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실 로즈, 로즈 장학금-2]
대한민국 국적자로 로즈 장학금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로는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를 졸업한 이혜민 씨가 있다. 그녀는 국내 대학 소속 학생으로는 최초로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을 공부했다. 이외에도 한국계 미국인 박진규 씨는 DACA(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 수혜자 중 최초로 로즈 장학생에 선발되었으며, 하버드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뒤 옥스퍼드에서는 이주학과 글로벌 보건과학을 연구하며 이민자 건강 정책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표를 품었다. 이처럼 로즈 장학금은 한국 국적자 및 한국계 인재들에게도 문을 열어두고 있으며, 수혜자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국제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장학금은 옥스퍼드 대학에서 2~3년간 대학원 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전액 등록금, 생활비, 왕복 항공료, 비자 및 의료보험까지 포함해 포괄적으로 지원된다. 재정적 지원의 수준도 매우 높은 편이지만,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아니다. 로즈 장학금은 수혜자가 세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실천적 지성인’으로 성장할 것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장학생이 된다는 것은 단지 공부를 잘하는 것을 넘어, 사회와 역사, 인간에 대한 깊은 고민과 책임을 짊어지는 일이다.
이 장학금의 권위와 영향력은 수혜자들의 면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미국 제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이 있다. 그는 1968년 로즈 장학생으로 옥스퍼드에 유학하며 국제 감각을 넓혔고, 훗날 그 경험이 정치 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주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유엔 대사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수전 라이스 역시 로즈 장학생 출신이며, MSNBC의 간판 앵커 레이철 매도우는 첫 공개적 성소수자 여성 로즈 장학생으로 알려져 있다. 호주의 병리학자 하워드 플로리는 페니실린 상용화에 기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고,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철학과 문명 비평에서 독보적인 필치로 명성을 떨쳤다. 그 외에도 루이지애나 주지사를 지낸 보비 진달, 군사 전략가 에드워드 루트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들이 로즈 장학금 출신으로 활동하고 있다.
로즈 장학금은 세기의 흐름에 따라 그 창시자의 유산을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도 안고 있다. 로즈의 인종주의와 식민주의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면서, 영국 옥스퍼드 내에서는 로즈 동상의 철거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로즈 머스트 폴(Rhodes Must Fall)” 운동은 그가 대표했던 제국주의적 가치에 대한 거부이자, 오늘날 장학금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에 대한 질문이었다. 로즈 트러스트 측은 이 같은 논의 속에서 장학 프로그램의 핵심 가치를 재점검하고 있으며, 인종과 계층을 넘는 다양성과 포용성의 확대를 위해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로즈 장학금은 그 시작이 제국의 논리에서 비롯되었지만, 오늘날에는 세계 곳곳의 젊은이들이 만나는 지적이고 윤리적인 실험의 장이 되었다. 로즈가 기대했던 ‘영국적 가치’는 시대에 따라 의미를 달리하게 되었지만, 이 장학금을 통해 배출된 수많은 인물들은 각국의 정치, 외교, 학계, 인권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장학금의 목적을 새롭게 재정의해가고 있다. 그러므로 로즈 장학금은 과거와 현재, 제국주의적 이상과 민주적 가치 사이의 긴장 속에서 지속적으로 스스로를 갱신하며, ‘어떤 리더가 이 세계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오늘날에도 던지고 있다.(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