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랜들Lisa Randall(1962~)
M-이론은 기존의 끈이론을 모두 포함하는 강력한 이론이면서 또한 열한 번째 차원의 규모가 실험실에서 관측 가능할 정도로 크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인 점이다. 하버드 대학의 리사 랜들은 우리의 우주가 정녕 고차원 공간을 표류하고 있는 3-브레인(막)이라면 이로부터 중력이 다른 힘들보다 현저하게 약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란 일념으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뉴욕시의 퀸즈에서 성장한 랜들은 어려서 수학을 유별나게 좋아했다. 아인슈타인은 “순수수학은 논리적인 생각을 표현하는 한 편의 시이다”라고 말했다. 일찍이 갈릴레오는 자신의 저서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우주를 이해하려면 그에 적절한 언어를 반드시 익혀야 한다. 그 언어란 삼각형과 원을 비롯한 여러 도형들이 알파벳으로 사용되는 수학이다. 수학 없이 우주를 논리적으로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랜들은 하버드 대학원생이던 1980년대 초에 우주의 구체적인 모델을 제시하는 물리학에 매력을 느끼고 진로를 바꿨다. 물리학자들은 이론을 처음 내놓을 때 수학자들처럼 한 무더기의 방정식을 늘어놓지 않는다. 새로운 물리학이론은 자연현상을 근사적으로 서술하는 간단하고 이상적인 모형에서 출발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모형들은 상당히 시각화되어 있어서 이해하기도 쉽다. 예를 들면 쿼크모형은 하나의 양성자가 세 개의 쿼크로 이루어져 있다는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랜들은 1990년대에 우주전체가 하나의 막이라는 브레인세계가설brane world scenario에 매력을 느껴 M-이론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특히 그녀는 중력이 다른 힘들보다 형편없이 약한 이유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우주에 존재하는 세 종류의 힘들 전자기력, 약력, 강력은 거의 비슷한 세기로 작용하는 반면 중력은 이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미미한 힘이다. 특히 쿼크의 질량은 양자중력과 관계된 질량보다 훨씬 작은 값을 나타내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해 랜들을 말했다. “그 차이는 실로 대단합니다. 두 질량의 차이는 무려 1016배나 되거든요. 이 엄청난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있다면 그 이론은 표준모형까지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중력이 약한 이유는 별의 덩치가 그토록 큰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중력 자체가 워낙 약한 힘이기 때문에 양성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전기적 척력repulsive을 이겨내고 안으로 수축되려면 중력을 행사하는 질량이 엄청나게 많아야 한다. 별의 덩치가 상대적으로 큰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리사 랜들과 그녀의 연구동료인 라만 선드럼Raman Sundrum은 다섯 번째 차원이 우리로부터 수mm가 아니라 무한히 멀리 떨어져 있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방법을 선택했다. 먼저 그들은 다섯 번째 차원이 뉴턴의 중력법칙을 어기지 않은 채로 무한대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을 설명해야 했는데, 랜들이 제시한 해답은 다음과 같다. “3-브레인(막)의 중력은 다섯 번째 차원으로 이탈하는 것을 방지한다.” 즉 3-브레인(막)이 행사하는 중력 때문에 중력자들이 3-브레인(막)에 들러붙어 있다는 것이다. 벌레잡이용 끈끈이에 들러붙어 있는 파리와 비슷하다. 그러므로 뉴턴의 중력법칙은 우리의 우주에서 거의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물론 3-브레인(막)을 이탈하면 중력이 약해지지만 중력자가 3-브레인(막)으로부터 멀리 이탈하지 못하기 때문에 역제곱 비례법칙은 거의 정확하게 유지된다. 랜들은 우리의 우주와 나란히 존재하는 또 하나의 막을 도입했다. 두 막 사이의 미묘한 중력적 상호작용을 계산할 수 있다면 중력이 약해지는 정도를 수치적으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랜들은 말했다. “여분의 차원이 계층문제의 기원을 설명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처음 제시되었을 때 물리학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차원이 존재한다는 아이디어는 일견 황당하기도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논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들의 이론에 따르면 중력은 원래 다른 힘들과 거의 비슷한 크기였는데, 일부가 더 높은 차원으로 새나가면서 약해졌다고 설명할 수 있다. 이로부터 얻어지는 가장 심오한 결과는 양자적 효과에 의한 에너지가 과거의 생각처럼 플랑크에너지(1028 전자볼트)만큼 크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 에너지가 수조(1012) 전자볼트electron volt 정도라면 초대형 강입자가속기Large Hadron Collider를 이용해 관측할 수 있을 것이다. 실험물리학자들은 표준모형을 넘어서 존재하는 신비의 입자를 남보다 먼저 관측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막의 개념은 아직 이론에 머물러 있긴 하지만 암흑물질에 대한 나름대로의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의 우주 바로 위로 떠다니는 평행우주는 3차원의 높낮이 개념이 아니라 3차원 공간과 아예 분리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 평행우주 속에 있는 은하는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초공간의 굴곡은 중력을 야기하기 때문에 중력은 두 우주 사이를 건너뛸 수 있다. 즉 다른 우주에 있는 은하가 초공간을 통해 우리 우주에 있는 은하와 중력을 주고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은하의 특성을 잘 관측하면 은하의 중력이 뉴턴의 법칙으로 예견되는 값보다 크게 나올 수도 있다. 근처에 숨어있는 막에 다른 은하가 추가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은하들의 질량이 우리 은하의 질량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면(약 9배) 암흑물질의 정체는 평행우주에 속한 은하라고 생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