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는 차이니즈,
90년대는 재패니즈,
그리고 뉴밀레니엄은 코 리언 푸드의 시대’….
미국의 유명한 패션잡지 〈인 스타일〉지가 뉴욕의 코리언 레스토랑 에 관해 다룬 기사 첫머리에 나오는 구절이다.
사실 최근 뉴욕의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에서는
재창조해 낸 불고기와 김치요리를 선보이고 있고
소호(SOHO)에 문을 연 최고급 코리언 레스토랑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단골집이 되고 있다.
〈인 스타일〉지에 따르면
불고기와 매운탕은 영화감독 퀀틴 테런티 노와 여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가 가장 즐겨 찾는 요리.
미남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뉴욕에 올 때마다 소호의 코리언 레스토랑을 자주 찾는다는 것.
또한 지난해 출간된 〈뉴욕 매거진〉에서도 한국 음식 요리법이 특집으로 다뤄진 적이 있고,
서점에서도 한국요리 전문 서적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뉴욕은 지금 한국음식에 서서히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느끼는 뉴욕의 외식문화는 세계 어느 곳보다도 왕성하게 발달되어 있다.
그래서 경쟁 또한 치열하다.
중국요리 일본요리에 식상한 ‘뉴요커’들이 이제 한국음식에 눈을 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 아니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을 하기에는 이곳의 레스토랑 계가 만만치 않다.
결혼 평균 연령이 30대를 훌쩍 넘어설 만큼
정신 없이 바쁜 뉴요커들이 집에서 한가로이 요리를 즐길 리 만무하다.
많은 돈을 외식비로 지출하기에 그들의 입맛은 날로 까다로워지고 있다.
배를 즐겁게 하기보다는 혀를 행복하게 하려는 미식가들 사이에 맛 소문이 난 식당들은 새벽까지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제 뉴요커들 에게 있어 외식은 모처럼만에 즐기는 이벤트가 아닌 하나의 생활 습관이 되었다.
이에 발 맞추듯 일주일이 멀다 하고 레스토랑들의 ‘물갈이’도 계속되고 있다.
톱 레스토랑의 일류 요리사들은
연예인 못지 않은 몸값과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그들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서는 한 달 전에 예약을 해도 밤 9시나 되어야 겨우 자리를 얻을 수 있다.
반면 실내장식에 아무리 돈을 들이고 목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해도 음식맛이 뉴요커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비싼 자릿값만 치르다가 결국은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춰버린다.
이렇게 철저한 생존경쟁 속에서 한국음식이 뉴요커들의 구미를 당기게 한 요인은 무엇일까?
가장 명확한 답은 나름대로의 전략으로 세련된 분위기와 어우러진 ‘맛의 세계화’를 추구해 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까지 한인 식점이라 하면
코리아 타운 변에 몰려 있어 주로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이나 교포들을 상대로 운영해온 식당들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이러한 ‘식당’들과는 달리
트렌디하게 꾸며 언뜻 보기에 근사한 카페처럼 느껴지게 하는 새로운 코리언 레스토랑들이 하나둘씩 맨해튼에 등장해 한국 음식이 각광 받기 시작 하였다.
그럼 그 성공의 비결을 살짝 엿보기로 하자.
뉴욕의 복잡한 한인타운을 조금 벗어난 곳에
‘한가위’라는, 의외로 한국인에게는 잘 알려 지지 않은 곳이 있다.
외국인들에게는 발음하기도 힘든 이 ‘한가 위’ 레스토랑이 유명해진 이유는 독특한 메뉴와 전통한옥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 덕분.
우리나라 전통가옥의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은은하게 들려오는 가야금 소리와 더불어
생활한복으로 복장을 통일한 종업원들이 반겨준다.
마루가 깔려 있는 실내에는 상과 방석이 놓여 있고
색동 주머니 안에는 목각으로 만든
투박하지만 정감이 가는 수저와 젓가락이 가지런히 들어 있다.
전채 요리로 올라오는 잣죽과 호박죽을 포함,
이곳의 모든 요리는 100% 채식이다.
‘버섯 탕수육,’ ‘오색 나물 쌈요리,’ ‘더덕구이’ 등 예쁘고 맛깔스럽게 차려진 한국의 나물요리들은 ‘한국음식=갈비+김치+비빔 밥’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새로운 맛을 주고 있으며 특히 채식주의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와는 달리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말을 다시금 깨닫게 해줄 만큼 한국 고유의 맛으로 승부를 거는 곳도 있다.
이스트 빌리 지의 ‘똑순이’라는 레스토랑이 바로 그 곳. 뉴욕의 이스트빌리지는 서울의 인사동과 대학로의 중간 정도라고 비유하고 싶을 만큼 거주자의 대부분이 학생, 예술가, 음악가들로 이뤄진 젊음이 넘쳐나는 동네다.
가장 뉴욕적인 곳에 있는 한국적인 레스토랑 ‘똑순이’. 촌스러운 (?)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곳의 인테리어는 어느 대학 앞의 소박한 민속주점을 연상시킨다.
어둑어둑한 실내에는 아무런 장식이나 꾸밈이 없는 나무 식탁과 의자들이 빽빽하게 차 있고
벽은 고서에서 갓 뜯어낸 듯한 하늘 천 따지 책장들로 온통 도배되어 있다.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 프랑스 해물 레스토랑, 일식집, 모던한 감각 으로 장식된 컨템퍼러리 아메리칸 레스토랑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서 있는 똑순이가 레스토랑 가이드북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을 만큼 사랑받는 이유는
어설픈 흉내내기보다는 수수하고 있는 그대로 한국의 멋과 맛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똑순이 레스토랑은 언제나 바쁘다.
색색으로 염색한 머리에다 온갖 문신과 바디 피어싱을 한 뉴욕의 젊은 남녀들이 꽤 능숙한 젓가락질로 반찬을 집어먹고
김으로 밥을 싸먹고 소주잔을 홀짝거리는 모습은 아이로니컬하다.
또 프렌치 스타일의 새로운 한국요리로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며 성공한 곳도 있다.
앞서 잠깐 언급한 소호의 최고급 한국 레스토랑이 바로 이런 케이스.
‘뉴욕의 청담동’이라고 칭할 수 있는 소호는 변호사, 월 스트리트의 인베스트먼트 뱅커 등 젊은 갑부들이 살고 있는 고급아파트와 고급부티크, 갤러리와 레스토랑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곳이다.
한때는 예술가들의 본 고장이라는 명성을 떨쳤지만
이제는 여피문화로 물들어 가는 곳이다.
파티마다 턱시도와 검은 드레스를 입은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거리에는
Mercedes Benz와 BMW 등 고급자가용들이 주차 전쟁을 벌인다.
이러한 젊은 여피들을 타깃으로 ‘우래옥’이라는 한국음식점이 작년 문을 열었다.
절제된 감각의 미를 자아내는 심플하고 모던한 ‘우래옥’의 실내 인테리어는 한국음식점 하면 으레 떠오르는 매캐한 갈비냄새, 기름에 전 숯불용 석쇠, 빨간 나비넥타이의 종업원 등 어딘지 촌스러운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패션 모델처럼 세련된 용모의 웨이터, 웨이트리스들은 주문표 따위는 들고 다니지 않는다.
마이크가 장착된 헤드세트를 쓰고 주문은 주방과 직접 통화로 알리기 때문이다.
한국음식의 고급화를 선언한 우래옥은 음식맛이나 가격 면에서도 차등을 두었다.
프렌치 요리사와 합작품으로 만들어낸 요리는 전통한식 의 틀을 탈피,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춘 ‘퓨전요리’에 가깝다.
반찬 하나까지도 전부 가격을 매겨 판매하기에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몰려드는 젊은이들로 정신 없이 바쁘다.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고객 접대에 바쁜 월가의 비즈니스맨들, 모델, 할리우드의 유명배우들까지….
여배우 기네스 펠트로도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한국음식이 인기 있다는 것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슴 뿌듯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일이 결코 아니다.
세계인들을 위한 맛으로 승화해내고자
그들 나름의 숨은 전략과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맛이 뉴욕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될 그날이 기다려진다.
뉴욕=최정희 통신원(juliakim1@hanmail.net)
덧붙이는 글 : 그리 썩 재미나는 기사는 아니지만,
저녁 때도 되었고,
육계장 생각도 나고 해서,,
심심풀이로 올려 보았지......
글구,,,,,
어쩐지, 뉴욕에 가고프네.....
잼날거야.....클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