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일 아침, 눈뜨자 마자 작전준비(?)를 했다.
머리카락을 돌돌 말아 웨이브도 넣고
마스카라에 아이섀도에 볼터치까지.
그리고 나풀거리는 하얀 치마에 진달래빛 니트를 입고
학교로 향했다. 머릿속엔 각본을 외우면서..
교실문을 들어서자 역시나 아이들 반응은 나의 각본대로다.
"어? 선생님 화장하셨네?"
"우와. 파마도 하셨어."
"선생님, 오늘 선봐요?"
수줍은 듯 웃어보이며(이구..야시같은 선생님^^)
"선생님이 왜 선을 봐요? 선생님은 애인있는데?"
그 다음 질문 역시 뻔하다. 누구냐는 거겠지.
"그건 말할 수 없어. 말하면 니들이 눈치채니까."
아이들은 순간 놀라며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호기심과
수업들을 때 보다 몇 백배 높은 집중력과 관찰력을 가지고
날 수사하기 시작한다. 탐정이나 된 것 처럼.
"우리가 눈치챈다구요? 그럼 우리도 아는..우리 학교 선생님?"
난 대답대신 빙그레 웃어보인다. (요것도 하나의 작전^^)
아이들은 내가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자 자기들끼리
총각선생님들의 성함을 대며 줄긋기를 시작한다.
"2반 선생님 아닐까? 아까 우리반 선생님한테 무슨 말 하는 것 같던데.."
"아냐, 오늘 2반 선생님 얼굴 못 봤어? 데이트하는 날인데 설마 면도도
안 했을려구.."
"그럼 방송반 선생님이다. 남자선생님들중엔 제일 낫지 않냐?"
"난 5학년 4반 선생님이랑 어울리는 것 같은데...."
그 날 하루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날 탐색하더니
마지막 시간이 되자 방송반 선생님으로 결정을 내렸다.
(처음엔 2반 선생님이 유력했으나 역시나 면도때문에 안타깝게 탈락을 하셨다)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니까 가르쳐 주세요. 방송반 선생님 맞죠?"
나는 잠시 뜸을 들인다.
내가 대답할 기색을 보이자 아이들 눈이 반짝거린다.
"선생님 애인은 너희들이야."
난 그제서야 참고 있던 웃음을 터뜨렸고 아이들 역시 내 웃음을 듣고서야
자신들이 당했음을 깨달았다.
배꼽을 잡고 웃는 아이들, 속았음을 분해 하는 아이들,
왜 몰랐을까 하며 안타까워 하는 아이들로 교실은 난리법석이었다.
나는 다시 애써 웃음을 참으며 알림장(숙제와 준비물 알려주는 공책)을 꺼내라고 했다.
"자, 이제 집에 가야지. 오늘은 칠판에 안 쓰고 불러 줄게요.
1번, 말하기 45쪽 하기.
2번, 삼각기둥 사각기둥 삼각뿔 사각뿔 전개도 A4용지에 그리고
마분지로 입체도형 만들어서 가져 올 것."
아이들 놀래서 날 쳐다 본다.
"네? 내일까지요?"
"그래, 내일까지."
"너무 많아요~~~. 선생님~~줄여 주세요~~"
애교섞인 투정을 뒤로한 채 무심한 선생님은 3번을 부른다.
그제서야 아이들은 2번을 얼른 적기 시작한다.
"3번...."
웃음이 자꾸 나오려고 한다.
"3번....2번은 안 해도 됨."
"엥?우리 또 속은 거야?"
짖꿎은 선생님은 또 웃는다.
아이들 표정이 정말 웃기다.
황당스러움과 다행스러움과 재미있음이 복합된.
초등 6년만에 만우절날 선생님을 속여본 적은 있어도 속아본 적은 처음이라는 아이,
얼른 옆반 친구한테 말해줘야 겠다면서 진짜 재밌었어요 하는 아이,
괜히 애인있으면서 그러시는 거 아닐까 하며 나를 다시 탐문하는 아이까지
반응은 가지각색이었지만 공통적인 건 전부 웃는 얼굴로 교실문을 나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지금 현재 내 애인이 아이들인 것만은 진실인데....^^
4월 1일 나는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첫댓글 ㅎㅎㅎ, 정말로 아이들 애간장 태우셨으니 분명 나쁜 선생님이신데, 웃으면서 수업 마친걸보니 이쁜 선생님이셨네요. 아이들이 만우절날 속은게 즐거웠으니....제목을 보니, 정말 나쁜(?) 선생님이셔!
이걸 조금 더 각색하여 동화로 써보길... 결혼한다고 말해보지! 어떻게 나오나..ㅋㅋ ...그런데 내 주위에는 아무도 거짓말 하는 사람이 없더군!
만우절 당한 것 생각하면 지금도... 아, 다시 떠오르네. ㅎㅎㅎ궁금하죠? 안 갈켜주~~~우.
이땅바다님! 간질간질~이래도 안 가르쳐 주실거에요? 저의 간지럼 태우는 솜씨면 "아~~그만해. 말할게 말할게" 이러곤 하는데^^ 그리고 각색이라..우리 선생님은 역시 선.생.님.이셔요~^^
이렇게 깜찍하고 예쁜 선생님께 속은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저도 만우절에 된통 당했지요... 아직도 심장이 벌렁벌렁....
정말 맴도 예쁘고 모습도 예쁜 선생님으로 그려지네요....ㅎㅎㅎ
아, 재미았습니다. 2탄을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