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나라 공주가 시집가다는 뜻으로, 형식만 차린 잘못된 시집을 말하며, 외모를 아무리 장식을 해도 내용의 재덕이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는 의미이다.
秦 : 성 진(禾/5)
伯 : 맏 백(亻/5)
嫁 : 시집갈 가(女/10)
女 : 계집 녀(女/0)
(유의어)
매독환주(買櫝還珠)
출전 : 한비자(韓非子) 외저설좌상(外儲說左上)
이 성어는 춘추시대 진(秦)나라 군주가 딸을 시집보내면서 따라가는 시녀들의 치장만 신경섰다는 일화에서 유래한다.
한비자(韓非子)의 외저설좌상(外儲說左上)에 진나라 공주 시집보내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초(楚)나라 왕이 묵자(墨子)의 제자인 전구(田鳩)에게 물었다. “묵자는 학식이 넓다고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네. 그런데 품행은 단정하지만 언설을 보면 장황하기만 할 뿐 능변이 아닌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楚王謂田鳩曰 : 墨子者, 顯學也. 其身體則可, 其言多不辯, 何也.
전구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옛날 진(秦)나라 왕이 그 딸을 진(晉)나라 공자에게 시집보낼 때 온갖 장식을 다하고 아름답게 수놓은 옷을 입은 시녀 70명을 딸려 보냈다고 합니다.
田鳩曰 : 昔秦伯嫁其女於晉公子, 令晉爲之飾裝, 從文衣之媵七十人.
그런데 공자는 오히려 그 시녀들을 사랑하고 딸을 학대하였습니다. 따라서 진 나라 왕은 딸을 좋은 곳에 시집보낸 것이 아니라 시녀들을 좋은 곳에 시집보낸 꼴이 되었지요.
至晉, 晉人愛其妾而賤公女. 此可謂善嫁妾, 而未可謂善嫁女也.
또 어느 초나라 사람은 자기가 가진 구슬을 팔러 정나라로 갔습니다. 그는 목란(木蘭), 계초(桂椒)와 같은 향기로운 나무로 짜고 물참새의 털로 장식한 상자를 만들어 그 안에 옥을 넣어 내밀었습니다.
楚人有賣其珠於鄭者. 爲木蘭之櫃, 薰以桂椒, 綴以珠玉, 飾以玫瑰, 輯以翡翠.
그런데 정나라 사람은 그 상자만 샀을 뿐 옥은 되돌려 주었다고 합니다(買櫝還珠).
鄭人買其櫝而還其珠, 此可謂善賣櫝矣, 未可謂善鬻珠也.
오늘날 세간의 학자들도 이와 같아서 모두 능란한 변설로 꾸미기를 잘하며, 군주는 또 그 화려함에 현혹되어 실질을 판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今世之談也, 皆道辯說文辭之言, 人主覽其文而忘有用.
그러나 묵자의 언설은 성왕의 도를 전하고, 성인의 말씀을 논함으로써 세상 사람들을 감동시킵니다.
墨子之說, 傳先王之道, 論聖人之言, 以宣告人.
만약 언설을 꾸미게 되면 사람들은 단지 그 꾸민 말과 표현에만 주의하여 실질은 잊게 될 것이니 그것은 언설을 꾸미면 실질의 중요성이 묻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묵자는 그 말만 장황할 뿐 능변은 아닌 것입니다.”
若辯其辭, 則恐人懷其文忘其直, 以文害用也. 此與楚人鬻珠秦伯嫁女同類, 故其言多不辯.
⏹ 진백가녀(秦伯嫁女)
신부가 시집갈 때에 친정에서 가지고 가는 돈인 지참금(持參金)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있었다고 한다.
신부 집 재산의 사전 상속이나 부양의 목적을 위한 관습이라는데 시집에 노동력과 대를 잇는 출산 등의 희생을 하는 면에서 부당한 면이 있다.
하지만 지참금이 적다며 일어나는 분쟁은 파혼에 이르고 계급제도가 철저한 아프리카나 인도에서는 신부 살해까지 일어난다.
그런데 분수에 넘치도록 재물을 싸가지고 갔더라도 신부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했다면 말짱 헛일이다. 이런 좋은 예가 진(秦)나라 공주가 시집간다는 이 성어다.
중국 법가(法家)의 확립자 한비(韓非)는 한비자(韓非子) 외저설(外儲說) 좌상(左上)편에서 이야기한다. 외저설의 쌓을 저(儲)는 비축하다, 준비하다는 뜻이고 說은 설명하기 위한 사례를 말한다.
내용을 보자. 옛날 진(秦)나라의 왕이 공주를 진(晉)나라의 공자에게 시집 보내면서(昔秦伯嫁其女於晉公子) 시녀를 70명이나 딸려 시중들게 했다.
공주에게는 시집가서 꾸미도록 옷감을 가득 보내며 정작 차림새는 수수하게 했고 시녀들에겐 온갖 장식으로 치장했다.
진나라 공자는 공주를 거들떠 보지도 않고 시녀 중에서 한 명을 골라 첩으로 삼았다. 큰 재산을 들여 딸을 시집 보내고서도 시녀들에게 좋은 일만 시킨 꼴이 되었다.
이어지는 이야기에 매독환주(買櫝還珠)가 있다. 진주를 팔기 위해 화려한 상자에 주옥을 달고 비취 깃을 달았더니 그것을 산 사람이 상자만 사고 구슬은 돌려주었다.
귀한 것을 천하게 여긴다는 이 말은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실상은 지나치기 쉽다는 가르침이다. 앞의 진나라 공자가 많은 재물을 갖고 온 진백의 공주보다 치장을 요란하게 한 시녀를 좋아한 것과 마찬가지다.
말을 번지르르하게 잘 하는 사람일수록 쓸 말은 적은 것과 마찬가지로 화려하게 꾸민 겉모습만 보고 실질적인 면은 잊기가 쉽다.
갈수록 과열되는 결혼 때의 신부 혼수는 일류 신랑감을 잡기 위한 형식이기 쉽다. 열쇠 몇 개니 집이 몇 채니 하는 이야기는 극소수 상류층의 예라 하지만 성공해도 행복이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겉모습을 아무리 화려하게 꾸며도 사랑으로 이루어진 작수성례(酌水成禮), 물만 떠놓은 예식보다 행복할 수 없다.