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님이 예전에 백두대간 팀과 돌았던
지리산 둘레길을 한 번 가 보자고 했다. 그러자고 약속을 하고 날짜를 잡았다. 8월 1일~2일로 다녀오기로 했다. 코스는 금성님이 준비한다고
했다. 금성님과 나는 라이딩 성향이 비슷하여 4대강이나 국토종주 코스처럼 인공적으로 만든 길이나 포장이 잘 된 길에는 재미를 못 느끼며 거칠고
힘든 싱글길이나 난이도 높은 업힐을 찾아 즐기는 스타일이다.
8/1
아침 5시에 집에서 출발하여
부평역에서 5시 12분 지하철을 타고 신도림에서 2호선으로 갈아탔다. 6시 40분쯤 도착을 하여 금성님을 만나 함양가는 버스를 탔다. 자전거는
버스 아래 짐칸에 넣었다. 승객들의 큰 짐이 별로 없어서 짐칸은 여유있는 편이었다. 버스는 7시에 출발했는데 이 날이 피서의 절정이어서 도로에는
차량이 엄청나게 많았다. 버스 전용차로에서도 차량이 많아 천천히 갔다. 전날 떠나는 설렘 때문인지 더위 때문인지 잠을 설쳐서 버스에 올라타서
금성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잠에 빠졌다가 눈을 뜨니 출발한 지 두어 시간이 지났는데 세종시 부근을 지나고 있었다. 가다가
휴게실에 들렀다가 또 진행을 하여 대전을 빠져 나가 대진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소통이 비교적 원활해졌다. 11시 30분경 함양터미널에 도착했다.
<함양터미널
앞에서 금성님>
터미널에서
라이딩 복장으로 준비하고 선크림도 바르고 12시에 함양을 출발했다. 터미널을 조금 지나 금성님이 코스를 살피기 위해 GPS를 켜더니
당황스럽게 외친다.
“이런 배터리가 방전되었네. 어떡하지” GPS에 충전이 된 줄 알고 왔더니 방전되었다는 것이다. 나도 똑같은 GPS를
가지고는 있으나 이것은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무용지물이다. 갑자기 난감해졌다. 당황하는 금성님을 보고 내가 말했다.
“기억나는 데까지 가 보고 설령 길을 못 찾아도 괜찮으니 당황하지 말자. 그냥 이곳 지리산 자락에 와서 라이딩하는 것만해도
얼마나 좋은가. 나중에 싱글 코스 못 찾으면 그냥 국도로 이동해도 상관없으니 걱정 하지 마.”
내 마음은 그랬지만 안내하는 금성님은
마음의 부담이 컸을 것이다. 함양에서 인월로 가는 도로를 타고 달려갔다. 태양은 모든 것을 태워 버릴 듯이 이글거렸다. 한참 가다보니 ‘지리산
가는 길’ 이라는 팻말이 보여서 그 곳으로 진입했다. 조금 가니까 자전거 여행하는 라이더 세 명이 나무 그늘에서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앞으로 직진하면 어디가 나오느냐고 물으니 지안재를 넘어 오도재로 간다고 했다.
금성님은 이 길이 아니라며 조금 더
기억을 더듬어 보겠다고 해서 다시 인월 가는 국도로 나왔다. 아까 가던 길로 조금 더 갔더니 금성님이 들어가는 입구를 찾았다고 기쁨에 들떠
말했다.
그곳엔 함양 와인마을 ‘하미앙’이란
입간판이 서 있었다. 나중에 집에 와서 ‘하미앙’을 검색했더니 꽤 유명한 곳이었는데 우리는 그냥 단순한 마을로 생각하고 지나쳤다. 마을 골목길을
거쳐 임도에 접어 들었다. 임도는 경사가 급하지는 않지만 꾸준한 오르막이었다. 그렇지만 아스팔트와는 달리 그늘이 지고 지열이 그다지 심하게
올라오지 않아 재미있게 라이딩을 했다. 한참 올라가다가 내리막길을 죽 내려가니 도로와 만나는 지점이 나온다. 이곳이 아까 지안재를 넘어 오도재
가는 길이라는 그 길이었다. 여기서 길로 들어가지 않고 옆에 있는 임도로 올라타서 계속 가니 오도재 휴게소를 만났다. 이곳 매점에서 칡즙을 사
먹고 GPS 배터리를 충전했다.
<오도재
휴게소>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쉬다가 약간
충전된 GPS를 챙겨 다시 출발했다. 고개 너머는 아스팔트 내리막길이었다. 그곳을 신나게 내려 달리다가 창원 마을로 들어갔다. 여기서부터는
시멘트 오르막길이었는데 천천히 꾸준히 올라갔다. 시간은 두 시가 넘었을 때인데 태양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한 느낌이었다. 주변에 그늘은 없고
시멘트 길의 열기는 푹푹 올라오고 게다가 계속되는 업힐에 온몸이 파김치처럼 늘어졌다. 겨우겨우 페달링을 하며 가다가 길가에 있는 원두막을
만났다. 더 이상 진행하다가는 열사병으로 쓰러질 것 같아서 그곳 그늘에서 잠시 햇빛을 피하며 몸을 안정시키고 힘을 비축했다가 다시 출발했다.
조금 올라가자 지루했던 업힐이 끝나고
시멘트길 다운과 업힐이 반복되는 길이 나왔다. 그러다가 금계-인월이란 둘레길 표지가 나타났다. 나중에 지도를 살펴봤더니 힘들게 시멘트 임도를
가지 않아도 창원마을에서 둘레길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는데 그걸 몰라서 땡볕에서 무리하게 라이딩을 해야 했다. 싱글길에 들어가니 그늘이 있고
시원해서 좋았다. 갈림길이 있는 곳마다 표지가 잘 되어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타고 갈 수 있었다. 싱글길을 재미있게 타면서 갔더니 등구재가
나왔다.
<등구재
안내판>
등구재는 경상남도 함양과 전라북도
남원을 이어주는 고개이다. 등구재부터는 다운 길이다. 신나게 내려갔더니 중황 마을이 나왔고 우리는 등구령 쉼터라는 곳에 들어갔다. 이곳은
금성님이 작년에 들렀던 곳이라 한다.
이곳 큰 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 앉아
있으니 산 아래에서 바람이 불어 올라와 시원했다. 이곳에서 점심 식사로 열무국수를 시켰다. 금성님은 이곳에서도 GPS 충전을 시켰다. 한참 뒤에
푸짐한 열무국수가 나와서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 아주머니가 뭔가를 마시고 있어서 뭐 드시냐고 물었더니 꿀물이란다. 그래서 혼자 마시지 말고
우리도 한 잔씩 달라고 했다.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께서 그렇지 않아도 국수 먹고 나면 주려고 했다면서 꿀물을 큰 컵으로(사발만한 컵) 가득
담아왔다. 그 위에 얼음까지 동동 띄워서...꿀물을 마시고 나니 기운이 솟았다. 가격은 하드 2천원, 국수 1만원 그리고 꿀물은 서비스였는데
꿀물이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 한잔에 6천 원짜리 꿀물에 열무국수는 서비스라는 농담을 하고 길을 나섰다. 시간은 얼추
4시였다.
먹음직한
열무국수^^
<후식 서비스 -
꿀물^^>
마을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다시
싱글길로 진입하여 재미있게 달렸다. 군데군데 내려야 하는 곳도 있었지만 대체로 재미있는 싱글길이었다. 싱글길을 타고 산 하나를 넘어 마을을
만나면 마을길을 달리고 다시 싱글길로 접어들면서 인월 쪽을 향하여 달려갔다. 그렇게 가다가 흥부골 자연 휴양림에 도착했고 거기서부터 임도를
탔다. 한참 달려 임도를 벗어나 다시 도로를 만나 운봉 방면으로 도로를 타고 달렸다. 이 때는 태양의 열기가 어느 정도 기세가 꺾인데다가 앞에서
바람이 불어서 시원했다. 그러나 바람을 안고 달리기 때문에 속도가 나지 않았다. 운봉을 지나 가다보니 정령치 표지판이 보였다. 거리는
12킬로미터. 계속 달려가다 보니 육모정 가는 길과 정령치 가는 길로 갈라지는 곳이 있었다. 우리는 왼쪽으로 난 정령치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 길은 겨울에 눈이 조금만 와도 차량이 통제되는 곳이란다. 꾸준한 업힐이었다. 선유폭포 옆을 지나갔지만 날이 조금씩 기울었기에 그냥 올라갔다.
이미 몸이 지친 데다가 체력도 많이 고갈되어 업힐이 힘들었다. 쉬지 않고 올라가려고 했는데 1킬로미터 쯤 남겨 놓고 잠시 쉬면서 사탕과 초콜릿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올라갔다.
정령치! 해발 1,117m 시간은 7시
30분이 넘어 해가 넘어가고 주위에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했다.
정령치 휴게소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먹으며 휴게소 뒤 언덕에 올라갔다. 해는 떨어졌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곳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다시 출발했다. 출발 전 라이트를
거치하고(거치대가 없어서 오다가 산 고무줄로 칭칭 감았더니 훌륭한 거치대 역할을 하였다.) 성삼재를 향하여 출발했다. 정령치부터는 길고 급한
내리막길이었는데 날씨가 어두워 속도를 많이 내지 못하고 조심해서 내려왔다. 처음 출발할 때는 땀이 식어서 한기마저 들었다. 한참 내려오자
갈림길이 있었는데 우리는 성삼재로 향하는 길로 접어들었다. 캄캄한 길을 라이트를 켜고 주행했다. 성삼재 가는 길은 정령치 가는 길보다 경사가
완만한 느낌이 들었고 정령치 올라가는 길은 꾸준한 업힐이었는데 이곳은 업힐 뒤 평지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 반복되었다.
8시 30분경 성삼재에 도착했는데 주변은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구례 방면과 지리산온천 방면 야경만 보고 바로
내려왔다. 구례까지는 천은사를 거쳐 계속 다운 구간이었다. 상당히 길었다. 내려가는 도중 차량이 몇 대 우리를 추월해서 갔는데 고무타는 냄새
비슷한 냄새가 나서 상당히 역겨웠다. 오도재 내려올 때도 그런 냄새가 났는데 타이어 타는 냄새인지 아니면 라이닝 타는 냄새인지 모르겠다. 한참을
내려왔을 때 아래에서 올라오는 한 무리의 라이딩 팀이 보였다. 라이트를 켜고 10여명이 올라가고 있었다. 이 밤중에 어딜 가실까?
구례에 도착하니 9시 가까이 되었다.
서둘러 식당을 찾아 콩나물국밥을 시켜 먹고 숙소를 찾았다. 여관 한 곳은 피서철이라 방 하나에 6만원을 부르기에 다른 곳을 찾았다. 그곳은
목욕탕을 겸한 여관인데 현금으로 3.5만원을 달라고 했다. 낡기는 했으나 하룻밤 쉬는데는 큰 불편이 없을 것 같았다. 술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났지만 금성님이 술을 안 마시기 때문에 혼자 마시기도 그렇고 또 내일 라이딩을 위해서 쉬어야 했기에 샤워를 하고는 곧바로 취침~~
오늘 코스: 함양 - 오도재 - 남원
산내면 - 인월 - 운봉 - 정령치 - 성삼재 - 구례(88.9km)
첫댓글 둘레길 꼭 가보고싶은 길입니다~ 코스 정보 좀~ ㅎㅎ
근데요 신바람님 칸 좀 띠워 주세요 읽기 힘들어요 ㅜ
글씨를 좀 크게 할 걸 그랬나 봅니다.
둘레길 코스 정보는 필요하시면 GPS 파일로 드리겠습니다. 계획이 서시면 연락 주세요^^ 제가 갔던 곳은 3구간 둘레길이었습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빡센데 즐거운^^
댓글 감사합니다.^^
저희 고향길인데~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부럽네요!!
지금은 완쾌되셨나요?
메아리님 고향이 그쪽이신가요?
저희가 경남, 전북, 전남을 하루에 찍어서 ~~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같이 해요. 메아리님 정도면 껌은 아니지만 업힐 잘 하시니까 재미있게 라이딩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네!! 많이 좋아저서 곳 뵐수 있을겁니다.
다음에 지리산 가실때는 불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