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인 L박사는 특이한 소신(?)을 갖고 있다. 자신과의 점심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과는 다음에 만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불가피한 사정이 생긴 경우는 제외하고서다. “깜빡 잊었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사람은 절교 대상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약속 잊을 수도 있잖아?”
L박사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가령 대통령이라든가 한창 연애중인 애인하고 약속했다고 해봐요. 그러면 만나는 날짜에 몇 번이나 동그라미를 쳐놓고,
잊지 않으려고 애를 쓸게 뻔하잖아요. 그런데 잊어먹었다는 건 나라는 사람을 우선순위에서 밀어낸 거니까, 그런 사람하곤
만날 가치가 없는 거지….” 우선순위라는 측면에서 L박사 나름대로 뚜렷한 기준을 갖고 있는 셈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지만 우리는 모든 일을 할 때 우선순위를 따른다. 그러므로 “바빠서 너의 결혼식장에 못갔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너라는 사람은 나의 교제관계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같이 일하는 K국장은 내가 봐도 무지 바쁜 사람이다. 특히 마감 때가 되면 밤 12시까지 작업을 해야 한다. 눈코 뜰 새 없는
가운데서도 그는 짬을 내어서 가까운 헬스클럽에 운동을 하러 간다. 저녁시간에 김밥을 먹고 그 시간을 활용한다.
운동중독증이라고 가끔 놀림을 받기도 하지만 K국장 나름대로는 삶의 우선순위를 운동(또는 건강)으로 잡고 있는 셈이다.
나의 경우를 말하자면 1년에 한번 열리는 가족모임에 빠지고 마라톤대회에 참석하곤 했다. 그만큼 마라톤을 우선순위에
놓고 생활한 것이다. 하지만 운동이란 게 하루 안한다고 표시가 나는 것도 아니고, 이틀 안한다고 선생님이 뭐라고 할 것도
아니고, 사흘 안한다고 갤러리가 있는 프로골프선수도 아니다보니 처음의 열정보다는 다소 시들해졌다.
국내외에 달리기 열풍을 몰고 온 요쉬카 피셔. 그는 이미 알려진 것처럼 112㎏이라는 몸무게를 1년만에 75㎏으로 줄였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 그는 틈만 나면 먹고 마시고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피곤했기 때문이다.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그때까지 그의 삶의 우선순위는 건강이 아니라 성공이었다. 어느날 그는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의 자서전에 나오는 고백.
“지난 세월 거의 모든 에너지를 정치적 성공을 위해 바쳐왔다. 너무 일에만 집중한 나머지 자아와 육체에 대해 소홀했다.
달리기는 이런 생활의 우선순위를 자신을 위한 것으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매일 먹고 마시고 잠을 자던 사람이 어떻게 달리기할 시간을 낼 수 있었을까. 바로 삶의 우선순위를 조정했기 때문이다.
요쉬카 피셔 같은 사람은 우리 같은 사람이랑 달라서 밥 먹고 사는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고? 밥 먹고 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은 우선순위를 바꾸는 게 쉽지 않다고? 최근 택시기사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게 됐다.
북한산 근처에서 산다고 하니까 그 택시기사도 북한산을 자주 간다고 한다.
“택시를 하려면 다리가 튼튼해야죠. 쉬는 날마다 가까운 북한산이라도 갑니다. 땀을 쫙 흘리고 나면 몸이 개운해져요.”
새삼스런 깨달음에 며칠 후 택시를 타고, 택시기사에게 물어봤다. 어떤 운동을 하느냐는 질문에 택시기사는 이랬다.
“운동은 무슨 운동요? 택시 운전도 힘든데 운동할 기운이 어디 있나요? 쉬는 날은 그냥 집에서 자기 바쁘지요.”
혹시 오해할까봐 말한다면, 두 사람 모두 개인택시가 아닌 회사택시 기사이며, 나이도 두 사람 모두 50대였다.
우선순위를 잘 정해서 실천하는 것이 삶의 행복을 결정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모두들 건강하시구, 즐달하세요~~
첫댓글 나의 우선 순위는
크~ 우선 순위가 뽀뽀야 키스야?^^
건강잃으면 길가는 거지가부럽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백혈병으로 치료중인 환자가 저에게 직접한 말.나의 우선순위는 운동.즐달합시다.
나도 우선 위는건강이죠. 건강을 잃으면 모든걸 잃는다는걸 알기에 열심히 뜀박질 하렵니다.
먹고사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었나 봐요. 건강을 잃으면 다 잃어버리는 것인데...
좋은글 감사합니다.또 다시 저를 되짚어보게됩니다.
가장우선 순위는 건강 아닐까 하네요..요즘 게을러져서 그런지 여기조기가 통증이오는것 보니..역시 우선순위는 달리기,,,오늘도 홍제천 한바퀴 돌아야지...
뜀박질을하고나서부터는 항상뛰는게 1순위였는데 요즘은그렇지 못해 아쉬운점이 많지만 그래도 열심히 시간내서 즐달할걸니다 그래야 건강하잖아요....
여전하신 글솜씨에 저도 고마 또 심각하게 저의 우선순위를 돌아보게 됩니다. 달리기를 못하니 벌써 우선순위에서 밀렸고...도대체 뭔 낙으로 사는거지? 개똥철학이래도 여전히 어려운 문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