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
멈춤 없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제37회 전국죽계백일장을 온라인 공모전으로 치르게 되었다. 글제를 앞에 놓고 한 판 승부를 겨루는 현장의 열기는 직접 볼 수 없었으나 한 달여의 시간을 두고 공모한 작품을 기다리는 설렘 또한 컸음을 먼저 밝힌다.
그러나 작년에는 전국 각지에서 골고루 응모작이 쇄도했는데 올해는 응모편수가 참가부문에 따라 다소 줄어들었는가 하면 초등 산문부의 경우 참여율이 극히 저조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750여 편 가까운 응모작 가운데는 발상과 완성도에 눈길을 끄는 작품들이 많아 심사과정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운문의 경우 대부분 단정한 언어와 투명한 이미지의 구사, 그리고 은유성이 두드러진 작품이 많았다. 시적 형상화를 잘 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대다수의 작품들이 시적 완결성에 돋보이는 면모를 보여 주었다. 그 만큼 시적인 사유를 잘 전개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초등 저학년부에서는 저학년답게 솔직하고 재미있게 쓴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으며, 양인규(풍기초 3년)의 ‘게임’은 부모님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였기에 기꺼운 마음으로 장원작으로 선정하였다.
초등 고학년부는 거짓없이 솔직하고 담백한 표현으로 화자의 느낌을 시로 잘 풀어내어 심사자를 기쁘게 하였다. 장서연(영주남부 5년)의 ‘주사’는 ‘울음이 나오는 주사에서 사랑에 빠지는 주사’를 지향하는 상상력이 돋보여 장원작으로 선정함에 부족함이 없었다.
중등부에서는 시제를 '바퀴'와 '신발'을 대다수 선택하였는데 예년보다 작품성이 뛰어나고 표현력이 많이 향상된 느낌이 들었다. 신발의 일생을 인생에 비유하고 형상화한 문예서(동산여중 3년)의 작품 ‘신발’을 장원작으로 선정하는데 무리함이 없었다.
고등부 작품 또한 '바퀴'라는 제목의 작품이 다수였으며 '바퀴'를 부모님으로 은유하는 작품이 심사위원들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게 하였다.
특히 대상을 받은 정하늘(영광여고, 3년)의 '바퀴'는 바퀴가 생성된 과거의 시간에서부터 역사의 흐름과 함께 발전해 온 과정, 현재에 이르러 출근길 지하철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작품을 마무리 지었다.
시제인 바퀴의 근본적인 의미와 일상화가 당연시 되는 현상에 대한 맞섬 등 예리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이기에 전체 대상으로 선정하기로 심사위원 모두가 의견일치를 보았다.
마지막으로 대학 & 일반부에서는 작품의 형상화와 스토리 측면에서 대부분 표현하고자 하는 의욕은 많으나 다 담아내지 못함과 분량의 조절 및 표현의 아쉬움 등, 부족한 점이 많았다.
함축의 미가 누락된 서술형이 대부분이었지만 김수현(영주시)의 작품 '끈' 은 끈으로 엮이고 묶여진 엄마와 자식의 이야기를 잘 표현하고 있어 기꺼이 장원작으로 선정하였다.
백일장이라 함은, 정해진 주제와 제한된 시간 내에 글을 쓰는 것이기에, 무엇보다 정해진 주제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어떻게 함축, 표현하고, 형상화시켰는가에 초점을 두고 심사를 하였다.
또한 무엇보다 기본기가 탄탄하고 주제에 부합되는 표현들이 충실하게 나타난 작품들을 눈여겨보았음을 밝혀 둔다.
산문의 경우 출품한 산문 전체의 흐름은 주어진 글제에 맞게 경험(사연)을 잘 풀어냈으나, 간혹 구성은 좋은데 글을 끌고 나가는 힘이 약해 내용의 빈약함으로 작품이 탈락돼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비록 남의 이야기지만, 자신의 일인 양 감정이입으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좋은 글이 될 수 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주어진 현재를 고민하고, 지나온 삶을 성찰해나가는 모습은 글줄이 갖는 최대의 힘이기도 하다. 우수한 몇몇 작품을 통해선 인간 성숙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든든함과 동시에 보람이 일기도 했다.
누구든 자신의 얼굴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초등부 저학년 심승우(영주남부초 4년) 학생의 작품 ‘얼굴’은 외모로 인해 늘 놀이에서 소외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래서 언제나 혼자만 놀아야 하는 슬픈 마음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아주 솔직하게 표현한 점을 높이 사 장원으로 선정하였다. 외모 지향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짚어준 작품이었다.
초등부 고학년은 응모작이 타 부문에 비해 적어,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가 앞섰다. 다행히 코로나 시국이라는 현실에 주목된 글제를 선택한 안현진(봉현초 6년) 학생의 작품 ‘주사’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평소 주사기에 대해 불안과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없었는데 스스로 생각을 바꾸면서 다시 자신감을 찾게 되는 내용으로, 긍정의 힘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장원으로 선정함에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중등부는 코로나에 맞물린 학업 스트레스를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과 지혜를 발휘해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려냈기에 심사위원들이 오히려 위안을 얻기도 했다. 권소정(동산여중 3년) 학생의 ‘바퀴’에 새겨진 신념이랄까.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바퀴가 녹슬거나 망가져 목표 지점에 닿지 못해 뜻을 이루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잘 조율해 달려가겠다는 의지가 돋보여 장원으로 선정하였다.
고등부는 우리의 삶을 지루하게 굴리는 바퀴에 비유하여 쓴 윤채연(삼성생활예술고 2년) 학생의 ‘바퀴’를 장원으로 선정했다. 이 작품은 구멍이 뚫려 바람 빠진 바퀴처럼 삶이 힘들어도 위로라는 감정으로 그 구멍을 막아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면 용기를 갖고 즐겁게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고등학생답지 않은 수작이었다.
대학·일반부는 주제에 대한 숙고의 흔적이 편편에 스며있어 읽는 즐거움이 컸다. 다만 소소한 일상을 통해서도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 적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광식 님의 ‘바람’은 바람의 종류를 죽계구곡에 빗대어 전개하였다는 점을 높이 사 장원으로 선정하였으며, 양성자 님의 ‘바람’은 가정생활의 소용돌이를 삭여나가는 세심한 심경변화에 주목한 점을 좋게 평가해 차상으로 선정하였다. 또 우현주 님의 ‘숨’은 목숨의 소중함을 깨닫기까지의 과정을 잘 살려 재활에 이른 용기와 슬기로움을 칭찬하고 싶어 차하로 선정하게 되었다.
수상하신 분께는 축하를, 수상하지 못한 분께는 내년에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작품을 출품한 모든 분께 문운이 활짝 열리길 진심으로 바란다.
2022. 4. 30
운문대표 심사위원장 김복희
산문대표 심사위원장 전미경
총 괄 심사위원장 김동억
첫댓글 김동억 심사위원장님
너무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김복희, 전미경 두분 대표님들
함께 수고해주셨어 고맙습니다
심사위원 대표님들 수고하셨습니다.
심사평을 두루두루 잘 짚어가며 정리했네요
최고로 잘쓰신 심사평을 읽으며 감동합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