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삼진 능력·낮은 변화구 마무리 투수의 필수 요건 2~3일 연투 능력도 중요
프로야구에서 선발투수는 6이닝 3실점만 해도 '합격점'을 받는다. 하지만 마지막에 팀 승리를 지켜내는 마무리 투수는 안타 1개만 맞아도 '역적' 소리를 듣는다. '최고의 투수=최고의 마무리'라는 등식이 늘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 한국 최고 투수로 명성을 날린 윤석민(KIA)은 지난 5일 히어로즈전에서 8회에 등판해 1점차 리드를 지켜내지 못해 패전 멍에를 썼다.
반면 같은 날 마무리 전문 오승환(삼성)은 한화를 상대로 9회 1이닝을 삼자범퇴로 가볍게 처리, 프로야구 최연소 및 최소경기 150세이브의 금자탑을 쌓았다. 1~2이닝 동안 9이닝을 완투하는 이상의 압박감을 이겨내야 하는 마무리 투수에게는 어떤 특별한 것이 있을까.
◆마무리 투수의 요건
①강심장
마무리 투수는 동점 또는 역전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를 때가 많다. 그만큼 승부근성과 배짱이 요구된다. 마무리 투수로 명성을 날린 한화의 좌완 구대성(한화)은 "주자가 없으면 싱겁다"고 말하며 긴박한 상황을 즐겼다. 그가 3점쯤 앞선 9회에 마운드에 올라 안타를 1~2개 맞은 뒤 나머지 타자들을 범타 처리하며 경기를 끝낼 때면 "일부러 주자를 내보낸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②속구 앞세운 탈삼진
1점차 리드 때 1사 2·3루 위기라면 땅볼 타구로도 동점을 내줄 수 있다. 그래서 마무리 투수에게 가장 요구되는 것이 빠른 볼을 주무기로 한 탈삼진 능력이다. 일본 주니치에서 마무리로 최고명성을 얻었던 선동열 현 삼성 감독은 153~154㎞의 직구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뒤늦게 속구 투수가 등판하면 볼이 더 빠르게 보인다. 현재 요미우리 구원투수 마크 크룬은 최고구속이 162㎞ 정도이다.
③낮게 떨어지는 변화구
강속구 못지않은 구원투수의 무기는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로 병살을 유도하는 능력이다. 외야플라이 한 개로도 점수를 내줄 수 있는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SK 정대현은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싱커가 주무기다.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정대현이 쿠바 타자의 마지막 병살타를 이끌어 낸 볼은 낮게 깔린 슬라이더였다. 올해 선발로 변신한 두산의 정재훈은 마무리 시절 상하 변화가 큰 포크볼을 주무기로 구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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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자로 잰 듯한 제구력
볼이 빨라도 마음먹은 곳에 던지지 못하면 볼넷을 내줄 수밖에 없다. 제구력이 흔들려 볼이 한가운데로 몰려도 역전당할 위험성이 크다. 오승환은 묵직하고 빠른 '돌 직구'를 타자들의 몸쪽과 바깥쪽으로 자로 잰 듯이 찔러 넣는 능력으로 최고 마무리로 우뚝 섰다.
⑤연투(連投) 능력
마무리 투수는 한 번 출장하면 4일 쉬는 선발투수와 달리 매일 불펜에서 어깨를 달구며 출격 채비를 갖춰야 한다. 2~3일 내내 마운드에 오를 때도 있다. 이효봉 프로야구 해설위원은 "김용수 LG 2군 코치가 국내 역대 최다 세이브(227) 기록을 보유할 수 있었던 것은 힘보다는 밸런스 위주의 투구를 앞세워 체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미·일의 최고 마무리
올 국내 프로야구에서 구원 부문 1위는 8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이다. 그는 2006년부터 최다 세이브 타이틀을 내주지 않고 있다. 오승환은 통산 150세이브로 이 부문 역대 6위에 올라있다. '고무팔' 송진우(한화)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200승-100세이브 고지를 함께 돌파한 선수다.
일본프로야구에선 야쿠르트 스왈로스 소속인 임창용이 올해 8세이브로 센트럴리그 2위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이 0.00점. 단 한 번의 실투도 없이 세이브 1위인 히로시마 카프의 나가카와 가즈히로(2패9세이브, 평균자책점 4.22)보다 더 영양가 높은 투구를 펼쳤다. 일본 통산 최다 세이브는 지난해 히어로즈에서 마무리로 뛰었던 다카쓰 신고의 286세이브.
미 메이저리그에선 현재 히스 벨(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조너선 브록스턴(LA 다저스), 프랭크 프랜시스코(텍사스 레인저스)가 8세이브로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통산 기록에선 현역으로 뛰고 있는 트레버 호프먼(밀워키 브루어스·558세이브)과 마리아노 리베라(뉴욕 양키스·487세이브)가 역대 1·2위에 올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