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교수님의_대중문화와_고급문화
#경희사이버대학교ㅡ후마니타스학과
Q. 우리 수업에서는 치유와 복수가 오늘날 대중서사의 지배적 정조가 된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런 해법은 문화콘텐츠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현실 세계의 문법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고 거꾸로 현실 세계의 윤리 형성에 일부분 기여하기도 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보기에는 이런 해법들이 과연 타당하다고 할 수 있나요? 관점에 따라서는 불충분해보이기도 하고, 우리 시대에는 어쩔 수 없는 자구책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어떤 측면에서 각각 그렇다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A. 최근 트로트 가수 황영웅과 김명수 합참의장 후보자가 자녀의 학폭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배구선수 이다영이 자매 이재영과 학폭논란으로 퇴출당한 뒤 김연경과의 갈등을 연이어 끄집어내고 있지만, 대중의 반응은 싸늘하다.
학폭 가해자들에 대한 대중의 싸늘함은 무엇일까?
폭력으로 영혼이 파괴된 사람에게는 가해자가 자신이 끼친 피해에 맞먹는 응징을 받는 것, 다시 말해, 가해자를 응징하는 게 곧 피해자 치유라는 정서적 측면이 '공적영역'에서는 자주 무시되기 때문이다. 대중은 일종의 <씻김굿> 같은 치유의식을 원한다.
왜냐면 가해자에 대한 공적제재는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공적제재는 말 그대로 가해자를 포함해 사회 구성원 모두를 배려한 최소한의 처벌을 지향하기 때문에 피해자의 정서에 완벽하게 부합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러한 치외법권적 응징은 드라마, 영화 같은 콘텐츠는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지난봄에 종영한 <더 글로리>에 대중이 열광하는 건 그와 같은 아쉬움을 긁어주는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대중의 욕망을 뼛속까지 발가벗기고 애무하는 콘텐츠가 갖는 우리 사회의 폭력 민감성 수위에 씁쓸해할 수밖에 없다. 사회 고발성 메시지가 파급력을 갖기 위해서는 상업적인 장치가 필요한 것도 우리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음에도 말이다.
그러함에도 그와 같은 콘텐츠가 그렇게만 해석되고 현실에서 접목될 경우, 형해화 될 수 있다는 우려와 씁쓸함 또, 남겨진 메시지가 우리 스스로를 주저 앉히지 않고 강화시키고 나아가게 하는 것 아닐까?
결국, 이런 것들이 대중문화의 힘이라고 볼 수도 있을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