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신의 10대 피아니스트 스타가 탄생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음대에 재학중인 임동혁(17)군이 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롱 티보 콩쿠르 결선에서 20대 연주자들과 겨뤄 대상, 솔로 리사이틀 상, 오케스트라 상 등 5개 부문을 휩쓴 것.
세계 음악계는 이에 대해 “바이올린의 장영주, 첼로의 장한나를 배출해 현악 강국으로 떠오른 한국이 이제 피아노에서도 신진 거장을 갖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
임동혁군이 우승한 롱 티보 콩쿠르는 1943년 창설됐으며 세계 10대 콩쿠르의 하나로 꼽힌다. 피아노 부문에서는 스타니슬라프 부닌, 필립 앙트르몽, 알도 치콜리니, 파스칼 로제 등 20세기 거장들을 배출시켰다.
이미 임군은 5월 이미 영국 EMI사에서 데뷔 음반을 녹음했을 만큼 널리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세계 메이저 음반사가 전 세계 발매를 조건으로 그를 발탁한 것은 야구로 치면 메이저리그 진출, 영화로 보면 할리우드 진출에 버금한다. 임군은 EMI측과 계약금 8만 달러 일시불 지급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해 음반계에서 화제가 됐다.
임 군은 지난해 9월 열린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콩쿠르에서 결선 진출이 좌절되기 했으나 세계 음악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임 군은 이 콩쿠르에서 1, 2차 예선을 각각 2위와 1위로 통과했으나 유럽계 심사위원들의 석연치않은 결정으로 결선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현지 언론들은 심사 결과에 의혹을 제기했으며, 콩쿠르 조직위는 결국 2001년에 심사위원을 전원 교체해 작년 심사의 부당성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임 군이 롱 티보 콩쿠르를 제압한 것이다.
임 군은 기자의 전화통화에서 “부조니 콩쿠르 당시 나 대신 결선에 올라 구설수에 올랐던 일본 연주자는 이번에 5위에 그쳤다”고 말했다.
임 군은 1996년 국제쇼팽청소년콩쿠르에서 함께 피아니스트로 활동중인 형 동민(22)씨에 이어 2위를 차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 대기업의 모스크바 지사장인 아버지와 함께 전 가족이 모스크바에 살고 있으며 부닌 등을 길러낸 레프 나우모프 교수에게 배우고 있다.
그는 ‘피아노의 여제’로 불리는 마르타 아르헤리치(아르헨티나)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 몇군데 여름 음악 캠프에서 임 군의 연주를 들었던 아르헤리치는 지난해 부조니 콩쿠르 파동이 불거진 이후 임 군에 대한 후원에 나섰다. EMI에서의 음반 녹음도 아르헤리치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군은 내년 1월 1일 열리는 서울 예술의 전당 신년음악회에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하는 것으로 고국 무대에 선다. 이 곡은 롱티보 콩쿠르의 결선곡이기도 하다. 결선곡은 여러 협주곡 중 하나를 연주하지만 6명의 결선 진출자들이 경쟁적으로 모두 이 곡을 연주해 결선은 ‘차이코프스키의 경연’이 됐다고 임군은 밝혔다.
“기낮?따지면 6명이 모두 자신있는 연주자들이죠. 대신 저는 내면이 우러나는 정감으로 승부를 보려 했고, 그 점이 심사위원들과 청중을 사로잡았다고 봅니다.”
세계 음악계와 언론은 그의 연주에 대해 “소년답지 않게 지극히 낭만적이며 감성적”이라고 평가해왔다. 그의 장래가 믿음직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수상연보
△1996년 9월 러시아 쇼팽 청소년 콩쿠르 2위
△2000년 9월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콩쿠르 5위
△2000년 11월 일본 하마마쓰 국제콩쿠르 2위
△2001년 12월 프랑스 롱-티보 국제콩쿠르 대상(솔로 리사이틀상, 오케스트라상, 프랑스작곡가 해석상, 파리음악원학생상, 마담 가비 파스키에 상 등 6개 상 동시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