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은 대표적인 법정 모독 사건이다.
부러진 화살 즉, ‘브로큰 애로’(broken arrow)는 핵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없는 우발적인 핵사고를 가리키는 미국 국방부의 용어이다.
원인 불명의 폭발, 화재, 도난, 분실, 방사능 오염 등의 사고가 여기에 포함된다. 대표적인 예가 1968년 북극의 툴레 미 공군기지에서 4개의 수소폭탄을 실은 폭격기가 화재로 추락해 그린란드 주변 바다를 오염시킨 사건이다. 핵전쟁의 위험을 수반하는 누크플래시(nucflash)보다는 급이 낮지만 피해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영어로 번역하면 같은 이름의 <부러진 화살>이란 영화가 몇 년전 개봉되었다. 대입에 출제된 수학 문제의 오류를 지적한 것이 화근이 되어 재임용에서 탈락한 성균관대 교수가 복직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내린 판사에게 이른바 ‘석궁테러’를 가한다.
영화는 이후 벌어진 법정 논란을 다룬다. ‘법은 수학처럼 정확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김 교수는 감방에서 독학한 법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다.
그는 결정적인 증거인 부러진 화살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 속옷과 겉옷 사이에 있는 와이셔츠에만 핏자국이 없는 모순점을 물고 늘어진다.
그래도 권위주의와 ‘동업자 의식’으로 중무장한 듯한 법관들은 미동도 않는다.
하지만 이미 수만명을 돌파한 시사회 관객들의 반응은 심상치 않다.
“이건 재판이 아니라 개판”
이라는 안성기(김 교수 역)의 주장에 크게 공명하는 게 역력하다.
분위기로 보아 <도가니>가 몰고 왔던 사법부 비난의 물결이 재현될 조짐이다. 대법원도 이런 낌새를 눈치챘는지 각 법원에 대응 매뉴얼을 보내는 등 파문 차단에 바쁘다.
이 사건은 김 교수가 지난해 이맘때 만기출소하면서 완전 종결되었다. 그럼에도 ‘부러진 화살’은 마치 원혼처럼 법원의 상공을 음산하게 맴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