을 생각해 보는 뜻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