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왼쪽
이 홍사
다시, 바람의 땅에 닿았다
몽골 바람을 뒤지고 찾은 아르항가이
별의 싹을 저 하늘 모퉁이에 호미로 심었다던
여자
호미를 버리고 바람으로 다가섰네
한때 이곳의 바람을 잡아다가
털을 벗겨서 팔았지
내 총구 앞에서 바람은 언제나 사색이 되었지
입에 담지 말아야 할 회한의 언어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
평생 하지 않기로 했는데
바람의 동쪽 숲
창백한 한숨 또아리를 틀고 있었네
바람의 왼쪽에선 네모난 해가 자주 출몰하고
가끔은 달빛마저 음란한 쿠데타를 꿈꾸는 황무지
우리도 한때는 절개된 바람의 왼쪽을 동경했었지
골목의 아침에 까치가 울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속설
몽골에도 있다는 사실
초원에 누워 오늘 처음 들었네
숯검댕이 눈썹을 기억하는 바람
바람의 왼쪽은 약간 시큼하고
낙타고기는 아직 질겼지만
등뼈 깊이 산란하는 낙타 바람
게르에서 머뭇거리는 보드카 냄새
모든 게 익숙했네
살해된 곰이 먹이로 변하는
쿰쿰한 냄새 아직도 처연한데
다시, 철없는 바람은
철 지난 바람의 왼쪽에 다가서네
바람의 볼살 몇 줌 쌈지에 담았네
사막의 동쪽도 몇 평을 담으려 했으나
매고 간 배낭 지퍼가 넘쳤네
돌아갈
바람의 모퉁이를 뒤적이는데
사막이 동쪽의 저녁을 향해 걸었고
바람의 왼쪽
손금이 창백해졌네
카페 게시글
시심이 느껴지는 뜨락
바람의 왼쪽
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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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0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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