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연중 제28주일, 군인 주일) 하느님이 나의 미래
어떤 사람이 바닷가에서 낚시하고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그렇게 해서 고기를 얼마나 잡겠느냐며 배를 타고 저 바다 한가운데에 가서 그물을 던져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요?’ 하고 그가 되묻자, ‘돈을 많이 벌어 더 큰 배를 사고 먼바다로 가서 큰 고기들을 잡는 거죠.’ 그가 또 ‘그러면요?’ 하자, ‘그러면 편하고 좋죠.’ 했다. 그 사람이 대답했다. ‘저는 지금 편하고 좋습니다.’ 오래전에 이야기 모음집에서 읽은 내용인데 아직도 큰 울림을 준다. 돈을 버는 이유는 돈 그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그것이 나에게 안전한 미래와 안락함을 보장해 준다고 믿기 때문일 거다. 그런데 그렇게 미래를 탄탄하게 준비해 놓았어도 사람의 마음은 평화롭지 못한 것 같다. 퇴직 후 여행과 취미 생활로 남은 생을 즐기겠다고 했는데, 한두 달 안에 다른 일거리를 찾는다. 사람 안에는 끝없이 솟아나는 욕망의 샘, 또는 해소되지 않는 갈증 같은 게 있나 보다.
어두운 숲길을 가던 사람이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운 좋게 나뭇가지를 붙잡아 매달리게 됐다. 그는 하늘을 향해 외쳤다. ‘하느님 살려주십시오.’ 하자, 하느님이 그에게 ‘그 가지를 놓아라.’ 하셨다. 그는 그 가지를 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다른 쪽을 향해 외쳤다. ‘다른 하느님은 안 계십니까?’ 여기저기 설교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다. 들으며 웃지만 이 이야기는 바쁘고 반복되는 일상으로 가려진 나의 진짜 마음을 보게 한다. 과연 나는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있는지 말이다.
인간에게 끝없는 욕망과 갈증이 있는 이유는 인간이 영원하신 하느님을 닮았고, 하느님에게서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교회는 가르친다. 그런데 이걸 모르는 사람이나 아는 우리 교우들이나 하느님을 믿지 못하고 신뢰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인 거 같다. 그 욕망과 갈증은 영원을 향해 있고, 그것은 삶의 의미, 즉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최종 이유이다. 인간은 하느님과 하나가 될 때만 진짜로 편하고 좋다. 죽어도 좋다. 그것을 우리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에게서 찾는다. 예수님을 불쑥 찾아와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을 물었던 그 부자는 십계명을 충실히 지킨 성실한 사람이었다. 예수님도 그를 좋게 보셨다(마르 10,21). 하지만 그는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고 당신을 따르라는 제안에 슬퍼하며 되돌아갔다. 그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독수리처럼 저 높은 하늘로 날아오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자기가 모아 놓은 재산이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그 재산 때문에 하느님 말씀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시며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재물을 많이 가진 자들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러자 제자들은 깜짝 놀랐다(마르 10,23-24). 그들이 예수님에게서 엉뚱한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실제로 그들은 누가 더 높냐고 말다툼했고, 나중에 높은 자리에 앉게 해달라고 청하기도 했었다. 돈이 나쁜 게 아니라 마음을 빼앗아 하느님에게서 멀어지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는 거 같다. 그거에 당하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 노력해서 마음이 하느님을 향하게 해야 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금방 마음을 세속적인 것에 빼앗기게 돼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예수님은 하느님의 힘이며 하느님의 지혜다(1코린 1,24). 구약의 지혜로운 이들이 임금 자리와 보석도 그에 견줄 수 없을 만큼 좋아했던 지혜가 바로 그분이다. 그분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로워 사람 속을 꿰찔러 마음의 진짜 생각과 속셈을 가려낸다(히브 4,12). 내가 하느님보다 돈을 더 의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깜짝 놀라고, 부끄럽고, 송구하다. 그래서 우리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야 한다.
예수님, 이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돈이 없으면 살기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돈이 제 미래를 책임져줄 거처럼 보입니다. 그렇다고 돈을 따르거나 쫓아다니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에 있든 주님이 원하시는 것을 찾고 행할 때 돈도 따라와 도와준다고 믿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이 이콘을 늘 바라보며 영원한 나라를 잊지 않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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