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추석이 다가오면 집집마다 친척들이 모여 조상을 추도하는 가문의 뿌리를 기억하는 '차례'를 지냅니다.
그런데 친구들과 명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교에 따라 조상을 추도하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 알 수 있어요.
종종 가톨릭 신자들은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아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이 아니랍니다.
가톨릭에서는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에 가톨릭의 방식으로 차례를 지내요.
물론 가톨릭이 아시아에 처음 진출할 때는 제사를 비롯해 각 지역의 전통 의례를 미신으로 여기며 배격했어요.
이 때문에 각 나라의 지도자들이 가톨릭을 탄압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지요.
조선 후기 가톨릭을 위해 순교한 윤지충 바오르(1759~1790)도 주교의 제사 그밎령에 따라 조상의 위폐를 불태우고
어머니의 장례를 철저히 가톨릭으로 치르면서 박해의 표적이 되었어요.
참고로 윤지충 바오르는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복자(福者:가톨릭 신자 중 목숨을 바쳐 신앙을 지켰으나
생전에 뛰어난 덕행으로 공식적으로 신자들의 공경의 대상이 된 사람)로 추대되었답니다.
하지만 20세기 교회는 종양의 제사가 효의 실천이자 미풍양속이라는 것을 인정했어요.
이에 따라 한국 교회도 가톨릭 정신을 가미한 추도 예식을 연구.보급해 왔어요.
지난 212년 한국 가톨릭 주교회의는 제사와 명절 차례를 위한 '한국 천주교 가정 제례 예식' '조상에 대한 효성과
추모의 공동의식'이라는 예식 표준안을 발표했어요.
죽은 이를 추모하는 것은 '위령 미사'로 충분하지만 가풍에 따라 가털릭 정신에 어긋나지 않게 제사와
차례를 지내는 방법을 공식적으로 정한 것이다.
표준안에 따르면 가톨릭 명절은 신자 수백명이 성당에서 함께 모여 기도하는 것이 기본적인 의식이예요.
미사(Missa.예수의 십자가가 죽음을 재현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찬미하는 가톨릭 교회의 제사)가 가톨릭의
가장 중요한 공적 예식이기 때문이죠.
신자들이 미리 조상의 이름과 봉헌금을 성당에 제출하면 추석이나 설날 당일 성당 앞에 간소한 합동 차례상이 차려지고
합동 위령 미사가 시작됩니다.
미사 전이나 후에는 죽은 이를 위한 기도를 바치는 '연도'를 하는데,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는 성경구절에 전통 가락을 붙여 구성지게 노래하는 한국만의 독특한 기도법이랍니다.
미사 도중에는 조상을 기억하는 기도문이 낭독돼요.
합동 미사가 아닌 가족 단위의 차례를 지낼 때에도 가톨릭만의 방식이 있어요.
보통 차례 전에는 신체를 단정히 하는 동시에 고해성사(죄를 지은 후 하느님께 용서를 받기 위해 신부에게 죄를 고백하는 것)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어요,
가족 단위의 가톨릭 차례는 십자가를 같이 놓은 차례상 앞에 가족들이 모여 조상의 안식과 가정의 화목을 비는 기도로 시작합니다.
다음으로 성경을 읽고 향을 피운 뒤 절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연도를 한 뒤 성가를 합창하는 것으로 차례를 마치게 되죠.
차례가 끝나고 나면 차린 음식을 가족들과 함께 나누어 먹고요.
이런 가톨릭 차례는 가톨릭의 교리와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조상에 대한 공경의 뜻을 표하는 동시에 내세에 대한 희망,
신앙의 실천 등 종교적 교훈도 함께 새기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김은령 가톨릭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