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너의 하늘을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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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더웠던 토요일 오후 포항 해병대 1사단 교육훈련단교회를 찾았습니다. 5주간의 극한 훈련을 마친 훈련병들을 위로하고 세례를 베푸는 진중세례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배당을 가득 매운 훈련병들은 훈련을 막 마친 탓인지 피곤하여 엎드려 자고 있는 장병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는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활기찬 목소리로 찬양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 뜨거운 열기 속으로 들어가 예배당 앞쪽에 앉아 훈련병들과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를 드리는 동안 제 시선이 머물렀던 곳이 있습니다. 바로 앉아 있던 장의자였습니다. 아마도 훈련소 예배당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지 않을까 싶은데, 거기엔 훈련병들이 적어놓은 짤막한 글들이 빼곡히 적혀있었습니다. 훈련을 이어가며 스민 감정들이 글 곳곳에 배어있었습니다. 가장 많은 내용은 부모님과 여자친구가 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알지 못하는 훈련병들의 여자친구의 이름들이 참 많이도 적혀있었습니다. 많은 글들 가운데 제 마음에 오랫동안 남아 있던 글이 하나 있습니다. ‘집 가고 싶다’.. 제가 앉은 인조가죽 시트에 덩그러니 하나 적혀있던 글이었습니다. 그 짤막한 글에는 훈련의 고단함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묻어 있었습니다. 피 끓는 청춘들이 자유에 제약을 받고 공동생활을 하며 극한의 훈련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고 가족들 품이 그리울까 하는 마음에 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세례식이 진행되고 훈련병들이 목사님들 앞으로 나아와 순서대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미 세례를 받았지만 기도를 받고 싶어 나온 장병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 환한 얼굴로 마주하고, ‘힘들지?’ 하고 짧은 안부를 건네고는 이름을 확인한 후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세례를 마치면 어깨를 토닥이며 힘내라고 위로를 건넸습니다. 이날 500여명의 훈련병들이 세례를 받았습니다. 이들을 대하는 마음이 더욱 애틋했던 것은 지난해 여름 폭우로 피해를 입은 예천으로 대민 지원을 나갔다가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급류에 휩쓸려 운명을 달리한 채수근 일병이 속해있던 해병대 제1사단 소속의 훈련병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였는지는 몰라도 그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할 때 이들의 앞날을 지켜달라는 간절함이 묻어서인지 평소보다 목소리가 떨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디 이 청년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군생활을 마치고 사회의 소중한 일원으로 자리하여 품은 꿈을 멋지게 펼쳐나갈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
인생의 특별한 때를 보내는 이 청년들에게 저는 박노해 시인의 <너의 하늘을 보아>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힘들고 외로울 때, 길을 잃은 듯 방황하고 눈물 흘러내릴 때 너의 하늘을 보라고, 하늘은 너를 응원하고 언제나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이 시를 통해 말해주고 싶습니다. <2024.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