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편지 (괜찮아요)

자랑스러운 내 아들 한길, 한샘에게 모든 부모들의 바람 중 하나가 너희들처럼 그렇게 '자녀들이 제 할 일을 스스로 찾아 열심히 하는 것’ 이 아닐까 싶다. 너희들을 보는 아빠, 엄마는 언제나 기쁘고, 행복하게 한다. 사랑한다. 내 자랑스러운 한길아, 한샘아! 오늘 아빠는 내 사랑하는 두아들에게 아주 소중한 재산을 한 가지 물려주려고 한다. 잘 받아서 소중하게 간직하고 살아라. 오늘 아빠가 너희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사랑하는 법을 배워라.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라." 하는 것이다. "사랑을 왜 그렇게 소중한 것이라고 하는지 궁금하지 않니? " 아마 궁금할 거다.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는 먼저 "도대체 사랑이라는 게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는 게 사랑인가?" 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그 답을 얻기만 하면 너의 일생은 행복이다. 아빠는 그 무엇보다도 너희들이 행복하기 바란다. 그런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그렇다면 도대체 사랑이라는 게 무엇일까? 한 마디로 대답할 수 없음은 아빠도 잘 안다. 하지만 내 아들들에게 알려주고 싶기는 “사랑은 그 대상이 느끼는 것을 함께 느끼고, 그 대상을 이해하는 능력” 이라는 것이다. 그 대상이 무엇이라도 좋다. 느낌이 없을 것 같은 무생물이라도 좋고, 만 가지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는 인간이라도 좋다. 그 대상과 함께 느끼고, 그 대상을 이해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니 그렇게 하기가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걱정이 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성숙이란 이미 되어진 상태를 뜻하는 게 아니라 되어가고 있는 상태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너희가 너희 앞에 놓인 대상과 함께 느끼고, 대상을 이해하려고 힘쓰며 살아간다면 너는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거란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이 있다. 사랑과 동정심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이제 사랑을 실천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하지 않니? 그 첫째는 가다림이다. 상대가 누구든지 그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단다. 그 만큼의 기다림이 필요한 게지.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거다. 몇 시간의 수고로, 몇 방울의 눈물로, 몇 푼의 하찮은 돈 따위로 얻을 수 있는 것 쯤으로....... 아빠는 너희를 키우면서 기다림이 사랑이라는 것을 배웠다. 생각해 봐라. '아빠가 너희들의 잘못을 보고 지적한 적이 있는가를......'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을 도와 준 적이 있는가를.......'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별로 생각나지 않을 거다. 아빠도 너희들이 잘못하고 있을 때 그 것이 잘못이라고 말하고도 싶었고, 도와주고도 싶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해 버리면 너희들 마음속에 열등감이 똬리를 틀게 되고, 그 열등감이 주인 행세를 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애타는 가슴으로 참고 기다렸던 것이다. 지금에야 고백하지만 참고 기다린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잘못을 말하여 열등감을 느끼게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도와 주어 자기무능감에 빠지게 하는 것이 결코 사랑이 아님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간섭하고, 도와주고, 지적하고....... 그런 것들이 사랑으로 포장된 위선이라고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너희를 위하는 게 아니라 아빠나 엄마를 위해 너희를 희생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진정으로 너희를 위하는 것은 너희들이 스스로 잘 할 때까지 눈을 크게 뜨고 기다리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렇게 기다렸다. 반드시 잘 해내리라는 믿음으로 스스로 잘 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다 조금만 잘하면 얼른 쫓아가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두들기며, 얼싸안고 기뻐했다. 그 때마다 너희들은 얼마나 좋아했니? 그 때 행복해 하는 너희들의 모습 속에서 진정한 사랑의 힘을 보았단다. 자긍심으로 채워져 가는 너희 가슴을 보았단다. 자신감으로 기뻐하는 환한 얼굴을 보았다. 너희들은 그렇게 스스로의 잘못을 바로잡았고,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해 냈지. 이제 알겠니? 아빠가 사랑을 왜 기다림 이라고 하는 지. 다시 말하지만 조급한 사람은 결코 사랑할 수 없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사랑 받을 수도 없다. 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보거든 잠시 기다려라. 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만나거든 잠시 기다려라. 그 잠시라는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기다려라. 그렇지만 기다리는 동안에도 눈은 크게 뜨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빠른 시간 안에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대상을 이해하고 받아 들이기까지 기다리는 게 사랑이다. 대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거든 망설이지 말고 그것을 알려 줘라.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너희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 보다는 상대가 어떻게 느끼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너희가 사랑을 표현하지 않으면 누구라도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니 대상이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랑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옮겨라. 그것은 최대한 속히 하는 게 좋다. 그렇게 하기만 하면 너희에게서 나간 사랑이 나갈 때 보다 열배백배 더 커져서 다시 너희에게 돌아 올 것이다. 그러나 돌아올 것은 생각하지 말아라. 사랑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더 큰 행복이란다. 아빠가 너무 어렵게 말했는지모르겠다. 사랑을 어렵게 생각하지 마라. 사랑은 너무도 쉬운 것이다. 참고 기다리는 것 그 자체가 사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