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고 지내는 후배의 일화이다.
어느날 아침에 그가 일을 하고 있는 지역의 세무서로부터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가맹점 스티커”와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가맹점 스티커 부착 안내문”이 들어 있는 등기우편물을 받았단다.
며칠 전에 알고 지내던 지인을 통해서 이런 우편물을 받고 수령증을 팩스로 보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스티커를 잘 보이는 곳에 붙이고 수령증을 써서 보내려고 읽어보니 제목이 “명령서 수령증”이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정말로 啞然失色했다고 했다.
'아니 내가 언제부터 국세청의 명령을 받는 졸개가 되고 말았더란 말인가?' 여기에 생각이 이르자 문득 불쾌한 생각이 들었단다.
겉봉투에 적힌 대표전화로 전화를 걸었는데 어떤 남자직원이 잽싸게 전화를 받더라나.
“에..이 수령증을 팩스로도 보넬 수 있다던데, 공문에 팩스번호가 적혀있지를 않네요?”
“아 그것은 방문해서 자리에 없거나 하면 저희들이 적어서 둔 것을 말하는 모양입니다. 팩스번호 불러드릴게요. 02-XXX-0000입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하나 물어봅시다. 언제부터 우리가 국세청이 명령하면 복종하는 그런 관계가 되었지요?”
“네?”
“아. 다름이 아니라 이 수령증의 제목이 ‘명령서 수령증’이라고 되어 있어서요. 내용을 보면 ‘스티커 및 안내문 수령증’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어째서 ‘명령서 수령증’이라고 해서 보내는 것입니까? 무슨 이유가 있나요?”
“아... 네.... 안 그래도 그 문구 때문에 지난 3월부터 납세자로부터 항의전화를 많이 받아서 상부에 보고해도 시정이 되지를 않고 있고, 저희들도 받은 내용을 그대로 발송할 수 밖에 없는 입장에 있습니다. 저희들도 곤혹스럽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그쪽에 대해서 따지거나 책임을 묻자는 것이 아니고요, 다만 우리가 언제부터 국세청의 졸개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이런 공문을 받고 내 눈을 의심했습니다. 도대체 양식이 있는 사람들이 보낸 공문이라고는 믿기지가 않습니다. 아직까지도 정부가 명령하면 국민은 복종하여야 하는 시대인가요?”
“죄송합니다. 시정조치토록하겠습니다.ㅠㅠ”
‘하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더라도, 국세청 하급직원이 무슨 힘으로 이런 것을 자기 멋대로 수정해서 보낼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어서 전화를 더 이상 길게 하지 않고 끊었다고 하였다.
헌데, 전화를 끊고 나서 생각을 해보니 공문서의 기안은 대부분 아랫사람들이 하고 윗사람들이 결재를 하는 것에 생각이 미쳤단다. 그렇다고 해서 전화받은 그 운없는(?) 직원에게 따져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었고...
“명령서”라는 글자 위에 두 줄을 직직 그어버리고 그 위에 “스티커 및 안내문”이라고 고쳐 써서 팩스를 보내 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도 기분이 한동안 찜찜했다고 내게 말을 하였다.
그러고 보니 그 후배가 겪은 일을 반추해보면, 국세청 뿐만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가 완전히 민주화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官街사람들의 눈에는 우리가 아직도 卒로 보이는 모양이다.
첫댓글 명령서 돋네요. 대학민국 백성들은 즉시 나의 명령을 수행하도록 할 지어다.
흐헝~~ 근데 국세청 그 세무직원은 처음 들어갈때부터 삼성한테 뇌물 먹는다는 소문이 있다던데 사실일까요? ㅋㅋ
며..몀령사라고;;;
그럴때는 역시 민원을 정식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귀차니즘때문에 피하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하위직(지금은 명칭이 바뀌었을려나요?;;)에 해당하는 직원들에게 따져봐야 본문의 내용처럼 크게 소용이 없습니다.
왜 난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들까?
관을 상대로는 민원이 직빵임. 뭐든 서류화가 되어야 그 서류를 근거로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민원사항이 문서로 올라가 버리면 그걸 그냥 묻어버리지 못한다는...확인 전화도 안해보고 가라로 종결 처리를 하든 뭘하든 그 문서는 처리되어야 하기 때문에 될때까지 민원을 넣어 괴롭히면 지겨워서라도 시정됨.
대개는 그런거 귀찮아서 그냥 방관하는데 개중엔 그런 시스템을 잘 알고 악용하는 사람들도 꽤 있음. 가령 지하철 역에 설치된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기 같은거. 언젠가 등본 발급받을일 있어 출근길에 환승통로에 설치된 발급기를 찾았더니 사라지고 없는거임. 한참을 찾아 헤메다 역무원에게 물어물어 찿았더니 7호선이든 2호선이든 어느노선 승객이든 다 접근 가능했던 위치에 있던 발급기가 2호선 역사 개출구 밖으로 이동한거. 이게 왜 이런 이상한 위치에 와 있냐고 물었더니 역무원 말이 '누가 민원을 집요하게 넣어서 그리로 옮겨진거다.'
즉 누군가가 자기가 그 기계를 이용하려면 역안에 들어가서 환승통로까지 가야 하니까 자기 편하자고 민원을 계속 넣어 구청에서 학을 떼고 원하는대로 옮겨준거.
대부분의 사람들은 민원을 이용할줄 모르고 뭘 좀 아는 사람들은 관에 민원이 들어가면 공무원들은 그걸 어떻게든 해결을 해 보고해야 한다는 점을 악용하더군요.
오오..좋네요..서류는 어떤 식으로든 보고해서 처리를 봐야한다능 말씀..좀 이용해 먹을까 합니다. 나쁜 의도는 아니구요. 불법주차 문제인데.. 구청에 민원 계속 넣어서 개선해야할 곳이 좀 있어서..
그것도 상황에 맞아야 되더군요 ㅠㅠ
울집 지하수 쓰는데 옆집 주유소탱크에서 기름이 새지 않는 이상 어떻게 물에서 기름냄새가 나오수 있는냐고 구청에 허구헌날 전화하고 쌩쇼를 해봤지만.....이런문제는 구청에서 어떻게 할수 없기에 당사자들간에 처리해야된다는... ㅠㅠ 그런데 지하수가 오염이 됐는데 이걸 어디다 신고해야 되는냐구요 ㅠㅠ
오 좋은 방법인듯..
맞는 말씀이긴한데 문제는 처리가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이게 기능을 한다는거죠. 저도 생활불편 때문에 민원을 여러번 넣어봤는데 쉬운 민원은 몇번 보내면 처리가 되었지만 예산이 좀 든다거나 영향력이 큰 사안은 개인이 민원 아무리 넣어도 소용이 없더군요 ㅠㅜ
당연한 소리인거 같지만 결국 안되는걸 되게 하는거라기 보다는 원래 되는건데 공무원이 귀찮아서 안하고 있는걸 하게 만드는 정도가 민원의 한계인듯
군대나 사회나 (제대한지 2달 째지만 ㅋ) 윗대가리 뽀송뽀송하면 참 답 없죠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