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공장에 칠면조 한쌍과 장닭 한마리
그리고 암닭과 오리 수십마리를 키웠습니다.
공장 마당 뒷편이 바로 깊은 산과 연결되어 있어
닭을 키우기에 환경도 아주 적합했지만 무엇보다도
기숙사생활을 하는 공장 직원들 소일거리 삼으라는
배려차원이었고
물론 가끔 잡아서 회식도 하고 매일 거두어 들이는
달걀도 짭잘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인지 칠면조 암놈이 보이지를 않고
달걀도 보이지를 않는 것입니다.
생각해낸 것이 동네 못된놈들이 서리를 해 갔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달걀이 보이지 않는 것은 정말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 미스테리는 보름 정도 흐른 후 밝혀 졌는데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했지만 놀라운 모성애에 그저 감탄할 뿐.
경기도 광주는 희한하게 6.25 때 포탄의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그 지역의 산들은 나무들이 무척이나
울창합니다.
점심 무렵 모처럼 운동삼아 뒷 산을 오르는데 잡목 속에서 이상한
움직임이 있어 아마도 꿩이려니 하고 조심스럽게 접근 해보니
아! 이게 웬일입니까
피골이 상접한 칠면조 암놈이 않아 있는데 가까이 가도 도망도
가지 않고 그렇다도 눈도 마주치지 않고 눈만 망똘망똘 굴리며
상대하기도 귀찮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강제로 칠면조를 일으켜 보니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무려 백여개의 닭알을 품고 있었는데 정작 제 알은 없었습니다.
한편 실소를 자아내게 한 것은 그 중 절반은 배가 고픈 나머지
제가 깨먹어 빈 껍질이었다는 것.
제 알도 아닌데 품고 있는 칠면조나 칠면조에게 자기 자식을
맡긴 닭이나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와 가만히
생각해보면 칠면조와 닭 사이에 말 못할 사연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추측이지만 부부 사이에 자식이 없는 칠면조 암놈이 모성애의
발동으로 닭알 둥지를 강점하니 닭들은 애라 잘 됬다 그럼 앞으로
네가 책임 져라고 했는지
어찌 되었건 자식에 대한 본능적인 모성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사실을 칠편조가 알았더라면 하는 마음.
정말 웃기는 것은 장닭이었습니다.
장닭도 물론 크지만 칠면조와는 비교할 수 없지요
초등학생과 대학생 정도의 차이라할까?
수십마리의 암닭 을 거느리는 유일한 숫닭으로써
제 마누라들을 보호한답시고 칠면조 숫놈이 암닭에게
조금만 접근해도 난리를 칩니다.
칠면조는 암닭들에게 관심도 없는데 혼자 난리법석을
떠는 거지요.
대학생이 초등학생이 덤빈다고 때릴 수는 없지 않겠어요?
헌데 계속 귀찮게 구니 칠면조도 참을 수 없는지 열번에
한번쯤 공격을 합니다.위에서 아래로 내리꼿는 이 한번의 공격은
그야말로치명적이어서 숫닭의 머리와 벼슬은 항상 피투성이.
불쌍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제 가족을 지키려고 감당하지도
못할 상대에게 덤비다 늘상 얻어 맞아가며도 당당할 수 있는
그 숫닭의 자존심에 진실로 경의감까지 듭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지켜온 알아주지 않는 부성애가 아닐런지요.
첫댓글 재미있는 얘기! 동물의 세계에서는 가끔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개코원숭이를 잡은 표범이 원숭이 품안에서 떨어져나온 갓난쟁이 원숭이새끼를 지 새끼같이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경우도.......
넘 재미있고 모성애만 강조하는 요즈음!
기쁜 마음으로 읽었답니다.
슬슬 문단에 등단하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