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20일 새벽 4시 30분경....
오늘이 대설이라 그런지 밖에 날씨가 매섭다.
추운 날싸 탓에 요즘 손님도 많이 줄어 걱정이다.
예전에 비해 2~30%는 줄었을까......
오늘도 새벽 4시에 출근해 시내 한 바퀴를 돌아도 손님이 없다.
강대 후문에는 빈 택시들이 파란 불을 켜놓고 한 10대가 줄지어 서 있다.
평소 아무리 손님이 없어도 터미널이나 역에 대놓고 기다리는 성격이 아닌데
오늘은 손님이 너무 없어 할 수 없이 나도 강대후문 골목길에 차를 대놓고 잠시 기다렸다.
고요한 새벽.....
길가에 늘어선 건물의 네온사인은 밤새 주인을 잃은채 싸늘하게 반짝인다.
저 멀리 가로등의 노란 불빛 아래 청소부아저씨의 바쁜 몸놀림만 눈에 들어온다.
가끔 빈택시가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는 늑대처럼 번쩍이는 광채로
요란한 괭음을 내며 고요한 새벽을 무참히 가르며 지나간다.
순간 순간 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별 좋은 느낌이 아니다.
음악 볼륨을 올렸다.
한 5분쯤 기다렸을까.....
골목길에서 손님 세분이 걸어 나왔다.
'땡이로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잠시 대화를 나누더니 20대 젊은 손님은 내 택시를 타고 나머지 40대 손님 두 분은
뒷차를 탔다.
손님이 술을 많이 드셨는지 차안에 술냄새가 퍼졌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 있었고 뭔가 기분이 안좋은 표정이다.
" 손님! 어서오세요."
난 평소처럼 손님께 공손히 인사를 했으나
손님은 내 인사에 아랑곳하지 않고 뒷차 손님을 처다보고 있다.
뒤에 있는 택시가 빨리 출발하라고 '빵빵'대
난 하는 수 없이 서서히 먼저 출발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손님이 소리를 버럭 지른다.
"잠깐 있으라니까?"
반말이다.
으레 술취한 손님께 들어온 말이라 기분이 나빠도 그냥 넘어갔다.
차를 다시 옆길에 세우고 뒷차가 먼저 가기를 기다려도
뒷차는 가지않고 라이트를 번쩍이며 먼저 가라고 한다.
서서히 출발하며 손님께 다시 행선지를 물었다.
" 손님! 어디로 모실까요?"
손님은 대답없이 자꾸 뒷차를 처다본다.
차는 어느덧 강대후문 축협 사거리에 신호에 걸려 서 있었다.
이제서야 손님은 대답을 했다.
"좌회전 아~ 아니 우회전해 바로 세워요."
한 50M 왔을까.....
손님은 행전지가 뚜렸이 없어 보였다.
난 우회전해 골목길 앞에 세워 드릴려고 서서히 가고 있었다.
" 이 아저씨가.... 여기 세우란 말야."
손님은 소리를 버럭 지른다.
난 황당하였지만 손님께 양해를 구했다.
" 뒷차들이 다라오고 있는데 저 골목길 앞에 세워 드릴께요."
"이게 뭐 이따구가 있어"
손님은 눈을 부릅뜨고 처다보며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차를 골목길 앞에 세워 드렸다.
손님은 택시비도 안내고 그냥 내리려 한다.
" 손님! 택시비 내셔야죠."
그제서야 주머니를 뒤지며 ......
" 택시비 얼마야."
" 예, 기본요금 1,500원 입니다."
" 나 수표 밖에 없는데....."
" 제가 지금 막 출근해 첫 손님이라 그렇게 큰 돈이 없는데 어쩌죠?"
" 명함주면 되잖아"
"손님! 죄송하지만 제가 편의점에서 바꿔 올께요.
수표 주세요."
오늘 첫손님만 아니어도 그냥 내리라고 하겠건만.....
지금까지 명함줘서 돈 받은적이 한번도 없는지라 어떻게 하든 돈을 받아야 했다.
손님은 나중에 전화해 주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그때 뒤 택시에 탔던 40대 뚱뚱한 손님이 차에서 내려 내 택시로 다가와
내리지 말고 빨리 집으로 가라고 한다.
분위기로 보아 손님이 누군가와 싸우는걸 말려서 집에 보내려는데
손님은 다시 그곳으로 가려고 하는가 보다.
난 같은 일행으로 생각해 창문울 내리고 택시비 달라고 말하려 하니
손님이 만원짜리 지페 한장을 재빨리 내 놓으며 다그친다.
" 야! 됐냐...... 아까 그리로 빨리가"
참~ 어이가 없다.
방금 전에 수표 밖에 없다더니....
그 1500원이 아까워 거짓말을 했단 말인가.....
기분이 몹시 불쾌하다.
하지만 손님인데 어쩌랴....
손님은 계속 다그친다.
" 너 죽고싶어? 아까 그 자리로 빨리 돌아가란 말야."
" 예 손님. 그 자리로 다시 돌아가고 있습니다."
" 근데 왜 이리로 가는거야!"
" 손님! 뒷차가 계속 따라오고 있는데요.
그리고 빨리 가려면 주공 5단지 쪽으로 가는게 더 가깝고요"
유턴해서 다시 그 자리로 가려면 신호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5단지쪽으로 돌아가는게 더 빨랐다.
" 야1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너 유종수시장 알아?
유종수 시장이 우리 아버지야."
황당하였다.
시장 아들이라는 사람이 더 조심은 안하고 아버지 이름을 팔며 행패를 부리다니.....
" 예~ 그러십니까? 잘 알고 있습니다.
아침에 같이 운동도 하고....."
"너 혼나 볼래?
지금 아버지 한테 전화할까?"
" 됐습니다. 지금 주무시고 계실텐데......."
"너 이름 뭐야. 어?"
" 제 명함을 드리겠습니다."
난 명함을 꺼내 손님께 드렸다.
" 그래. 김남수..... 너 죽었어."
술이 많이 취했나 보다.
내 이름 허남수를 김남수라 부르니......
속으로 우습기도하고 앞으로 전개될 일이 궁금도 하다.
아직도 이런 사람이 살고 있다니....
유종수 시장님은 고등학교 선배님이시고 새벽에 종합운동장에서 운동할 때 가끔 마주처
인사를 드리곤 한다.
항상 부인하고 함께 트랙 걷기 운동울 하신다.
또 시장 선거때 우리 부부가 한표를 주었을 만큼 평소 존경하는 분이시다.
시장님이 아들때문에 맘고생 많겠구나하는 측은한 생각이 순간 스쳐갔다.
손님의 시비는 계속 이어졌다.
" 야! 니가 변호사라도 돼?
니가 판사야?
어디 건방지게......"
" 아닙니다. 전 택시 기삽니다."
"너 불법 주정차 했어!"
" 무슨 말씀을......."
손님은 몸을 의자 앞쪽으로 붙어 앉아 주먹으로 때리는 시늉을 한다.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져 갔다.
나이도 한참 어린것 한테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한다니....
손님은 자꾸 시비를 건다.
무언가 조금전에 있었던 일로 못다한 화풀이를 나한테 하려는가 보다.
" XX 놈! 택시하는 주제에......"
참을 수 없는 말이다.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간 것을 느꼈다.
내가 정직하게 일해서 돈을 버는데 무슨 잘못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나도 모르게 차를 갑자기 세웠다.
지금부터 전개될 일들이 그림처럼 스쳐갔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참아야 한다.
흥분을 가라 앉히고 아까 손님이 탔던 곳에 차를 멈췄다.
손님이 주신 만원짜리 지페가 내 손에 쥐어저 부르르 떨고 있었다.
난 침착하게 돈 계산을 해 주었다.
손님은 동전 하나하나까지 일일이 세며 나의 꼬투리를 잡으려 했다.
" 손님! 안녕히 가세요."
난 손님에게 마무리까지 깨끝이 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손님은 내리면서까지 내 가슴을 긁어 놓았다.
"야! 너 김남수라 했지?
너 오늘 죽을줄 알어"
손님은 잔돈을 받아 들고는 황급히 내렸다.
난 어이가 없어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분을 삭혀아만 했다.
손님이 골목길로 뛰어가는 것으로 보아 또 싸움하러 가는것 같았다.
택시를 운전하다보니 별의별 일들을 격어본다.
잊자 잊어....
난 핸들을 돌려 또 손님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아까 그일이 자꾸 떠올라
손님이 눈에 들어오지 안는다.
생각할 수록 분통이 터진다.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 114지요? 춘천 시장님 사택이요."
" 춘천 시장님 사택 전화번호는 없는데요."
난 시청 당직실로 전화를 했다.
시장님께 분명하게 아들 교육 똑바로 시키라고 해야겠다.
" 시장님 전화번호좀 가르쳐 주세요."
"누구신데요,"
" 전 택시 기산데 사적인 일로 전화를 하려 합니다."
" 지금 주무실텐데....."
" 지금 운동 나가실 시간이예요."
" 시장님 전화번호는 함부로 가르쳐 드리는게 아닌데..."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 아니 시민이 시장님하고 통화좀 하려는데 왜 안됩니까?"
" 아니 그게 아니고.....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저.....
전화번호가......
어디갔지?"
당직자는 이리저리 빼고 있었다.
" 됐습니다. 낮에 비서실에 전화 할께요."
"죄...죄송합니다."
새벽 6시...
운전할 기분이 아니다.
일을 접고 집에 들어갔다.
집에 들어서니 부인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 오늘 왜 일찍 들어오셨어요?"
" 어~ 일이 좀 있어서"
지금까지 택시운전을 하면서 새벽 4시에 나가 7시에 아침식사하러 들어온지라
오늘따라 6시에 들어 왔으니 궁금도 하겠지....
"얼굴 표정이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 아냐, 아프긴... 손님하고 싸워서...."
" 손님하고 왜 싸워요."
지금까지 운전하면서 손님하고 싸웠다는 말은 처음 듣는거라 많이 놀랜다.
" 아니 손님하고 싸운게 아니고....
손님이 술주정을 해서 운전할 맛아 안나 그냥 들어 왔어."
부인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 손님이 지 아버지가 시장이라나 들먹이며 술먹고 행패를 부리잖아."
" 뭐요. 그래서 그냥 놔줬어요?
파출소로 데려가지."
부인이 더 흥분하니 내가 멀쓱해진다.
"그걸 가지고 어떻게 파출소로 데려가...
이따 낮에 시장실에 전화해 뭐라고 할려고 해."
"그렇다고 일안하고 그냥 들어와요?
핑게꺼리 잡았군....'
가슴이 뜨끔하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일하다보니 10시쯤 됐다.
시청 비서실에 전화를 했다.
" 안녕하세요?
시장님 계세요?"
" 예, 계시는데 누구시라고 전할까요?"
" 아니, 먼저 물어볼께 있는데요."
" 예, 말씀하세요."
" 시장님 아들중에 20대 후반의 아들이 있나요?"
먼저 아들이 맞는지 확실하게 확인하고 싶었다.
" 아니요. 시장님 아들은 없는데요."
이게 무슨 소린가.
아들이 없다니.
머리가 띵하다.
" 예? 아니 아들이 없다고요?"
"예. 시장님은 아들이 없으세요."
" 그래요?"
갑자기 머리에 현기증이 난다.
이런.....
" 아니, 왜그러세요?
" 아~ 아냐요. 어느 술취한 손님이 시장님 아들이라고하며 행패를 부려서...."
" 아~ 그러세요. 혹시 전화번호나 아름을 아세요?"
" 아니요. 몰라요."
"그럼, 선생님 전화번호좀 가르쳐 주실 수 있으세요?"
" 예,...."
전화번호와 아름을 가르쳐 주고
전...화...를.....끊...었...다.
이놈 만나기만 해봐라....
그 떠올리고 싶지 안은 얼굴을 자꾸 떠올리며
머리속에 익혔다.
어디서 본듯한 얼굴.....
기억에 생생하다.
닭 쫓던 개 지붕 처다보는 기분이다.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결국 하루종일 그 놈 생각에 일을 망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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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일이 있은지 몇 일이 지나 어느 젊은 손님 두분이 탔다.
난 그때 일어났던 일을 손님께 애기 했더니 자기 친구가
유종수 시장님 조카있는데 내가 얘기하는 그친구하고 인상착의가 비슷하다고 했다.
그리고 술버릇도 나쁘다고 했다.
내 추측하건데 유종수시장님 아들이 아니고 조카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제 어쩌랴.......
다음에 만나기만 해봐라......ㅎㅎㅎㅎㅎ
웃어 넘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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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업종의 일을 하는 저로써는 ~ 많이 참으셨군요 화이팅 입니다요 ....... 나쁜 ~ 아니 미친넘의 강아지 ~ ㅎㅎㅎ
시장 아부지 팔을려면 처신을 잘해야지.망나니넘이네요~
감상실님 그 정도는 약과로 치고 더욱힘을내서 시민의 발이 돼주세요 저는 옜날에 택시를운전할때는 집에다 오장육브를 냉장고 에 다 보관하고 나온답니다 화이팅
측근을 조심...노무현 측근들도 지금 이러고 다니지요
시장 이라... 춘천에서 최고권력자란 얘기 ... 아시겠지만,관공서와 관계있는 일에 종사하면 저런넘 비위를 잘 맞춰야 성공한답니다 .. 참 슬픈일이지만 .. 세계어느곳이든 똑같다고 하더군요 ..
노무식이 똘만이들 하고 똑같네..망나니 개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