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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리준아, 덥지? 엄마가 아이스크림 사줄까?"
"귀차나..."
"벌써부터 먹는 것도 귀찮으면 어떡해! 괜히 더위먹지 말고 아이스크림 먹자. 응?"
"...."
유난히 더위를 잘타서 여름엔 무조건 집에만 있으려고 하는 리준이를 일부러 밖에 데리고 나왔더니, 온몸을 축 늘어트린 채
계속 비실비실. 만사가 다 귀찮다는 듯이 내 어깨에 얼굴을 기대곤 아주 천천히 눈을 깜빡거리며 멍한 표정만 짓고 있는 리
준이다. 오늘은 별로 더운 날씨도 아닌데 혼자만 얼굴이 빨갛게 익어서는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이젠 내 말에 대답도 안 하
고.
"리준아, 자꾸 엄마 말에 대답 안 할 거야?"
"...."
"그래, 알았어."
이젠 너무 익숙해서 그냥 빨리 포기해버리고 마는 나. 위로 한가닥 뻗쳐있는 리준이의 머리카락을 잘 정리해주며 근처 편의
점에 들렸다. 그리고 평소에 리준이가 좋아하던 딸기우유와 쭈쭈바 하나를 계산하고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 뒤에서 내 이름
을 부르는 목소리에 천천히 뒤를 돌아보면, 뜻 밖의 인물에 눈이 두배로 커지고.
"어...? 오빠!!"
지호 오빠다. 일본에 있을 때 바로 옆 집 살면서 자연스레 친분도 생기고, 지난 3년간 제일 가깝게 지내기도 했던 오빠. 졸
업 후 한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계속 연락하고 지내긴 했지만, 이렇게 한국에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이렇
게 우연히 만나게 되니까 더 반가운 느낌이랄까?
"뭐야, 왔으면 연락을 해야지. 언제 들어왔어?"
"며칠 전에요. 리준아, 인사 해야지~ 우리 옆 집에 살던 지호 형이잖아. 기억 안나?"
"지호...? 바보 형아?"
"그래. 오랜만이다 아리준? 못본 새 더 멋있어졌네, 짜식. 잘 지냈어?"
"어."
여태껏 내 품에 안겨 다 죽어가는 사람처럼 시들시들한 모습으로 축 처져있던 리준이가 더 멋있어졌다는 칭찬에 기분이 들
떴는지 느릿하게 씨익 웃으면서 '어' 라고 말했다. 그런 리준이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애정표현을 하는 지호 오빠에게 '하
지마 바보야!' 하며 한쪽 눈을 찡긋거리면서도 내심 반가운지 계속 실실 쪼개는 리준이.
이래서 사람 정이 무서운 건가 보다. 비록 여자에겐 '웅' 이고 남자에겐 '어'지만, 가까이에서 오랫 동안 봐와서 그런지 지
호 오빠한테 만큼은 꽤 호의적인 리준이. 나랑 라희 다음으로 리준이가 제일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지호 오빠다. 이
렇게 웃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근데, 어디 가는 중이야?"
"네, 약속있어서 잠깐 나왔어요. 오빠는요?"
"나도 누구 좀 만나러."
"아~ 혹시 그 사람?"
"누구?"
"무지무지 예쁘다던 그 여자분이요!! 오빠 마음 속 주인."
"아... 기억하고 있었네?"
"당연하죠!! 다른 건 잘 깜빡깜빡 해도 그런 건 안 잊어버려요. 술먹고 울면서 하는 얘기는 재밌으니까."
"야, 야. 내가 니 앞에서 언제 울었다고 자꾸!! 아후... 그냥 말을 말자, 말을."
그냥 눈물이 살짝 글썽거렸을 뿐인데 자꾸 울었다고 놀려대는 내게 똑같은 변명을 하는 것도 이제 지쳤는지, 자꾸만 장난스
럽게 웃어대는 날 보며 옅게 한숨 쉬는 지호오빠. 한두 번도 아닌데 그때마다 살짝 붉어진 얼굴로 곤란한 듯 피식피식 웃는
모습이 마치 사춘기 어린 소년 같아서 동생처럼 너무 귀엽다.
그리고 한 10분쯤 흘렀을까?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반가운 마음에 길 한복판에 서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떠들다가 더운 햇살에 장 시간 노출 된 리준이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칭얼거렸고 그제서야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걸
알고는 시간을 확인하는 우리 둘.
"오빠 안 늦었어요?"
"안 그래도 이제 가봐야 될 것 같애. 미안. 연락할께! 리준아, 다음에 보자?"
"네. 리준아, 형한테 인사 해야지! 형아 안녕~"
여전히 축 쳐져있는 리준이의 손을 잡고 대신 손을 흔들며 인사 했다. 그럼 더위에 지친 얼굴로 쿨하게 피식 웃으면서 '귀
찮으니까 얼른 가' 라는 듯이 턱을 살짝 들어 인사하는 리준이. 그리고 그런 리준이에게 예쁘게 웃어주며 '그럼 간다!' 하
고 먼저 돌아서서 약속 장소로 향하는 지호 오빠. 언제 봐도 참 편한 사람이다.
손을 흔들며 점점 멀어지는 지호 오빠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웃음 짓다가, 이제 나도 내 갈길 가기 위해 리준이를 안고 돌
아섰다. 그런데 바로 코 앞에 팔짱을 끼고 서서 묘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태양이 때문에 흠칫 놀라 호들갑스럽
게 뒤로 한발짝 물러서는 나.
"아, 깜짝이야... 놀랬잖아!!"
"누구야?"
"누구긴 누구야, 그냥 아는 오빠지."
"그냥 아는 오빠?"
뭐야, 저 눈초리는... 마치 못 볼 걸 본 듯한 그런 표정으로 뭔가 나를 잔뜩 의심하는 듯한, 당황스러운 눈빛.
"뭐, 뭐야. 왜 그렇게 쳐다봐?"
"흐음... 말까지 더듬으니까 진짜 수상한데? 설마 또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겠지."
"뭐!! 뭐가 또야!! 헛소리 하지말고 조카한테 인사나 해 멍청아."
"아, 맞다. 안녕?? 난 김태양이라고 해. 잘 생긴 니 삼촌이지!! 아, 떨려. 넌 이름이 뭐니?"
저걸 인사라고.... 도대체 나이는 어디로 먹은 거야? 왠지 바보스러운 첫 인사에, 얜 또 뭐야? 라는 표정으로 한껏 인상을
쓰며 태양이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리준이. 역시 리준이가 호의적으로 대하는 남자는 지호 오빠 뿐인가 보다. 어쨌든, 어린
아이 답지 않은 리준이의 도전적인 눈빛에 적잖게 당황 했는지,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또 헛소리를 하기 시작하는 태양이.
진짜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하하. 참 똘망똘망하게 생겼구나 너!! 눈빛이 아주 좋아. 나중에 크면 여자 여럿 울리겠어."
"애한테 별 얘길 다 한다. 리준아, 삼촌이야. 엄마 동생! 안녕하세요 해야지~"
"...엄마 동생?"
"응. 리준이가 라희 누나 동생인 것처럼, 태양이 삼촌도 엄마 동생이야. 그러니까 삼촌 말도 잘 들어야 해~ 알았지?"
"...."
"응??"
"생각 쫌 해보고."
"그래, 우리 아들 착하다."
내 동생이란 말에 경계를 조금 풀고 생각 좀 해보겠다며 쏘 쿨한 모습을 보여주는 리준이 볼에 뽀뽀하며 머리를 슥슥- 쓰다
듬어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밥 시간도 안 됐는데 배고프다고 하는 리준이와, '가자!!! 삼촌이 밥 사줄께!!!' 하며 오바스럽
게 얘기하며 먼저 앞장서서 걷는 태양이. 리준이는 태양이 목소리가 너무 컸던게 마음에 안 들었는지 습관처럼 인상을 찌푸
리며 손바닥으로 한쪽 귀를 막고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아, 시끄러워...."
아무래도 도도한 자기 성격과는 잘 안 맞는 모양.
"아! 아버님 결혼 때문에 잠깐 들어 온 거라며. 애들한테 들었어."
맛있는 밥집을 찾아 자리를 옮기던 중, 내 옆에 서서 걷던 태양이가 말했다. 아빠한테 아버님이라니.... 평생 다른 사람을
친 아빠라고 생각하며 살았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그렇게 부르니까 진짜 남남 같잖아. 아무튼 웃기기는.
"왠 아버님? 아무리 아빠라는 소리가 어색해도 그렇지, 그건 좀 웃기지 않냐?"
리준이 주려고 샀던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런데 괜히 당황하며 어색한 웃음을 흘리는 태양이. 아
빠한테 아버님이라고 했던게, 자기도 많이 민망하긴 한가보다.
"어...? 하하하하. 좀 그런가?"
"결혼식 때 올 거지? 햇살이도 같이 왔으면 좋겠는데... 안 오겠지?"
"글쎄..."
정확히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낯빛이 어두워지며 쓰게 웃는 태양이를 보니 덩달아 나까지 괜히 씁쓸해지는 마
음. 우리는 쌍둥이니까 같은 아빠 밑에서 나왔다고 해도 햇살이는 아빠가 다르니까... 그동안 잠시 잊고 있었는데, 아로하
랑 다시 잘 되는 일 말고도 중요한 일이 또 있었다. 그 중에 가장 첫 번째는 역시 태양이랑 아빠랑 다시 만나게 해주는 일
이였고, 내 동생 햇살이한테도 좋은 언니가 되어주는 일. 그리고 일단, 배고프다는 내 아들 배부터 채워주는 일.
"리준아, 뭐 먹을래?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웅."
"먹고 싶은 건 없고, 그냥 배만 고픈 거야?"
"웅."
"그럼 엄마 먹고 싶은 거 먹는다?"
"웅."
여자라고 해봤자 누나랑 엄마 뿐이지만, 여자 앞에서는 은근 귀염성 있게 말도 할 줄 아는 리준이의 의견을 존중하여 더 이
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눈 앞에 보이는 스파게티 전문점으로 향했다. 대낮부터 삼겹살이 먹고 싶다던 태양이의 의견
따위는 완전히 무시한 채.
그랬더니 자기 말은 이제 완전 개무시한다며 3초 동안 삐져있다가 0.1초 만에 풀려버린 단순한 동생과, 아직도 더위에 비실
대고 있는 아들래미를 데리고 들어온 스파게티 전문점. 에어컨 바람 때문에 이제 좀 살만한지 밖에 있는 내내 내 품에 안겨
있다가 이제 바닥으로 내려와 자기 발로 걷기 시작하는 리준이다.
그리곤 내 옆에 도도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음료수를 마시며 맞은편에 앉아있는 태양이의 얼굴을 관찰하듯 하나씩 뜯어보
기 시작하더니, 음식이 나올 때까지 말 한마디 없이 그렇게 태양이만 바라보다가 한참만에 입을 연 리준이는 그동안의 관찰
결과를 얘기하며 살짝 비웃는 여유로운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쫌 생겼는데."
"뭐어?"
"그래도 나한텐 안 대."
"하하하하!! 진짜 골 때린다~ 말 하는 거 봐."
"흥."
황당한 리준이의 말에 뭐 이런 꼬맹이가 다 있냐는 듯 태양인 벌써 자지러지고, 어울리지 않게 살짝 고개를 돌리며 뚱한 표
정으로 콧방귀를 뀌는 리준이. 아무래도 여태까지 만난 남자들 중에서는 태양이가 제일 난가보다. 아무리 괜찮은 남자가 앞
에 있어도 다 구리다고만 했지 쫌 생겼다고 말한 적은 여태껏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근데 얜 진짜, 도대체 누굴 닮아서 이런 걸까?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다 자신의 적인 줄로만 아는 리준이가 그저 신기할 따
름이다. 게다가, 세상의 모든 남자들을 다 통틀어서 자기보다 잘난 남자는 없다고 생각하는 그 자신감까지도 그저 감탄스러
울 따름. 가만보면 이 몹쓸 자신감은 태양이를 좀 닮았단 말이야?
"그만 웃고 먹기나 해."
"아~ 진짜 웃겨!! 리준아, 삼촌 감동했어!! 너처럼 멋진 꼬마는 처음이야."
"아라."
"악!! 안데. 나 진짜 미치겠다."
"그렇게 재밌냐?"
"어, 대박. 리준아!! 삼촌이랑 같이 살래??"
"남잔 시러."
"여자도 있어!! 너네 엄마보다 훨씬 훨씬 예쁘고 어린 여자!!"
보나마나 햇살이겠지. 그래봤자 20댄데 그딴 걸로 꼬시기는. 내 아들을 뭘로 보고.
"....어려?"
"헐.... 리준아. 남자는 도도해야 되는 거라고 엄마가 얘기했지? 그렇게 홀랑 넘어가버리면 안 돼. 그리고!!"
엄마가 더 예뻐. 태양이의 눈치를 살피며 리준이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절대 리준이를 나보다 '어린 여자' 에게 빼앗길
까봐 하는 말은 아니였다. 어쨌든, 밥을 먹는 내내 리준이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잘 한다' '멋지다' '최고다' 를 연발하
며 계속 껴안아주는 나를 보고 태양이는 못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혀를 찼고, 어쩌다 태양이가 머리라도 쓰
다듬어주려고 하면 자기 몸에 손 끝 하나 못대게 하는 리준이를 보며 흐뭇해하던 나. 원래 남자는 이렇게 도도해야 더 매력
있는 법이다. 귀한 아들을 인기폭발 매력남으로 키우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관리를 잘 해야....
"리준아!! 너 거기서 뭐해???"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려던 중 여태껏 내 옆에 서있는 줄 알았던 리준이가 없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저쪽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멍하니 어느 한 곳만 바라보고 있는 리준이. 도대체 저기에 뭐가 있길래. 어깨에 메려던 백을 태양이에게 맡
기고 리준이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이게 왠 일. 여자라곤 평생 누나랑 엄마 밖에 모르던 우리 리준이가 완전 넋이 나간 얼굴로 바라보고 있던 그 곳엔,
수줍은 듯 미소를 머금고 공주처럼 얌전하게 앉아있는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왠지 우리 리준이보다 한 두살 많을 것 같은
연상의 여자가.
"리준아. 저 누나 예뻐?"
처음에는 여자한테 관심도 없던 리준이가 가족 아닌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주었다는 사실에 적잖게 충격이였지만, 이렇게
넋을 놓고 바라볼 정도면 시크한 매력만 물씬 풍기던 우리 리준이도 아직 순수한 어린 아이구나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점점 입가에 번지는 미소. 왠지 사랑에 빠진듯한 리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예쁘냐고 묻자 천천히 고개를 끄떡거리며
멍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엄마아...."
"응?"
"훔쳐와."
"뭐?"
"쟤 훔쳐와. 빨리이~"
리준....아. 아리준. 너 지금, 너의 사랑을 위해서 엄마보고 아동 유괴범이 되라는 소린 아니겠지?
"집에 델꼬가게 빨리 훔쳐와.... 빨리이."
이젠 아예 내 팔을 잡고 흔들며. 그러면서도 시선은 절대 어여쁜 아이에게서 떼지 않고 나를 조르는 리준이 때문에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바로 그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태양이가 안 오고 뭐하냐며 멀뚱히 서있는 나와 리준이를
번갈아 보는데.
"아무래도 리준이가 미...쳤나봐, 저 여자 애한테. 나보고 훔쳐오래!! 집에 데리고 간다고... 이러다 여기서 날 샐 기센데
어떡하지?? 얘가 잘 울지는 않아도 고집이 완전 황소 고집이거든."
눈물을 머금고, 혹시라도 누가 들을까봐 작은 목소리로 태양이 귀에 속삭이면.
"뭘 어떡해? 가서 훔쳐와."
역시 도움이 안 되는 인간이다. 이런 걸 동생이라고...
"미쳤냐!?"
"그럼 어떡해!! 별 수 있어?"
"니가 어떻게 좀 해봐."
"내가 무슨 수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서 생각 좀 해보라고. 어떻게 하면 리준이가 저 아일 포기할지."
"동심은 개뿔. 그냥 나한테 맡겨."
읏-차. 마치 일부러 내는 듯한 이상한 효과음을 내며 리준이를 가볍게 안아들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는 태양이.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도도컨셉을 버리고 순한 양이 되어서 태양이 품에 얌전히 안겨있는 리준이. 내 아들이지만 정말 약았
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기 머리카락 하나 못 만지게 하더니. 아.... 사랑의 힘이 이렇게나 위대한 것일까? 그나저나 태
양이 얘는 도대체 뭘 어쩌려는 건지 괜히 불안해 죽겠다.
설마 삼촌이 되서 자기 조카 얼굴에 먹칠 하는 짓은 안 하겠지? 태양이가 아무리 정신 나간 애라고 해도 절대 그런 짓은 안
하겠지. 그렇게 가슴 졸이며 멀리서 지켜보다가,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애 엄마와 전화번호를 주고 받는 태양이를 보고 할말
을 잃은 나.
"헐...."
저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태양이 표정을 보아하니 백프로 자기가 원했던 상황은 아닌 듯 한데, 여자는 웃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있는 와중에도 자신의 이상형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리준이. 가까이에서 보니까 더 예쁜지, 마치 꿈
에서나 나올 법한 천사를 보고 있는 듯한 황홀한 표정. 쟤는 원래 내가 뽀뽀해줘도 저런 표정 안 짓는 앤데. 뭐야?? 갑자기
눈물 나려고 해.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들의 얼굴을 이런 식으로 보게 되다니.... 이래서 자식 키워봤자 소용 없다는
건가 보다.
어쨌든, 내 품을 떠난지 약 3분 만에 다시 돌아온 싱글벙글 리준이를 보고 또 한 번 충격 받았지만 최대한 티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마냥 웃고있는 리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평소엔 잘 웃지도 않으면서!!!!
"아들. 그렇게 좋아?"
"우웅."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지금 내 속은 썩어가고 있는 중. 내가 아들의 여자한테 질투를 느낄 줄이야....
"가서 뭐했어?"
뭐가 그렇게 좋은지 계속 실실 웃으면서 내 목에 얼굴을 부벼대는 리준이의 등을 토닥이며 가게 밖으로 나와 태양이에게 물
었다. 처음에는 '역시 나 아직 안 죽었어' 라며 헛소리를 찍찍 해대더니, 갑자기 정색하며.
"미혼녀래."
"근데?"
"나 마음에 든다고 다음에 밥 한끼 같이 먹재."
"우와. 아주 당당한데? 맘에 든다. 한 번 만나봐~ 잡아 먹기야 하겠어?"
"장난해??? 스물 아홉이래!! 나보다 6살이나 많다고!!"
"우와. 니가 영계라서 더 끌렸나 보다."
"그냥 잘난 얼굴에 끌렸겠지."
"헛소리 한다 또. 근데 리준이는 왜 이래??"
"왜겠냐 이 돌탱아! 첫눈에 반하신 어여쁜님이 귀엽다고 해주니까 기분 좋아서 그렇지."
"뭐???? 지금 뭐라 그랬어???"
"뭐가?"
"귀엽다는 말 듣고 좋아서 이러는 거라고 지금???"
말도 안 돼. 꼴에 남자라고 귀엽다 예쁘다는 말에는 인상을 찡그리던 리준이가. 그저 멋있다는 말만 듣기 좋아하던 우리 리
준이가!!
"엄마. 나 기여워?"
헐... 갑자기 심장에 구멍이 뻥 뚫린 느낌이랄까? 여태껏 내 목에 얼굴 파묻고 정신 못차리던 리준이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아주 해맑은 얼굴로, 엄마 나 귀여워? 엄마 나 귀여워? 엄마 나 귀여..........
"리준아."
"웅?"
"너 안 귀여워. 남잔 멋있는 거야."
"아니야."
"...."
"나 기여워?"
"...."
"엄마. 나 기여워??"
"어...... 그래, 귀여워."
왠지 안 귀엽다고 하면, 내 입에서 귀엽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물어볼 기세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냥 그렇다고 말한 나.
그래, 내가 졌다. 널 어쩌면 좋으니.
"아~ 날씨 좋다."
좋기는 개뿔!! 눈치 없는 놈. 내 마음이 흐린데 날씨만 좋으면 뭐하니 이 바보 같은 동생 놈아. 넌 지금 내 얼굴이 점점 어
두워지고 있다는 걸 느끼지 못 하는 거야? 그런 거야?? 옛날에는 말 안 해도 잘만 알더니, 이제는 내가 말해줘도 절대 모를
것만 같은 둔한 놈. 썩을 놈. 동생이 뭐 이래? 아들이 내 마음을 몰라주면 동생이라도 알아줘야 하잖!!!
"....."
괜히 혼자 속으로 씩씩대며 걷다가 문득 내 시선을 사로잡는 것에 우뚝 멈춰버린 발걸음. 아로하였다. 내가 아닌 다른 여자
와 함께 길을 걷고 있는 모습에 거짓말처럼 눈물이 핑 돌았지만 애써 마음을 다스리며 다른 곳을 바라보는 나. 태양이가 왜
그러냐고 물어도 그냥 아무 것도 아니라는 말말 하곤 다시 태연한 척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미 좁혀질대로 좁혀진 거리에 이런식으로 마주치면 불편할 것 같아서 리준이를 껴안고 고개를 푸욱 숙이는 나. 제
발 태양인 아무 것도 모르길 바랬는데... 괜히 걱정끼치기 싫었는데, 갑자기 걸음을 멈추며 내 팔을 잡아 세우는 태양이 때
문에 벌써부터 가슴이 아파오고.
"뭐야 저거."
낮게 깔린 태양이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올 때, 나를 보고도 내 옆을 그냥 지나치는 아로하 때문에 무너지는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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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로하와의 스또리가 시작할 때이군요. 아직 큰 틀 밖에는 생각해 놓은 것도 없지만 =_=
(업쪽=숫자)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어요. 로하의 나쁜남자 스또리. 기대되시나요? ㅋㅋㅋㅋ 그 기대에 부흥하려면 제가 로하를 더 나쁜 남자로 만들어야겠군요 =_= ㅋㅋㅋㅋㅋ
93104875757534 지호오빠 .........뭔가 호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잉. ㅋㅋㅋㅋ 분량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매력발산을 한 것도 아닌데 벌써 지호오빠한테 호감을 가져주시다니. 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음... 최선을 다해 최대한 일찍 오도록 하겠습니당. ㅋㅋ
8282ㅋㅋㅋ 이제 로하의 스토리 스타트~~ㅋㅋㅋ
네네, 이제 스따뜨. ㅋㅋㅋㅋㅋ
후후 5등이네요.......아로하랑 지애는 언제쯤 사이가 좋아질지...
그리고 리준이는....어린녀석이 벌써부터 저렇게 시크하고 멋있죠.....아 귀여워....ㅎㅎㅎ
그쵸. 어린 것이 매력이 철철 넘치네요. ㅋㅋㅋㅋ
77 기다릴께요~~
넵 감사합니다 ㅠ
123 로하 이놈자식! 작정을 했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이제부터 시작.
777
제발 살살해 로하야 지애 울리지말고 어서 돌아와 예전의 너의 모습으로 ㅠㅠ
돌아갈 때 돌아가더라도 한 번 제대로 울리고 돌아가야죠, 그래야 진정한 나쁜 남자.
8888
아이런.. 로하야 .. 이제 그만해라 ㅠㅠ 아흑 ㅠㅠ ㅋㅋ 리준이 완전 대박!!1
어쩔까잉.. ㅋㅋㅋㅋㅋㅋ 나기여워?ㅋㅋㅋ 아이고배야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로하 아직 시작도 안 했어요. ㅋㅋㅋㅋ 이제부터 시작임.
그나저나 우리 리준이 어떡하죠? 너무 귀여워서 미치게씀. ㅋㅋㅋ
아ㅋㅋㅋㅋㅋ리주니보면서 엄마미소 짓고 있었는데ㅋㅋㅋ아로하....로하야.... 제발 그러지마ㅠㅠㅠ왜그러냠ㅠㅠㅠㅠ 그러지마라요ㅋㅋㅋ이제 지애랑 로하 본격적으로 시작되는건가요ㅋㅋㅋ악 기대되ㅋㅋㅋㅋ담편 빨리 올려주세요!!!!
네.............................. 이제 드디어 시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하가 얼마만큼 변했을지 기대하셔도 좋아요.
로하가 어찌변할지 ㅠㅠ 좀 걱정이 되긴한데 둘다 행복해지길바래요
ㅋㅋㅋ 좀 걱정하셔도 되용. 언젠간 다시 행복해지겠죠 ㅠ
777 로하 로하!!!!!왜저래 착한애였자나요!!!!!!!!!!!!!!!!!!!!!!!!!!!!!!!!!!!!!!!꺄악꺄악 다시 돌려놔요 로하!!!!!!!!!!!!!!!!!로하랑 다시 잘 되게해주세요 불여시 따위 등장시키지 마시고ㅠㅠ로하는 유부남이라구요~!!!!!!!!ㅋㅋㅋㅋ오늘 체육대호ㅣ끗나자 마자 왓답니다 하하하하하하핰ㅋㅋㅋㅋㅋㅋ아무튼 로하!!!!!!!그냥 냅두셔요ㅠㅠ로하는 절때 절~때 안된다구요!!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기 마련이죠 ㅠㅠ 아 불여시까진 아직 생각 안 해봤는데, 역시 등장시켜야 할까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체육대회는 잘 하셨어용?
123제발ㄹㄹㄹㄹㄹㄹㄹㄹ로하야좋아 ! ! ! !! ! ! ! !!이제드디어로하스토리가나오는군요 !!!!! !!! !!너의변한모습을맘껏보여주렴난궁금해주겟엉ㅇㅇ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기대할께로하야 하이팅 !!! ! ! !
네네. 이제부터 시작. ㅋㅋㅋㅋㅋ 로하 어떻게 변했을지, 기대해주세용 ㅋㅋㅋㅋ
7재밋어요 ㅋㅋㅋ
감사합니당. ㅋㅋㅋ
잘보구 가께여ㅋㅋ
19 아로하 뭐야~ 그래두 아는척은 해주지 잘봣어여
그러게요 ㅠ 아는척 좀 해주지 ㅠ ㅋㅋㅋ
로하가 언능 컴벡하기를
이제 많이 나올거에영 ㅋㅋㅋ
7777 로하어떡해ㅠㅠ맘을단단히먹었나봐요ㅜㅜ
네 ㅠ 아주 단단히 먹었죠 ㅠㅠ
꺄아 ㅋㅋㅋㅋ 로하랑 빨리 잘 됐으면 좋겟어용 ㅋㅋㅋㅋ
ㅋㅋㅋㅋ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용
85오늘 처음봤는데 너무재밌어요~근데 로하랑 지애랑 왜케 엇갈려요???ㅜㅜ
우와. 한번에 쭉 달려오셨군요. 감사합니당 ㅋㅋㅋ 그러게요 ㅠ 왜케 엇갈릴까용 ㅋㅋㅋㅋ
로하랑지애랑 이어지겠죠???
7777 다음편 기대하고 있을게요^.^
넵 감사합니당 ㅋㅋ
111111 ㅠㅠ 로하 바람인가요..... 바람이랄것도 없지만 ㅠㅠ
네 ㅠ 로하가 다른 여잘 만난다고 해도 바람이라고 할 순 없죠 ㅠ
리준이 완전 귀여워요 ㅋㅋㅋㅋ 그런 동생있었음 좋겠다 ㅋㅋㅋ
저도 막둥이 동생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용 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