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있었던 일이다. 고향 친구들 친목회 모임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벌어진 일이다. 조급하면 일을 망친다 라는 것을 생생하게 체험한 것이다. 어릴 때 고향에서 함께 자란 친구들은 약 20명이 된다. 학창시절까지는 대체로 고향에서 함께 자랐기 때문에 별도의 모임이 필요 없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친구들이 자신의 직업에 따라 각각 헤어져 살다보니 30대 후반에 서로 보고 싶어 모임을 발족시킨 것이다. 발족 당시 20명 중의 절반인 10명이 참여하여 30년간 지속되었다. 30년간 개인사정 및 하늘나라로 간 친구를 빼면 6명이 지금까지 함께 했다.
이 6명 중에서 1명이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몸이 아파 더 이상 모임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하자 또 1명이 자신도 탈퇴를 하겠다고 해서 남은 4명이 지속하기에는 인원수가 너무 적어 모임을 전격 해체하기로 했다. 그동안 친구들은 6명이였지만 동부인을 하면 10명 정도가 참석하여 분위기도 좋았지만 이 또한 싱글이 되는 친구들이 늘어나자 어느 시점부터 부인들이 눈치를 채고 참석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5년전 까지만 해도 친구들이 술을 좋아해 술분위기로 명맥을 유지해 왔으나 그 이후로는 모두가 건강상의 이유로 1명도 술을 마시지 않는 분위기가 되어 만나면 식사하고 회비를 내고 특별한 이벤트 없이 끝나 재미없는 모임으로 전락해 해체가 된 것이다. 그래도 30년간 지속된 모임이 하루 만에 해체가 되어 서운했다.
그 서운한 감정이 발동되어서 그러한 일이 발생되었는지 몰라도 그날따라 이상한 일이 나에게 일어났다. 총무가 회원들 몸보신을 하라고 메뉴를 삼계탕으로 준비를 했다. 삼계탕도 일반 삼계탕이 아니라 시골에서 키운 토종닭을 잡아 한약재를 넣어 총무가 잘 아는 음식점에 특별히 부탁을 해서 서빙된 것이다.
도착을 하니 친구들이 30분이나 일찍 와 시식을 하고 있었고 나에게도 커다란 그릇에 1마리를 담아 먹어라고 했다. 시장하던 차에 뒷다리를 뜯어 한입을 삼켰는데 갑자기 속이 위성거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화장실로 달려가 토해 내었다. 전에도 그런 현상이 가끔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아직도 알지 못한다.
통닭을 먹었을 때는 전혀 문제가 없는데 삼계탕을 먹으면 열에 한번 정도 그런 증상이 나타나곤 했다. 아마도 삼계탕에 한약제 성분이 나와 맞지 않는 것이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하는 수 없이 삼결삽을 먹어야 겠다고 하고 삼결살로 배를 채웠다. 8년전에 술을 끊고 또 나쁜 습관이 생긴 것은 삽겹살과 같은 육류를 먹으면 술 마시는 량의 이상으로 탄산수를 마시는 것이다.
그날도 삼겹살을 먹으면서 사이다를 3캔이나 마셨는데 웬지 속이 더부룩했다. 마지막 모임이라 서운한 감정 때문에 친구들과 악수를 나누고 총무와 둘이 남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나중에 연락을 하자고 하면서 귀가를 했다. 총무와 얘기할 때부터 몸의 반응이 화장실에 가라고 신호를 줬는데 집까지 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어 차를 타고 오는 도중에 배속에서 난리가 난 것이다.
한 반쯤을 왔을 때 설사가 나기 시작하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데서 차를 세우고 볼일을 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해서 어떻하든 참고 집까지 가기로 했다. 하지만 도저히 참을 없어 우리집 근처에 있는 음식점 앞에 차를 세우고 공용 화장실로 달려 갔다. 화장실 문을 열려고 하니 도어락이 설치되어 하는 수없이 음식점 주인에게 키를 좀 빌려달라고 했다.
이 음식점은 몇번 가보긴 했지만 주인이 내가 누구인지도 모를 뿐더러 이상한 사람이 불쑥 들어와 그런 말을 하니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우면서 키는 없고 비밀번호로 화장실 문을 열면되는데 그비밀번호가 벽에 부쳐 놓은 저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음식점에서 화장실까지 거리는 약10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왼손으로 항문을 틀어 막고 화장실에 도착을 했는데 도어락의 번호가 보이질 않았다. 우리집의 현관문 도어락도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구조인데 그날따라 그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눈에 보이는 보턴을 이것저것 눌러도 열리지 않았다. 몇분간 시도를 해도 열리지 않아 다시 차를 타고 집까지 가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항문이 터질 것 같아 차를 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화장실로 가서 동일한 행동을 취했다. 도저히 참을 수없어 주차장이라도 가서 싸야겠다고 생각하고 나가려니 문들이 모두 잠겨져 갈 수없었다. 너무 성질이 나 왜 화장실 잠금 시스템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나 하면서 도어락에 화풀이차 한방 때렸더니 그때서야 번호가 뜨는 것이 아닌가?
아! 살았다!! 하고 불이나게 실내 화장실에 들어가 바지를 내리는데 평소에 전혀 문제가 없던 허리띠가 풀리지 않았다. 몇분간 시도하다가 안되어 하는 수 없이 바지 아래를 잡고 양손으로 강하게 당겨 내렸다. 그러자 간신히 바지가 벗겨 졌다. 그제서야 변기통에 앉아 볼일을 보는데 시원했다. 쾌변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허리띠를 살펴보니 전혀 문제없이 풀렸다.
왕년에 일본 갔을 때 그 전날 술을 많이 마셔 고속버스에서 도저히 참지 못해 그대로 싼 그 악몽이 떠 올랐다. 집에 와서 화장실에 들러 바지를 내려 보니 일본에서의 참사 정도는 아니지만 팬티에 고통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샤워를 끝내고 집사람에게 오늘 죽다가 살았다고 하니 왜요? 왜요? 하면서 바짝 긴장을 했다.
자초지정을 말하니 장이 좋지 않는 것이기에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그래서 그게 아니고 급하면 일을 망치기 때문이라 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누구나 마음이 급하면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여유를 가지고 행동을 해야 한다. 조급해지면 우리의 뇌가 디폴트값으로 변해 작동마비가 된다는 것을 생생하게 체험한 것이다.
이정도의 일로도 머리가 하해지는데 만일 집에 불이나거나 위급한 상황이 벌생되면 어떻게 될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알고는 있지만 긴박한 상황이 발생되면 몸이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을 체험했다. 암튼 죽을 때까지 그런 일이 일어나질 않길 바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현된다면 제대로 행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에 따른 댓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