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그리운 할머니의 손맛
다섯, 여섯 사람은 좁은 골목을 급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무언가에 쫓기는 듯 가끔은 뒤를 쳐다보기도 한다. 그러나 불쌍히도 막다른 길에서 멈춰버린다. 곧이어 사람 하나가 나타났는데 키가 작은 것을 보아하니 유리였다. 유리의 손엔 기다란 칼이 잡혀 있었다.
"자, 이제 도망칠 곳이 없겠지"
거의 순식간에 모두들 무참히 베인다. 유리는 돌아서는 순간 누군가의 칼에 베인다. 그것은 아까 죽은 줄 알았던 사람으로,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간신히 휘두른 모양이다. 유리는 칼을 들어 그 사람을 내리쳐 죽여버린다. 그리고는 상처가 아픈지 얼굴을 찌푸리며 일어난다.
다음날. 다해와 사시, 야월은 본관 내 치료실로 뛰어왔다. 안에는 사건처리반 내의 의사인 세현과 유리가 있었는데 유리는 크게 다쳤는지 누워있었다. 흰 피부와 풀어헤친 무릎까지 오는 긴 검정 머리에 귀신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뭐 하시다가 이리 되신 거에요?"
"어젯밤에 일하는 중에 다치셨나봐. 상처는 빨리 나을 것 같은데 좀처럼 일어날 생각을 안 하신다니깐? 그 외에는 아무 이상
도 없는데 말이지."
"허억! 이, 이건 그 유명한 원인모를 증세란 건가? 그 용한 약도 들지 않는다는……."
"대신에 뭔가 먹고 싶어서 그걸 먹으면 낫는다던가 하는?"
"그렇지! 그거야 그거. 비싼약이 아닌, 토끼의 간을 다오! 라던가."
다해와 사시의 말장난에 야월은 한숨을 내 쉴 뿐이다. 그런데, 곧 이어 나오는 말에 야월은 입이 딱 벌어질 수 밖에…….
"오옷! 너희들 의료적 재능이 보이는데? 맞아."
야월은 뒤로 돌아서서, 이 뻔한 전개는 뭐냐!, 라고 할 뿐이다. 다해와 사시는 그게 무엇이냐 물었더니 세현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면서 짧고 가볍게 말했다.
"쌀 과 자."
그 세 음절에 포복절도하는 다해와 사시는 땅을 치면서까지 웃어댄다. 오버아닌 오버의 정도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것도 보였다. 그 꼴을 보는 세현과 야월의 뒷통수에 물방울이 내려 올 수 밖에…….
"푸하하핫. 부장님이. 그 부장님이 쌀과자라니. 역시 그 키만큼이나 먹고 싶다는 것도 유아틱이냐?! 나 전래동화에서 쌀과자
먹고 나은 사람은 못봤다고-."
다해의 말에 사시도 끄덕이며 웃는다. 그 시끄러운 웃음소리에 눈을 번뜩 뜬 유리는 옆에 있던 몽둥이도 아닌 칼을 뽑아들더니 둘을 향해 휘두른다. 금세 둘은 얼어버린다.
"어이. 오늘 긴급임무다. 해질 때까지 내가 만족할 쌀과자를 찾아와. 얼른."
"예-엣. 반드시 찾아오죠."
셋은 얼른 치료실을 빠져나온다. 다해는 중얼거린다.
"그런데 왜 하필 쌀과자냐?"
"그야 반장님한테 물어보는게 빠르겠지."
그 말에 바로 과자집이 아닌 사화련에게로 달려간다. 사화련은 일을 미리 끝내놓고 차나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왠일로 셋이 제 발로 찾아오자 놀랍다는 듯이 일어나 반긴다. 셋은 사화련에게 유리와 관련된 이러저러한 일을 들려주었다. 곧 알게 된 것은 사화련도 이미 그 얘기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후후후훗. 너무 우스워 하진 말아 주시죠. 유리씨는 어렸을 적에 할머니와 단 둘이 살았답니다. 그 할머니가 자주 사다주신
쌀과자를 그리워하는 것 뿐이겠죠. 이미 할머니도 돌아가셨고, 5살 때까지의 일이라 그 쌀과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니까."
일명 추억이 담긴 쌀과자인 것이다. 오늘은 딱히 할 일도 없고 해서-여긴완전 놀자판- 쌀과자를 찾아 나선다. 영현-마을이름-에 있는 쌀과자는 모두 사기로 마음먹었지만 어째 그러다 보면 뒤에 많이 궁핍해질 것이다. 그래도 하는 수 없지 않은가.
"일단. 먼저 영현점빵으로 가자."
"에-? 거기가 어딘데?"
"가보면 알잖아. 이 마을에서는 그래도 유명한 가게니까."
셋이 도착한 곳은, 영현점빵, 이라 쓴 간판, 낡은 간판이 걸린 그래도 좀 크다 싶은 가게였다, 밖으로도 몇몇 과자를 내놓은 이 곳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조그만 가게였다. 유명하다하니까 이름 꽤 붙은 대형할인마트인줄 알았겠거니와 안타깝게도 영현에 그리 큰 가게는 없다. 여름이라 낡은 미닫이 문은 열려있다.안에는 더위를 부채질로 식히는 한 아줌마가 있었다. 사시는 이 곳에 자주 들리는 터라 꽤 아는 사이다.
"여어-. 점빵아줌마. 쌀과자 어딨어?"
"또 너냐? 왜 안 찾던 쌀과자를 찾구 그래? 그건 저기 있다."
쌀과자라 모인 곳에는 꽤 종류가 있었다. 최근 것으로 보이는 쌀과자는 안 사는 게 나을거다. 값도 비쌀뿐더러 유리가 5살때라 그랬으니 꽤 낡아보이는 봉지디자인의 쌀과자도 눈에잡힌다. 몇몇 것은 사건처리반 근처 매점에 있는 것과 같은 것이었는데 이미 유리가 한번쯤 먹어봤을거라 생각하고 몇가지만 집어올린다.
"이렇게 줘. 이것들 다 10년 전에도 있던거야?"
"아,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점빵 아줌마가 그것도 모르나?, 라며 사가지고는 돌아서는 사시는 나머지 둘과 함께 본관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조금 넘어서 치료실에 들어간 셋은 쌀과자들을 풀어놓는다. 유리는 셋을 흘겨본다.
"어이. 늬들 점심 먹고 온거지?"
바로 그 증거는 다해의 입에 묻은 밥풀의 잔해, 사시는 째려본다.
"칠칠지 못하게……."
그리고 유리의 시선이 옮겨간 곳은 사시의 입술에 묻은 김가루다. 야월은 한숨을 쉴 뿐이다. 세현은 그런 그들을 보더니 웃으며 다가와, 그래도 할 일은 다 한것 같은데요?, 라며 쌀과자를 내민다. 유리는 몇개를 훑어보더니 하나를 집어든다.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다해는 이러한 생각을 했다. 어디선가 본, 요리왕 미룡(만화 요리왕 비룡), 이란 만화에 나온 적이 있었는데 잘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옛 누룽지탕을 그리는 사람에게 미룡이란 주인공이 거의 똑같이 만들어 내어 놓은 것이다. 그걸 먹은 사람은, 괴성인지 감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릴지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여튼 주인공이 해냈었다는 것이다. 아마 유리의 뒤에 화려강산이 펼쳐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것이 너무 과분하면 맛에 대한 묘사를 꼭 평론가처럼 즉석에서 묘사해낸다던가 말이다. 유리는 봉지를 뜯고, 와삭, 물었다.
"비슷해요?"
유리는 하나를 먹어치우고는 끄덕인다. 그런데 약간 부족한게 있는 모양. 고개를 갸웃거린다.
"흐음. 중요한 무언가가 부족해. 좀 아닌데?"
"에엑-? 좀 이라뇨? 아닌데도 아니고 그런데도 저런데도 아닌 좀?"(뭐냐?)
유리는 골똘히 생각했다. 딱 이 모양의 이 봉지디자인의 쌀과자였다. 그런데 왜 다른 것일까? 갑자기 생각난다. 그 추억속의 쌀과자는 바로…….
"창고에 5년 정도 묵혀놨던 쌀과자였어. 분명히 기억난다고. 그 날의 그 쌀과자를."
"당신 할머니는 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손녀에게 그 딴 곰팡이를 먹여도 돼?"
다해는 생각했다. 이 곳 사람들의 위장은 정말 강철이려나? 하고.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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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엣. 저도 쌀과자 먹고 싶네요.
여러분은 쌀과자 좋아하시남요?
전 감자칩이랑 쌀과자가 좋던데.
첫댓글 할머니의 손맛은 좋아요^^
저도 좋아한답니다...! 특히 김치 같은건 말도 못할 정도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