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들과 고군분투한 바다의 수호신 ‘서울함 삼총사’를 만나다
천지일보 기사 입력 : 2019.07.12. 06:55, 수정 2019.07.14 21:27
이지솔 기자 space7@newscj.com
‘서울함’ ‘참수리호’ ‘돌고래급 잠수함’
3척의 군함에 역사·군사적 의미 담겨
서울 최초 함상테마공원 ‘서울함공원’
잠수함 내외부가 수상·육상에 전시돼
평화·안보의 소중함 다시금 일깨워줘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나라를 지키기 위해 지난 30년간 거칠고 어두운 바닷속을 항해했던 3척의 군함이 이제는 수명을 다해 우리의 품으로 돌아와 한강의 수호신이 됐다. 바다의 영웅으로 불리는 3척의 군함은 바로 ‘서울함’ ‘참수리호’ ‘돌고래급 잠수함’이다. 이들은 대한민국 해양 영토 수호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2017년 5월 퇴역 후 원형 그대로를 보존한 상태로 한강에 무사 귀환했다.
잠수함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이 기밀이라 실제로 어떤 기술들이 접목돼 있고, 어디서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지 일반인들은 알 도리가 없다. 이에 기자는 당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인들과 하나 돼 고군분투했던 서울함 삼총사를 만나러 지난 2일 서울 최초의 함상테마공원인 서울함공원을 찾았다.
서울시 마포구 망원 한강공원에 조성된 서울함공원은 조선시대 한강수로교통의 중심지이자 수도 한양을 방어하는 양화진 근처에 위치함으로써 한강이 지닌 역사적 군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잠수함 내외부가 수상과 육상에 전시돼 있어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된 점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퇴역 후 오랜 기간 진해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던 함정들이 이제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학습 놀이 공간을 제공하고, 어른들에게는 평화와 안보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뜻 깊은 장소로 재탄생하게 됐다.
올여름 한강의 역사와 미래, 우리의 해양 선박 기술과 해양 국력을 체험할 수 있는 서울함공원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한강에 닻 내리고 당당한 위엄 뽐내는 ‘서울함’
1985년 취역해 30년간 조국 해양수호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서울함(FFK-952)은 1984년 국내기술로 건조된 잠수함이다.
30년간 조국 해양수호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서울함은 울산급 호위함이라고도 불리는 한국형 호위함으로 무려 1900t의 규모로 이루어져 있다. 높이가 28m에 이르는 서울함은 이곳에 전시되기 위해 배 상단 부분을 절단하기도 했다. 서울함의 원형 그대로가 보존된 침실, 취사실 등 1층의 생활공간과 전탐실, 함장실, 레이더실, 조타실 등 2~4층의 업무공간을 체험해보니 당장 내일이라도 운행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연평해전 참전한 동급 기종 ‘참수리급 고속정’
1978년 건조돼 실전 배치된 130t의 참수리함은 대한민국 연안의 경비와 보안을 담당하는 고속정으로, 2002년 서해 제1연평해전과 제2연평해전에 참전한 동급 기종이다.
원형 그대로의 모습을 전시해 데크, 통신실, 조타실 등 참수리 고속정 내 업무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또 조선수군부터 현재의 대한민국 해군, 옛 배와 현대 군함의 스토리를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실감나게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시속 70km로 달렸던 참수리호를 운행하기 위해선 바깥 최고 꼭대기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한겨울, 서해 한가운데에서 달렸을 군인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생각만 해도 ‘아찔’ 그 자체다.
◆최초의 돌고래급 잠수함
서울함공원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처음으로 볼 수 있는 잠수함은 서울함공원 안내센터 내 전시된 190t 규모의 돌고래급 잠수함이다. 해당 잠수함은 1991년부터 2016년까지 단독 특수전 침투임무, 파괴, 정찰의 임무를 수행했다. 잠수함 우측을 절개해 복잡한 내부를 더욱 더 넓고 안전하게 잠수함 내·외부를 직접 관람하고 체험할 수 있다. 벽면에 연출된 심해영상은 몰입감 있게 관람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와 함께 안내센터에서는 서울함공원과 3척의 군함, 그리고 한강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 영상 전시를 즐길 수 있다. 또한 안내센터 3층의 옥상 전망대는 아름다운 한강과 웅장한 서울함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국력·방위력 중요성 분명히 인식해야”
서울함공원 센터장의 설명에 따르면 잠수함 같은 경우 전파가 물밑 30cm 이상으로 통과하지 못한다. 이에 물밑에서는 무전기나 레이더 등을 사용하지 못하고, 돌고래 소리 같은 음파로 아군 배와 적군 배를 식별해야 한다. 그러려면 적군의 배 음파소리를 알아야 하는데 이는 ‘극비’로, 국정원이 정보를 수집해줘야만 알 수 있다. 그래야지만 잠수함을 운영할 수 있다. 나라를 지키는 것이 군인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엄청난 정보력 또한 동반돼야 가능한 것이다.
배 껍데기만 허더라도 1930t으로, 1t당 1억이 든다. 미사일은 한 발에 20억 가량이다. 배 안의 장비를 다 따진다면 실로 그 금액은 더 어마어마하니 배 한 척에 조 단위의 금액이 들어가게는 것이다. 이를 본바 국력과 방위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게 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나라 지켜낸 군인들
잠수함 내부에 있는 운전석에 올라앉아 잠시 눈을 감아봤다. 내부 길이 14m, 폭 1m밖에 안 되는 비좁은 공간에서 3~4일간 성인 남성 14명이 지낸 모습을 그려보자니 가슴 한쪽이 먹먹했다. 평생 바다를 지키는 사명을 부여받은 군인들이 나라를 위해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지냈다고 한다. 밤인지 낮인지도 모를 캄캄한 바닷속에서 언제 어디서 적군이 나타날까 온 신경을 소리에 집중하며 숨죽여 보냈을 그 사흘이 너무나도 답답하고, 시간조차 더디게 흘러갔을 것만 같다.
그들은 제발 아무 일도 없이 안전하게 육지에 두고 온 가족을 볼 날만 소망하며 버티지 않았을까. 가만히 눈을 떠 고개를 돌리자 ‘전우는 가슴에 묻고 적은 바다에 묻는다’라는 글이 벽 한쪽에 붙여져 있었다. 잠수함 어디 한 군데라도 구멍이 뚫리는 순간 침수가 시작되고 엄청난 수압에 더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게 된다. 이처럼 한배에 탄 전우들은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산다. 동료 한명 한명의 목숨은 별개일 수 없으니 전우애 또한 상당했을 것이라고 본다.
◆“동료 해군들의 목숨도 지킬 수 있나”
언제 긴급 상황이 터질지 몰라 긴장감 가득했던 조타실은 이날 서울함공원을 찾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고속단정은 물론 함장실까지 어린이들 차지가 됐다. 아이들은 훈련함을 둘러보며 한 뼘 더 꿈을 키워갔다. 그러나 아이들의 생각과 달리 함장은 그리 호락호락한 직업이 아니다. 함장이 되려면 군에 대한 사명감과 자긍심이 누구보다 깊어야 하며 무엇보다 숭고한 희생정신이 필요로 한다. 해군은 나라와 국민의 삶을 지킨다는 사명감이 투철해야 하며 조국해양수호에 목숨을 건 직업이다.
“함장은 불안전한 정보만으로도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해. 전우들이 죽어야 할지도 모르는 명령을 수행하도록 해야 하지. 함장은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이런 준비가 안 돼 있다면 자넨 절대로 함장이 될 수 없어.” -영화 ‘U-571’ 대사 중-
망원한강공원 안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