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친구들의 모임에서 가평의 어느 숯가마에 가자는 제의를 받고
우린 가평으로 향했습니다.
명지산 자락에 자리한 숯가마는 진풍경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숯을 구어 낸 토굴에 사람들이 발을 딛을 틈도 없이 가득 차 있었어요.
숯가마는 어제 구어 낸 곳, 그제 구어 낸 곳, 3일전, 4일전…
시차에 따라 열의 강도가 달랐습니다.
어제 구어 낸 숯가마엔 도저히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고,
3일전에 구어 낸 곳의 열이 저에겐 적당했습니다.
처음 가보는 곳이었는데, 참으로 요지경 이었습니다.
숯가마로 들어가는 입구는 너무 비좁았고
가마 안에는 칠흑같이 캄캄한 어둠이었습니다.
그 어둠 속에 남녀노소가 입추의 여지도 없이 꽉 들어차 있었습니다.
남녀가 살과 살을 맞대는 어두움 속을 들락 달락 하면서
사람들은 밖에서 숯불에 고기를 구어 먹었습니다.
사람들(저를 포함해서)은 참으로 이상해요.
건강에 좋다하면 숯가마까지 들어가니 말입니다.
신경통, 요통, 관절염, 소화불량, 혈액순환, 눈병, 무좀, 콧병, 온 몸 소독....
숯가마는 그야말로 만병 통치약을 제공한다고 하는군요..
숯 연기와 고기 연기가 범벅이 된 숯가마.
타들어 가는 숨결이 애처롭구나.
누구를 위하여 그렇게 벌겋게 태워지는가.
남는 건 까맣게 그을린 숯덩이뿐이로구나
인간도 언젠가는 저 숯덩이처럼 흙으로 돌아갈텐데....




첫댓글 어제 미사 중 지난 해의 예수 수난 성지 주일에 축성한 성가지지를 한 곳에 모아 재를 만들어 사제가 축성하여 신자들의 머리 위에 십자 모양으로 바르고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라고 하는 예식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이 글을 보니 어제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란 말에 소름이 쫙
끼치던 생각이 나는군요. 저 숯들처럼 인간들도 같은 형상임을 다시금 돌아보게 합니다.
제 느낌도 바로 그것이었어요. 그래서 한줄 더 삽입합니다. "인간도 언젠가는 저 숯덩이처럼 흙으로 돌아갈텐데...." 아네스님 행복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