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과 근성
최 병 창
서슬 퍼런 손톱 깎기로
세 살 버릇을 깎고 있네
가로로도 깎아보고
세로로도 깎아보지만
깎이는 결기마다 가차 없는 세월이
제 고집을 능가하지 못했으니
여든까지 간다는 그 버릇은
고비를 넘겼음에도
끄떡없는 제 고집만을 앞세웠네
이미 길들여진 하얀 터럭들이나
버르장머리 없는 주름살들은
시간을 벌어들인 덤이라지만
제 나이를 잊어버린
줄어든 키만큼의 진수성찬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았네
한치 건너 두 치 앞에
부단한 까치발로 올라서도
나잇살의 근성을 닮아가느라
고단했다는 분수를 넘지 못하는데
세 살 버릇 앞에 모닥불을 피워보네
제풀에 고꾸라진
유행가 한 자락이 구성지게 타오르고
할 일을 다하지 못한
버르장머리만이 불에 타지 않았네
언제 다시 제 버릇 개를 줄 수 있을까
옴팡진 나잇살이 재차 물어도
서슬 퍼런 손톱 깎기는 아무 말이 없었네
여보시게
지금 자네 버르장머린 어찌 되셨는가.
<2021. 03.>
겨울 검은 나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