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보름달
최 병 창
내가 얘기했잖아
사랑은 집착이 아니라 집중이라고
무심하고 처량하다는 보름달이 뜬다
죽어야 다시 뜬다는 그 보름달이
할 짓이 없어 밤새
술을 퍼마셨다는 휘영청 보름달이
괜한 시비를 걸어온다
잘해주고 싶다가도 미덥지가 않아
면죄부를 줄 수 없으니
아무리 둥글고 모나지 않더라도
취생몽사는 할 짓이 아니라는 사실
극도의 순간에
보름달에게서 둥그런 술 냄새가 났다
천리 밖으로 달아나는
우연 같은 사연이 이를 악물었지만
시간을 감추고 있는 보름달에게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왜 하필
닭똥눈물인지 둥근 냄새가 사라졌다
세월이 약 이래도
죽어서는 안 된다는 인사말
주머니에서 허당 같은 노래가 뜬다
돌멩이를 던져봐라 웃자고 한 얘기도
하나도 우습지가 않은데
대책 없이 떠오른 너는 또 누구인가
이 순간이 꿈만 같다며
죽어도 다시 뜬다는 그 보름달이.
<202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